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이변의 발화 Apr 02. 2023

재직중 이직준비

내가 하는 일을 오른쪽 옆자리가 모르게  

 최근 부서에 퇴직자가 있었습니다. 그분의 퇴사는 사실 모두가 예상하고 있었는데요, 입사 초부터 회사사람들과 절대 어울리지 않으려는 모습, 중간에 개인적인 사정으로 휴직 기타 등등으로 회사에 큰 정이 없어 왠지 1년 채우면 곧 나갈 것 같다라는 느낌이 있었고 일단 퇴사 후 조금 쉬었다가 재취업을 할 것이라고 합니다.


 다른 또래 직원 역시 그분의 퇴사로 상당히 충격(?)을 받은 듯한 모습이었습니다. 한 회사에 오래 있어온 그녀는 아직 한번도 퇴사나 이직을 해보지 않았어서 누군가가 나간다는게 깜짝 놀랄 일인 것 같기도 했어요. 그리고 나서 지나가는 말처럼 본인도 이직을 알아봐야겠다,고 하더군요.


 그런데 문제는 그 이후로 이직준비하는게 너무 티가 나서 .. 사람들이 이미 알고 있다는 겁니다.. 일단 같이 일하는 제가 보면 “일단 저 있는 동안에만 문제 안터지기만을 바랍니다“ 같은 말을 입에 달고 살고.. 실수가 많이 늘었습니다. 실수가 발견되어도 아무렇지 않은듯 고칠 생각도 안합니다.. 커피마시러 가자든가 점심을 나가서 먹을 때도 늘 정신이 약간 빠져 있고 팀에서 했던 얘기를 깜빡하고 무엇보다 갑작스러운 연차를 너무 많이 쓰더라구요. (주5일동안 갑자기 내일 안나온다는 식으로 3일을 쉰 적도 있었습니다..) 제일 바쁜 시즌임에도 불구하고 꼭 기한 내에 해야하는 일인데 본인이 못할 것 같은 일도 남은 팀 팀원들에게 부탁하거나 팀장에게 알리지도 않고 그냥 둔다든가, 원래는 늘 미리미리 말을 했었는데 같은 팀 팀원들에게 말도 없이 갑자기 내일 안나온다, 오늘은 일이 있어 반차이다 등등. 평소랑 너무 달라진 태도에 같은 팀 팀장은 물론 심지어 다른 팀 팀장님도 저에게 혹시 그 분 무슨일 있냐, 나갈예정이냐 물어볼 정도로 티가 나더라구요.


 사실 저도 늘 회사 재직중에 이직준비를 했기 때문에 재직중에 이직준비를 하는 것에 대해서 전혀 나쁘게는 생각하지 않습니다. 오히려 이직준비해서 이직하는 건 스스로 발전하는거라 생각하고, 성격 상 퇴사하고 쉬었다가 이직하는 건 제 성격에 안맞기도 하고 새벽에 일어나 이력서 쓰고 인성면접 보고, 반차내거나 출근전, 퇴근 후 어떻게든 시간을 조절해가며 면접을 보던 저.. 를 생각해보면 충분히 공감하고 이해합니다. 제가 꼰대라서 그런걸수도 있지만.. 그래도 여러가지 면에서 생각했을 때 퇴사가 확정되기 전까지는 지금 다니는 회사에 티는 안내는 것이 좋은 것 같습니다.


 일단 티가 날 정도로 혼이 빠진 모습을 보면 회사사람 누구라도 좋아할 수는 없습니다. 끝날 때까지는 유종의 미를 거두고 이직준비도 회사일에는 지장이 없게 해야겠지요. 그리고 저도 면접을 여러번 봤지만 모든 면접을 합격하는 것이 아니기에, 그리고 합격 후에도 연봉 기타 등등 다양한 상황을 알아봐야 하기에, 면접을 보는 단계에서 회사를 떠날 것이 확실하다는 식으로 행동해서는 안된다는 것입니다. 신중하게 끝까지 치밀하게 준비해서 완벽하게 마무리하지 않으면 나 이직준비중이요~~ 하고 떠들고 최악의 경우 이직 실패해서 결국 회사에 불만가지며 어쩔수 없이 다니는 중이요~~~ 라는 말 밖에 안되니까요.


 눈가리고 아웅이라는 말이 있는데요, 어떨 때는 눈가리고 아웅이라도 하는 게 더 나은 것 같은 경우가 이런 경우 입니다. 연차 쓰는 이유도 갑자기 아무말없이 이유 절대 말 안하고 누가봐도 면접보는 사람이라고 티내지 말고, 차라리 지어서 말을 하는 게 심증은 있지만 물증은 없도록하는 측면에서 좋은 것 같습니다.


 그런데 저는 어떻게 그 분의 이직준비(면접 등등)을 확신하냐구요? 너무너무 바쁜데 쿨하게 연차를 올려놓고 퇴근직전에 저에게 얘기하길래(그럼 기한 내에 하는 일은 어떡하냐 했더니 하겠다고 하고선 실제로는 안하고 퇴근함..) 그 다음날에 그분이 안챙긴 일이 문제가 되어 현업에서 급히 찾자 ”많이 급하다고 연락이 오면 저에게 연락달라, 오후 0시부터는 통화가 어렵지만 그 전에는 가능하다고 전해달라!”라고 함으로써 누가봐도 오후 0시에 면접있는 사람의 포스를 풍겼기 때문이죠. 공유하지 않고 티 안나게 제가 커버해서 끝났지만요.


 너무 꼰대같아보일까봐 또는 이직 결과에 부정적이라고 비춰질까봐 너무 티내지말라는 말은 직접 못할 것 같아서, 여기에 주절거려 봅니다..! 가끔 그럼 내가 나가는데 남은 사람들한테 미리 말해야하는거 아니냐, 이런 생각하시는 분들이 계신데(30일 전에 통보하는것으로 되어있지만 실제 남은 연차 등등을 끌어쓰면 훨씬 전에 나갈수 있기는 함) 인수인계만 어느정도 받으면 남은 사람들이 어떻게든 회사일을 굴러가게 하고 또 충원을 하게 됩니다. 누구나 이직할 때 그런 프로세스를 거치니 이런 부분에 대해선 남은 사람들에 대한 미안함은 가지지 않아도 됩니다. 본인도 언젠가 누군가가 남기고 간 일을 하게 되고 이렇게 돌아가는게 직장생활인 것 같으니까요!

작가의 이전글 나에게 벚꽃의 꽃말은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