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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Hanabee Jun 06. 2023

먹먹함, 보글보글, 그리고 자유로움

나는 타고난 물개재질이다. 나를 소개할 때, 내가 좋아하는 스포츠를 이야기 할 때 '물'은 빠지지 않는 주제다. 물과 관련한 스포츠는 거의 모두 좋아한다. 전생이란게 있었다면, 나는 분명 물개였을 것 같다. 배는 토실토실하게 차올라서 햇볕에서 낮잠을 즐기다가 물속에 들어가 생선을 잡아먹지 않았을까?


자격증을 따야하는 것과 다이빙을 위해서는 해외로 가야하는 비용과 시간 등의 수고로움 등을 생각해보면 스쿠버 다이빙은 생각보다 고급진 취미에 속하는 것 같지만 다이빙을 즐기는 사람들이라면 그것이 절대 아까운 것이 아니라고 분명히 말할 수 있을 것이다.


처음 스쿠버 다이빙을 했던 기억은 중2때 갔던 필리핀 여행에서였다. 그 때는 어렸어서 살짝 겁이 났었다. 수심 1미터도 들어가지 않았는데 지레 겁을 먹고 수면을 향해 허우적대며 올라왔던 기억이 있다. 그렇지만, 숨을 고르고 다시 들어갔을때 그 광경이란, 15년 인생에선 겪어보지 못한 것이였다. 빵 조각들을 풀면 몰려드는 귀여운 물고기떼와 수많은 니모들을 만났다. 그렇게 신비로웠던 30분의 체험 스쿠버다이빙은 어른이 되면서 잊혀지는 듯 했다.


성인이 되고 그 때 물속에서의 경험은 잊고 지냈다가 우연한 계기로 나는 친구와 함께 스쿠버 다이빙 자격증을 따러 필리핀을 다시 방문하게 된다. 80만원이라는 돈으로 세부에서 3박 4일동안 숙식과 함께 PADI 다이빙 자격증을 취득하는 코스였다. 자격증을 취득하는 것은 세상 이보다 날로 먹는 것이 없을만큼 쉬운 것이였다. 그냥 수업을 듣고 가벼운 시험을 보고 몇 일간 강사님과 다이빙을 연습하면 된다. 


세부 바다속은 참 아름다웠다. 시야도 좋고 물고기도 많고, 깨끗하고 따듯한 바닷속이 들어가기만 해도 기분이 좋아졌다. 스쿠버 다이빙은 수영을 잘할 필요가 없다. 오히려 느릿하게 천천히 유영하는 것이 더 유리하다. 바다에 들어가면 숨을 뱉을 때 올라가는 공기방울 소리말고는 모든게 먹먹하게 들린다. 그 가운데에서 가만히 있자면 세상 이렇게 편한 침대가 있나 싶을 지경이다. 그 많은 생명체를 품고도 바다속은 고요하고 평화롭기 그지없다. 매일 같이 강남역 속 사람들과 뒤엉켜다니는 내게는 그 때의 그 고요함이 자유로 다가왔다. 자유로운 바다속에서 편하게 숨을 쉬고 마음껏 헤엄치는 물고기들이 부러웠고 이런 자유를 두고 왜 애리얼은 목소리까지 잃어가며 다리를 얻고 싶어했는지 이해가 가지 않았다. 모두들 자신에겐 없는 것을 갈망하는 것 같다.


모든 스쿠버들의 성지, 케언즈의 '그레이트 배리어 리프'


PADI 자격증을 따면 이후로는 계속 다이빙을 할 수 있다. 물론 나는 레벨이 낮아서 여전히 강사님과 함께 들어가긴한다. 세부 이후, 케언즈에서도 다이빙을 했는데 정말로 실망스러웠다. 사진에서도 보이듯 산호초들은 환경오염으로 고유의 빛깔을 잃어버렸고, 색을 잃은 바다는 쓸쓸해 보였다. 그래도 다양한 물고기도 많고 엄청 큰 물고기 떼도 보았다. 이런 관경을 보고있노라면 내가 일회용품 사용을 더 적극적으로 줄여야한다는 경각심이 생긴다. 


강사님은 조금 떨어진 곳에 상어가 있었다고 하셨는데 나는 보지 못했다. 솔직히 봤으면 패닉와서 그대로 수면위로 올라가려 했을지 모른다.(수압때문에 일정한 간격을 시간차를 두면서 천천히 올라와야 하는데 깊은 바다에서 냅다 올라오는 것은 매우 위험합니다!!)


스쿠버 다이빙에 관심이 있으신 분들이라면 꼭 도전하시기를 추천하고 싶다. 돈도 시간을 넘어서는 경험이 될 것이라 자부할 수 있다. 그리고 사진 속 케언즈는 코로나 전이라서 많이 창백했지만, 코로나로 사람의 발길이 적어지고 최근 케언즈의 바다는 많이 회복했다는 얘기가 있다. 기회가 된다면 꼭 다시 방문하고 싶은 바다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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