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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권순범 Sep 18. 2023

<애드 아스트라>, 세계(Universe)

무(無)를 어떻게 견딜 것인가.

구심력


제임스 그레이 감독의 영화 <애드 아스트라>는 우주를 화폭 삼아 다른 이야기를 하는 영화이다. 인간의  심연에 관한 이야기를 우주로 이야기한다. 인간을 하나의 소우주로 보는 측면에서 영화를 본다면 더욱 흥미롭다.


오디세이아 같은 신화적인 측면을 가지고 있는 이 영화는 SF의 외피를 가지고 있지만 관계를 이야기한다. 스탠리 큐브릭 감독의 걸작 <2001 : 스페이스 오디세이>가 우주의 끝을 향해 나가는 '원심력'의 영화라면 <애드 아스트라>는 우주의 끝에서 다시 지구로 돌아온다는 점에 '구심력'의 영화라고 할 수 있다. 신호의 근원을 찾기 위해 떠난다는 점에서 비슷한 측면이 있지만, 다시 돌아오고 모든 것이 인간 내면을 향하는 구심력이 영화를 지배한다는 점에서 다르다. 결핍된 부정, 고독함, 외로움을 다루기에 일반적인 SF영화와 큰 차이점도 있다. 일반적인 SF는 우주 밖으로 나가 특별한 사건들이 생겨나지만 이 영화는 특별한 사건이 없다. 그리고 아무도 만나지 않는다. 그래서 특별한 영화이며 정반대의 SF이다.


다른 SF영화와 달리 기술에 집중하지 않는다. 일반적인 SF영화라면 근미래의 새로운 기술을 선보이지만 <애드 아스트라>는 유인우주선을 해왕성까지 가는 기술을 가지고 있으면서, 종이를 사용한다거나 현재와 다르지 않은 통신체계를 사용한다. 이는 고전적으로 이야기에 집중하겠다는 선언에 가깝다.



무중력의 인간


이 영화의 이야기를 이해하기 위해서 우선 주인공 ‘로이’를 이해할 필요가 있다. 로이는 뛰어난 우주비행사이면서 동시에 고독한 사람이다. 사람들과 대화는 어색하지만 컴퓨터 앞에서는 이야기를 잘하는 사람이다. 중력이 존재하는 지구에선 심리적으로 어디에도 발 붙이지 못하는 무중력의 상태이다. 하지만 무중력의 우주에선 정반대로 심리적으로 안정된 중력의 상태이다.


이런 인물이 아버지를 찾아가는 여정을 통해 고독의 극단까지 향해 간다. 그리고 그곳에서 관계의 의미를 발견한다. 이는 인상 깊은 대사를 통해 알 수 있다. 로이는 처음에 심리 테스트하는 장면에서 잠을 8.2시간 잤고 평온한 상태라고 한다. 이는 기술적이고 과학적인 언어이다. 하지만 영화 마지막에 심리 테스트를 할 때 잠을 푹 잤다고 말한다. 이는 심리적이고 일반적인 화법이다. 기계적이고 차가운 사고의 인간이 여정의 끝에서 어떤 인물로 바뀌는 것인지 보여주는 대사이다. 아버지를 찾아가는 여정의 끝에서 로이는 심박수와 관계없이 눈물이 흐르게 되고 공허함을 느끼게 된다.


베스파호 구조 장면은 영화 핵심 주제와 맞닿아있다. 우주를 항해하는 로렌스호는 조난신호를 발견하고 의견 대립이 발생한다. 선장인 로렌스는 당연히 그들을 구조해야 한다고 말한다. 하지만 로이는 해결해야 할 더 큰일이 있다고 항해를 계속하자고 한다. 로렌스는 휴머니즘의 입장이며 로이는 목적이 숭고하다면 대를 위해 소를 희생해도 된다는 입장이다. 즉 로이는 아버지의 입장과 똑같다.


세계(Universe)의 영화


결국 인간은 우주에 나간다고 달라질 것인가. 허무함, 즉 무(無)를 확인하는 과정에서 인간은 어떻게 변화하는가. <애드 아스트라>는 표면적인 주제와 심층적인 주제를 가지고 있다. 표면적인 주제는 고독과 외로움에 사로잡힌 인간이 관계를 회복하는 이야기이다. 심층적인 주제는 만약 우리밖에 없다면 어떡할 것인지 묻는 질문이다. 내가 믿는 삶의 가치가 사라지거나 없다고 밝혀질 때 그것을 어떻게 견딜 것인가. 이것은 인간의 실존적인 문제와 직결된다. 내가 삶을 살아가는 가치(종교, 가족, 꿈같은 것들)가 없다면 어떡할 것인가. 인간의 내면세계(Universe)는 허무일지도 모른다.


“가능성은 두 가지다. 우주에 우리만 존재하거나 그렇지 않거나. 어떤 경우든 공포스럽기는 마찬가지다.”

위대한 작가 아서 C. 클라크가 했던 이 말은 영화의 핵심 질문과 연결된다. 삶이라는 '무(無)'를 어떻게 견딜 것인가.



다음 글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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