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대강 돈 잔치는 여전히 진행 중
2017년 문재인 대통령은 업무지시 5호로 4대강 6개 보를 상시 개방하도록 했다. 보가 개방되자 유속이 올라 물의 흐름이 개선됐고 수변 생태계도 활기를 되찾았다. 강변에는 모래톱이 생겨나고 물떼새들이 알을 낳아 터전을 일궜다. 유속이 빠른 곳에서 서식하는 유수성 어류도 늘어나고 오염에 강한 오염내성종도 눈에 띄게 사라졌다. 불과 몇 년 전만 하더라도 100m 미인으로 불리던 강이 비로소 제 모습을 찾기 시작한 것이다. 그러나 아직 4대강 전체 16개 보 가운데 단 11개만이 개방됐을 뿐이다. 수자원이 시급하다는 이유로 아직 개방되지 않은 보가 존재한다. 열리지 않은 보에서는 4대강 마피아 잔당들의 이권 쟁탈이 벌어지고 있다.
본디 강이란 흘러야 생명력을 얻는다. 물부족국가를 운운하며 강줄기를 막아 세웠지만 보 안에 갇힌 물은 녹조로 가득차 어디에도 쓸모없는 신세가 됐다. 1,300만여 명이 식수로 사용하는 낙동강에는 4급수 시궁창에서 사는 실지렁이가 발견됐다. 강은 도심과 농촌에서 발생한 각종 오·폐수들이 지천을 타고 모이는 곳이다. 애초에 더러운 물이 모이기 때문에 강은 흘러야 살 수 있다. 강물은 모래톱과 자갈을 긁어지나면서 자정 작용을 거친다. 그런데 16개에 달하는 대형 보들은 강을 각종 오·폐수들이 머무는 물그릇으로 만들어버렸다.
문재인 정부 들어 한창 보 해체 논의를 하는 마당에 금강권역에 있는 4개의 시·군(서천·부여·논산·익산)은 금강뱃길 조성사업 타당성 조사와 기본계획 수립 용역에 착수했다. 금강 3개 보를 관통하는 약 100km 구간에 유람선 6척과 황포돛배 2척, 수륙양용차 2척, 관광보트 15척, 줄배 1척을 강에 띄우는 관광사업이다. 배를 띄우려면 강바닥의 모래를 퍼내야 하니 3년간의 노력이 수포가 될 판국이다. 국토를 보전의 대상이 아닌 착취와 파괴의 대상으로 보는 신개발주의의 망령이 되살아났다. 금강을 상품화하는 데 금강권역 4개 시·군이 합심했다. 환경을 보전하고 시민의 안전을 위해 노력해야 할 지자체가 강의 생태를 여가의 테마로 포장하고 있다.
개발은 성장과 발전이라는 확고한 믿음 때문일까. 수질오염을 고발하고 바로잡아야 할 학자들마저도 제 목소리를 내지 않는다. 물이 더러워야 더 많은 연구용역이 들어오기 때문이다. 약품을 넣고 돈을 투자해야 학자들은 존재감을 발산한다. 강물에 볏짚이나 부레옥잠을 놓아 녹조를 제거하는 기술도 특허로 등록됐다. 강물이 흐르도록 수문을 개방하면 간단히 해결될 일이다. 그런데 학자들은 수문을 닫자고 주장한다. 박석순 이화여대 환경공학과 교수는 아직도 일부 사례를 두고 보 해체 반대 논리를 펴고 있다. 보에서 썩어가는 것은 사람들의 욕심뿐이다.
개발은 돈 잔치고 4대강에서 강은 착취의 대상이다. 보가 가로막은 강물에는 인간들의 탐욕이 썩어난다. 지금도 매몰비용의 오류 속에서 보 해체를 두고 갑론을박이 한창이다. 해체 방안이 제시된 보 3개를 해체하는 데 드는 비용은 총898억원이다. 반면 보를 40여 년간 유지하는 데 드는 비용은 총1,688억원이다. 길게 내다보면 보를 해체하는 것이 경제적이다. 그러나 누군가는 수질 개선을 위한 각종 대책과 연구에 들어가는 비용을 포기하지 못한다. 적잖은 세월이 흐른 지금도 4대강은 돈이 된다.
미국은 30여년간 1172개 댐을 해체했다. 민간에서 운영하기 때문에 환경 문제는 제쳐 두더라도 이유는 단 하나, 돈 때문이다. 무너진 강의 수질과 생태계를 되살리기 위해서는 감당할 수 없는 비용을 치러야 한다. 미국은 이 모든 것을 돈으로 환산했다. 우리나라도 수문을 개방한지 3년이 지났다. 여전히 강은 돌아오지 않았다. 비용과 편익을 분석하고 가장 타당한 선택지를 골라야 한다면 선택지는 하나다. 강물은 흘러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