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life 365 #1

New chapter

by LiSA

하루도 빼놓지 않고 계획적으로 살겠다는 나의 다짐은 실패로 돌아갔다.

마지막 글을 쓴 지도 오랜 시간이 흘렀고 내가 계획했던 것처럼 나는 돈을 모으기는커녕, 빚을 청산하지도 못했다. 오히려 대출을 모조리 끌어다 밑 빠진 독에 물을 붓듯 좀체 줄어들 줄 모르는 카드대금을 내기에 바빴다.

그 와중에 내가 이뤄낸 가장 큰 성취라고는 대학원 석사 졸업이다. 그나마 그 비싼 등록금을 내고 우수 졸업생, 우수 논문상 등을 받은 것은 꽤나 자랑스러운 성과라고 할 수 있겠다.

그래. 그거라도 해냈다.



2019년 11월, 코로나 팬데믹이 시작한 이후로 4년이 흘렀고 나는 여러 남자들을 만났다. 외국인을 만나보기도 하고 공무원을 만나보기도 했으며, 그 대단하다는 대기업에 다닌다는 어지간한 남자도 만나 결혼도 약속해 보았다. 나에게도 평범한 삶이 찾아올 것이라 생각했다. 하지만 내가 마지막이라고 여겼던 대기업 회사원은 사실은 그냥 적당한 사람이었기에 내가 곁에 둔 것이었고 그는 결국 말도 없이 홀연히 사라져 버렸다. 결혼식을 두 달 남겨두고 이유도 말해주지 않은 채 식당에 나를 홀로 두고 사라져버린 그를 나는 단 한 번도 찾을 생각을 해 본 적 없었고 그럴 마음도 없었다. 나는 공부와 아버지 간병, 직장 생활에 치여 내가 생각할 때 가장 쉬운 것은 결혼을 포기하는 것이었고 그 정도만 사랑했으므로 그런 선택을 했으리라.


2022년 10월, 내가 가장 사랑했던 생명체, 애견 두부가 세상을 떠났다. 그녀가 늙어가고 있다는 사실은 나에게는 크게 와닿지 않았었다. 그녀는 늘 내 곁에 있어줄 것이라 믿어 의심치 않았고 나에게는 그날이 올 것이라는 상상을 해보지 않았다. 어쩌면 그녀의 죽음이 코앞에 다가와 있었을 때, 나는 차마 그것을 지킬 자신이 없었으리라. 그렇게 그녀를 떠나보내고 한 해가 지나 2023년 11월, 불현듯 아버지가 돌아가셨다. 2023년 4월 가족형 CJD판정을 받은 아버지는 언니와 나에게 CJD의 유전일지도 모른다는 다소간의 공포감과 얼마간의 재산을 남겨놓고 그렇게 다른 세상 사람이 되었다. 결국에는 모든 걸 혼자 처리해야만 했던 나는 2024년의 절반을 향해 달려가는 지금에도 상속 문제를 처리하지 못하고 마냥 미뤄진 방학숙제 마냥 남겨두고 있다. 누군가 대신해줄 것이 아니라는 것을 알면서도 말이다.


그렇게 격정적인 몇 년을 겪어가며 나름으로 치열하게 살아가고 있을 때, 어느 날 나에게 메시지 하나가 왔다.


' L?'


알 수 없는 발신인으로부터 온 그 메시지를 보며 나는 한참을 의아해했지만 클라이언트나 내가 전에 연락하던 외국인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나름으로는 차갑고 거리감 있게 답장을 했다.


' 누구시죠?'

' 음...'

'??'


이후로 나는 어떠한 답변도 받을 수 없었고 그렇게 그 일은 내 삶에 묻혀 잊혀가고 있었다. 얼마가 지나고 나는 지인들에게 새해 인사를 보내기 위해 핸드폰을 만지작 거리고 있었다. 그 때, 나에게 메시지를 보냈던 알 수 없던 그 사람의 이름이 내가 아는 누군가로 변경되어 있다는 것을 발견했다. 나는 터져나갈 것 같은 심장을 붙잡고 떨리는 손으로 에라 모르겠다 하는 심정으로 메시지를 보냈다.


' S?'


'잘 지냈어요?'


그 사람이다.

내가 너무나 사랑했던 그 사람. 잃어버렸던 그 사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