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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강선영 May 06. 2020

오늘은 검찰청 실무관

실무관의 역할

  나는 검찰청 실무관이다. 검찰청에 일하지만 공무원은 아니고, 공무직 또는 무기계약직으로 불린다. 여느 직장인처럼 9출근 6시 퇴근. 월급은 최저임금을 갓 넘는 180만 원 남짓. 실무관의 주어진 업무는 검사실 보조나, 행정부서에서의 단위업무이다. 실무관은 실적, 창의성, 책임감 이런 것들 보다는, 자신에게 주어진 일을 규칙대로 정확하게 해 놓기만 하면 된다. 그래서 업무강도는 중간이라도 마음의 강도는 낮다. 물론 나의 주관적인 견해이고, 어느 조직이든 정해진 일을 해내는 직원과 못해내는 직원으로 나뉘니까.


  검찰청은 크게 3개의 신분이 존재한다. 검사 – 수사관 – 실무관이다. 검사는 드라마에서 나오는 것처럼 수사와 기소를 담당한다. 높은 신분 뒤에 엄청난 책임이 존재한다. 수사관은 검찰공무원으로 행정부서의 업무도 함께 담당한다. 이 둘은 드라마에서 보는 것처럼 권력으로 무장하거나, 범인을 잡느라 고군분투하는 그런 스펙터클함은, 없다. 적어도 내가 근무하는 지청의 검사와 수사관은 그렇다. 일을 안 한다는 것이 아니라, 그저 주어진 임무를 묵묵히 수행하는 평범한 직장인. 나보다 월급이 많은데, 월급보다 더 많이 일을 하는 존재, 나보다 일찍 출근하고, 나보다 늦게 퇴근하고, 언제나 나보다 월급도, 일도, 걱정도, 책임도, 더 많은 존재들.


   실무관은 검사와 수사관이 수사와 기소를 원활하게 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엄마 같은 역할이다. 실재로도 현장에는 경력이 30년쯤 된 50대의 중후반의 엄마뻘이 많다. 주로 이 엄마뻘 실무관님들은 검사실에서 일을 하는데, 소소하게 간식을 사다 놓고 영수증을 정리하는 검사실 살림부터, 구공판 기록을 만드는 일까지 광범위하다. 타청에 보낼 기록을 복사하고, 추가된 자료를 송곳으로 뚫어 편철을 하고, 민원전화 응대와 각종 서류 정리, 경찰과 법원의 중간 심부름꾼 역할까지, 검사와 수사관이 본연의 업무에 집중할 수 있도록 주변에 둘러 쌓인 일들을 처리한다. 우리가 평소에 엄마의 고마움을 잘 모르듯이, 검사실에서도 실무관은 크게 주목받는 존재는 아닌데, 막상 없으면 해당 검사실은 친정 간 엄마를 기다리는 큰아들같은 마음이 된다.

 

  대부분의 실무관들이 검사실에서 일을 하는데, 일부는 사무“과”, 사건“과”처럼 행정부서에서 근무하기도 한다. “과”에 있는 실무관들은 검사실처럼 광범위한 살림살이보다는 정해진 단위업무들을 하는데 우편이나, 민원실, 형사조정실, 사건 입력 등 분야가 다양하다. 다양한 행정업무가 존재하다 보니 일반 회사의 사무실 같은 느낌이다. 

 

  실무관이 된 지 2년 차가 되어간다. 평범하고 평범한 삶. 정말 평범한 직장인. 정해진 업무를 적당히 불평하며, 적당히 잘 해내는 검찰청의 직장인. 꽤 안정적인 하루하루가 모여 무난한 문장들이 이어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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