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둥이 : 2016년생, 첫째(남아), 둘째(남아), 막내(여아)
애교 부리기만 해봐!
어버이날을 맞아 학교에서 강제로 썼다고 보여지는 둘째의 편지를 받았다. “애교중지 키워 주셔서 감사합니다.” 애교는 백해무익하다! 어디, 애교 부리기만 해봐! 가만두지 않을 거야! 내가 언제 애교를 중지시켰나! 뭐 어쨌든 감사하다니까.
인삼 한 뿌리를 먹으면 만 원을 드립니다.
할아버지 집에 간 삼둥이. 할아버지가 가는 뿌리의 인삼 세 뿌리를 들고 오면서 말씀하셨다. “이거 한 뿌리를 먹으면 만 원을 주겠다.” 평소 나물 한 젓가락도 간신히 먹는 고기 러버인 삼둥이들. 그리고 몇 달 전까지만 해도 돈을 줘도 별 반응이 없는 삼둥이들(돈에 관해 굉장히 늦되다). 그들이 인삼을 먹을 리가 없다…가 아니네. 첫째, 둘째가 인삼 한 뿌리를 잡아 아작아작 먹는 게 아닌가. 아, 너희들 몇 달 사이 돈 좋은 거 알았구나. 나물도 먹어라, 먹어라 해야 잘게 한 조각 먹는 아이들이 돈이면 쓴 인삼도 먹는구나.
그리고 막내. 막내는 오빠들에 비해 이것저것 잘 먹는 아이다. 그런데 한 조각 먹더니 미간을 찌푸리며 할아버지한테 외친다. “할아버지, 나 그냥 천 원만 줘.” 아, 너 십분의 일 먹었니?
그나저나 아버지……. 저 다섯 뿌리, 열 뿌리 다 가능한데 어떻게 저는 십만원, 아니 오만원이라도?
만수무강하십시오!!!
칠순을 맞이한 할아버지. 생일축하 노래를 요란하게 부르는 삼둥이. 노래가 끝나고 삼둥이한테 할아버지께 한 마디씩 하라니까, 막내가 갑자기 앉아있던 식탁 의자를 옆으로 뺀다. 그리고 큰절을 하더니 “할아버지, 오래오래 건강하게 사십시오!”한다. 아이고, 엉뚱이야. 그러나 우리는 곧 그녀를 저지시킨다. 절을 한도 끝도 없이 계속 했기 때문.
상속자는 나야, 나!
식사 시간에 막내는 할아버지에게 선언한다. “할아버지, 나 이 집 물려줘!” what? 상속? 이거, 야심가네. 삼둥이는 취학 전까지 시댁에서 살았고, 할아버지, 할머니에 대한 애착만큼 집에 대한 애착이 있나보다.
삼둥이는 식사를 아주 빠른 속도로 먹는 편이다. 그래서 할아버지와 먹으면 늘 먼저 다 먹고는 하는데 내가 이제는 너희도 할아버지랑 속도를 맞춰서 먹으라고 했더니 첫째, 둘째는 후다닥 먹고 달아나고 막내만이 할아버지를 쳐다보며 답지 않게 속도를 늦춰 먹는다.
내가 시아버지께 말한다. “아버지, 막내 보세요. 쟤 진짜 집 물려 받겠는데요.” 아, 사실은 내가 야심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