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은 자신이 왔음을 애써 드러내지 않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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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운 겨울을 하루하루 눈 비비며 버텨내다 보면,
어느샌가 따뜻해져 버린 날씨를 뒤늦게 알아차리고
“어? 봄이다!” 하는 것처럼,
오묘하게 닮아있는 겨울의 건조한 냄새와
습기가 돋아나기 시작하는 초봄의 봄내음이
하루에도 수십 번 뒤섞이는 3월이 다 지나고서야
“그래 이제는 정말 봄이네” 라고 하는 것처럼,
봄 하면 떠오르는 나만의 장소들에 우연찮게 들렀을 때를 생각해 보자.
이를테면 홀로 소리 내서 울었던 명동의 한 버스정류장이라던가, 나른하게 산책했던 안국역의 작은 골목길이라던가, 슬리퍼 차림으로 올랐던 월계동의 한적한 오르막이라던가, 카메라 하나 들고 거닐던 연남동의 아파트단지 벽돌담이라던가, 그곳에서 굵직하게 자리 잡고 있는 기억들이 먼저 떠오르고 나면,
그제야 “그때 그 계절이 돌아왔네” 라고 생각하는 것처럼, 봄은 먼저 자신을 드러내지 않는다.
은연중에 내 일상에 조용히 들어와서 내 피부로 알아차리게 만든다.
그래서인지 나에게 봄내음은 아릿한 향이 난다.
항상 그래왔다 봄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