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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틈숲섬 Nov 01. 2022

빛이 머무는 곶

 서귀포예술의전당은 10월 31일까지 ‘빛이 머무는 곶’ 전을 연다. 고대에서부터 빛은 자연적인 것이며, 태양, 빛, 생명, 구원은 하나였다. ‘곶’은 '숲'이라는 뜻의 제주어이다. 제목이 제주에서 열리는 전시회답다. 이번 전시는 숲과 자연을 느낄 수 있는 작품들을 전시한 미디어아트로 체험형, 실감형이라고 할 수 있다. 

전시는 어둠 속에서 시작한다. 들어서자마자 6분 정도 상영되는 비디오 작품은 새소리, 파도소리와 함께 평온한 숲, 바다 그리고 우주 한 가운데로 관람객을 데려다 놓는다. 다음 전시장에는 식물화분이 있다. '살며시 만져보세요' 라는 문구로 관람객을 자연스럽게 참여시킨다. 식물과 서로 소통하는 것을 보여주는 김은규 작가의 작품으로 잎을 살짝 쓰다듬으면 각기 다른 소리가 난다. 탐라순력도를 크고 선명하게 구현한 황영식의 작품도 있다. 원래의 탐라순력도는 이형상 목사가 1702년(숙종 28) 제주도 각 고을을 순시하며 거행했던 여러 행사 장면을 화공 김남길이 기록한 41폭의 채색화첩이다. 실제 고문서에서는 자세히 볼 수 없는 부분을 실감나게 볼 수 있어 미디어아트의 장점을 느낄 수 있다. 김봄의 작품인 악기시리즈 피아노와 플룻 작품도 인상깊다. 드뷔시의 '달빛'이 연주되며 달빛이 일렁이는 밤 바다의 파도를 보고 들을 수 있다. 쇼팽의 연습곡을 빛으로 연주하는 건반을 통해 감상할 수 있어 이 곡이 건반의 넓은 음역을 넘나드는 곡임을 짐작케했다. 피아노가 형형색색으로 바뀌는 모습은 아름다웠고 플룻연주가 흐르는 동안 물 뒤에 비친 물그림자를 이용해 꽃이 피어나고 폭포에서 물이 떨어진다. 소리를 듣고 영상을 보는 전시로 시작해서 식물을 쓰다듬고, 버튼을 누르면 다른 색을 보여주는 '산업사회' 그리고 음악이 눈으로 보이는 작품들을 감상하고 나면, 이제 관람객도 작품을 만들어 볼 수 있다. 검은색 종이를 뾰족한 필기구로 긁는 간단한 작업으로 나만의 기념품을 갖게 해준다.

 여타의 전시들은 벽에 걸려 있고 '만지지 마세요'라는 주의문을 붙이고 있다. 일정 거리를 유지해야 한다는 제약조건이 우리를 예술 앞에서 얼어붙게 하고 마음에서 멀어지게 한다. 그런 무거운 마음은 버리고 체험할 수 있는 독특한 전시이다. 인터렉션 작품이라고 소개되는데, 관람객이 직접 작동시키고 만져 작가와 대화를 나누는 느낌이 든다. 빛을 귀로 듣고, 눈에 담고, 손으로 만지며 빛 안에서 쉬는 시간을 가질 수 있다. 이 전시는 입체적이고 역동적이며 화려한 작품들이어서 눈과 귀가 즐겁다.

서귀포예술의전당이 최근 한국문화예술회관연합회(이하 한문연)가 주관하는 2022년 전시공간 활성화 지원사업에 선정되었다. 한문연이 주관한 이 사업은 지역민의 시각예술 분야의 문화 향유 기회를 확대하기 위한 것이다. 서귀포시 관계자는 “디지털 기술과 연계한 미디어아트 작품을 시민들이 근거리에서 작품을 감상할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되리라 기대한다며, 앞으로도 다양한 장르의 전시를 개최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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