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도 제주 납읍리에 있는 큐레이션 서점이다. '느리게 읽기, 함께 읽기'를 목표로 문을 열었다. 인문교양 도서 편집자로 일했던 책방지기가 고른 인문교양과 문학, 예술, 어린이 분야의 책과 그림책, 그래픽 노블을 소개한다. 독서모임과 낭독모임, 글쓰기모임, 어린이 인문토론 강연, 북토크 등을 연다. 2022년 05월에 기존의 "애월읍 장유길 42 (장전리)"에서 현재 위치로 이전했다.
책방을 운영하는 사장님(이하, 인스타그램의 호칭대로 책방지기로 합니다)을 만나 대화를 나누었다. 가게의 홍보는 여타의 작은 가게들처럼 인스타그램 위주로 이루어지고 있다. 처음 장전에 서점을 열었고 2022년 초, 납읍 이곳에 건물을 지어 이사했다. 그때부터 함께 책을 읽어온 회원들이 큰 힘이 되어주고 있다고 했다. 그래서 요즘 북클럽에서는 어떤 책을 읽으셨냐고 물었다. 사람 장소 환대, 완벽한 아이, 물고기는 존재하지 않는다, 이민자들, 페스트, 도어, 가재가 노래하는 곳 등등. 느낌 아니까~라는 예전 유행어가 나온다. 사장님은 출판사 편집자로 살아온 25년 정도의 경력을 가지고 계셨다. 책과 떼려야 뗄 수 없는 인연을 지닌 분이었다.
건물은 꽤 짜임새 있게 서점을 위해 지어졌다. 대부분의 서점들이 건물에 입주를 하여 그 건물에 맞추어 공간을 나누고 책을 배치하는데 비해, 이 건물은 원래 용도 즉 책이라는 오브제를 위한 동선을 고려한 후 그것에 맞게 건물을 지었다. 쉽게 말해 책방지기가 가진 가치관이 반영된 서점을 운영하지 않으면 안 될 건물이다. 원래 공간에 대한 관심이 많아 취미가 공간도면을 그리는 것이라고 하셨다. 일기예보에 관심이 많고, 공간에 관심이 많고, 출판사에서 편집자를 오래도록 했고…. 제주에 건물 지어 서점을 하는 게 책방지기의 운명인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차후 계획은 1년에 휴가 2달을 쓰는 것. 55세쯤에는 그 목표를 달성해보고 싶은 것.
목표를 추상적으로 세우는데 지금 막 생각나는 것은 주 4일만 일하는 것, 그리고 무료강의는 안 하는 것이라고 했다.
여기에서 ‘무료강의’에 대한 이야기는 조금 길어질 수밖에 없다. 이 이야기가 싫은 분은 그냥 다음 문단 한 글자 들여 쓴 곳으로 넘어가면 된다. 스킵! 이 이야기는 책방지기가 던졌지만 책방지기가 하는 말이 아니고, 평소 내가 하고 싶은 이야기이기도 하다. 서점은 상업공간이다. 공공장소가 아니다. 책이 있는 공공장소는 도서관이고 세금으로 운영되는 곳이니, 무료로 책을 보고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다. 그런데 서점은 책을 팔아 임대료, 인건비, 운영비를 벌어야 하는 곳이다. 책에 관련된 행사들이 문화라는 이름으로 지원사업, 출판사들이 홍보를 위해 무료인 경우가 많다. 그래서 공짜에 길들여진 사람들이 상업공간인 동네책방에서도 그런 서비스를 기대한다. 그러나 동네책방에는 10원의 돈도 가지 않으며, 오히려 출판사나 총판에서 책을 공급받는 매입 가격과 정가사이의 공급률의 차등이 있어 똑같은 책을 10% 비싸게 들여와서 팔 수밖에 없는 구조가 존재한다. 동네 책방은 힘들다. 책방 홍보가 되지 않느냐며 책방에서 기획해서 하는 행사를 무료로 해주길 기대하지만 책방지기는 돈을 내는 사람들을 위해 양질의 행사를 하겠다고 한다. 그렇게 책을 둘러싸고 형성되어 있는 생태계를 살리고 싶다고 했다. 이야기가 무겁고 길어졌다. 오죽하면 이런 문구가 붙은 종이가 서점 화장실에 붙어 있겠는가.
공간을 운영하는 책방에게 고마움을 전하실 수 있습니다. 아무 말 없이 그냥 가시면 섭섭할 거예요! 책방 연필 1개 500원, 책방메모지 -1천 원
건물의 가장 꼭대기층. 4층. 각종 모임을 위한 공간대여 서비스가 되는 곳이다.
2시간, 6인 기준, 5만 원.
개인이 커피를 마시며 책을 볼 수도 있다. 1인 체어가 창가에 놓여있어 창밖의 좋은 풍경을 바라보며 사색에 잠길 수도 있다.
2층에서 3층으로 올라가는 계단식 디스플레이 공간. 전면으로 공연, 강연 등을 볼 수 있게 되어 있다. 여기가 관중석인셈. 전면으로 스크린을 설치하여 영화상영 등도 가능하다.
2층의 모습. 현관문을 열고 오면 바로 이곳이다. 커피 등 음료를 주문할 수 있고 계산을 하는 카운터가 있다.
정문을 열고 들어가면 바로 2층이라고 느끼는 것은, 이렇게 바깥과 연결된 아래로 내려가는 계단이 있다. 야외 정원과 책 읽는 공간이 있는 노란방이 1층이다.
혼자만의 시간을 보낼 수 있는 공간. 타자기로 엽서나 편지를 쓰고 우편물 보내기를 할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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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방지기는 식물 가꾸기 정원 가꾸기를 좋아한다고 했다. 이런 야외정원이 있었다. 차를 마실 수도 있고 책을 읽어도 된다.
공간에 대한 정리
1층 노란방(지층): 창을 통해 밖을 보며 책을 읽을 수 있는 프라이빗한 공간. 타자기도 있다. 밖의 정원으로 연결된다.
2층, 3층. 서점 본연의 기능, 주로 파는 책이 있는 공간. 책방지기의 세계관이 담긴 큐레이션으로 책을 진열해 놓았다. 책방지기의 책 추천문구를 읽는 재미가 솔솔 하다. 그것에 끌려 책을 집어 들어 살펴보게 되고 사서 읽어보고 싶어지기도 한다.
4층. 파란 방. 대여도 되는 공간, 모여 토론하는 공간. 책방지기의 책들이 있어 자유롭게 읽을 수 있다.
높다랗고 의리 번쩍한 건물이 아니지만 공간의 수직적 분할을 편의상 스키플로어라고 표현했다. 절반을 오르고 내리니 엄밀하게 말해 4층 건물은 아니다.
서비스에 대한 정리
-큐레이션개념으로 책을 분류 판매-소설, 사회과학, 환경, 공간, 에세이, 비소설, 소설류
-커피를 마시며 책을 볼 수 있는 북카페
-마당이 딸린 유럽식 정원
-강연, 북토크, 영화 감상이 가능한 계단식 공간
-정기 교육, 북클럽 등 운영
-북스테이(민박 숙박업) 공간
-어린이코너(가족단위의 여행객이 많음)
책 좀 좋아하는 사람들은 나중에 서점을 해보고 싶다는 막연한 꿈이 있다. 필기구 좋아하는 사람들이 문구점을 해보고 싶어 하는 것처럼. 그런 꿈을 포기하지 않고 실천에 옮기는 사람들이 있어 동네서점, 독립서점이라는 이름으로 책을 품은 공간이 탄생한다. 책은 이성적인 매체이기 때문에 차가운 것이지만, 뜨거운 마음을 갖게 하는 책들이 있다. 그런 책으로 가득한, 책이 주는 기쁨과 슬픔, 뜨거움과 차가움, 그런 것들을 느끼게 하는 책방이다. 뜨거움과 차가움이 따로 노는 것이 아니라, 그것이 합하여 선을 이루듯 따뜻함이 가득한 곳
서점에 관한 책들을 좀 찾아보았다. 제목만으로, 서점에 대한 걱정과 우려가 보인다. 여행자의 동네서점, 『서울의 3년 이하 서점들: 책 팔아서 먹고살 수 있느냐고 묻는다면? 』,『서점은 왜 계속 생길까』, 『고마워 책방』, 『전국 책방 여행기(서점을 그만두고 떠난) 』, 『서점 VS 서점』, 『책과 사람이 만나는 곳 동네서점』, 『사적인 서점이지만 공공연하게 한 사람만을 위한 서점』. 여기에 마지막으로 『미래의 서점(미래를 예측하는 가장 좋은 방법은 그 미래를 만드는 것이다) 』라는 책 제목을 빌어 이야기를 마친다. 작은 가게, 독립 서점, 동네책방이 오래오래 계속되기를 바란다. 책방에 관심을 가져주고 행사에 참여하고 기꺼이 지갑을 열어 책을 사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