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심같은건 개나 줘버려
척척박사라는 말이 있다. 뭐든지 다 잘 안다는 뜻인데, 실제로 박사는 세상에서 아는 게 가장 적은 사람일 수도 있다. 박사공부하느라 다른 사람들이 알만한 것들도 알지 못하고, 박사란 어쩌면 가장 작은 자기만의 분야만 잘 아는 사람이다.
본인이 논문을 쓸 주제만 확실하다면, 그 논문과 관련없는 내용의 공부는 안해도 된다.
논문을 완성하고 졸업한다는 것에만 촛점을 맞춘다면 학과공부는 기본적인 학점 취득만 해도 된다.
내 논문쓰는 데 도움이 되는 과목만 취사선택해서 들어도 된다.
아는 분이 역사학을 전공했다. 아마 한국사인것으로 알고 있다. 국사학과를 나왔는지 사학과를 나왔는지는 잘 모르겠는데 한국근대사 쪽인 것으로 알고 있다. 한국사 전공이면 한국사 전반에 대한 지식은 이미 충분하고 거기에 본인이 특화한 한국근대사를 더욱 세세하게 잘 알고 있을 거라고 기대했다. 그런데, 한국사 능력 검정시험 공부를 해서 전반적으로 두루두루 지식을 갖고 있는 나보다도......한국사를 잘 모르더라....
그분의 전공지식능력을 의심하는 거, 그분을 폄하하겠다는 게 아니다.
어쩌면 내가 모르는 전공 '윤리학'의 세계에 뛰어들었기에 어떻게든 공부해보려는 의욕은 좋을 수도 있지만, 지치거나 절망하기가 쉽다. 모르는 건 모르는 채로 두고, 나는 '신유물론'을 공부하려고 하니 그에 관련된 지식만 닥칠때마다 겸비하는 것으로 마음을 잡자.
갈 길은 멀고 험하니 너무 멀리 보지 말자.
그냥 이번학기 수강신청한 과목들 수업이나 충실히 들어가는 것으로 마음을 먹자.
시작도 하기전에 이미 지친 느낌이다.
잘하려는 마음이 앞서서이다.
그냥 하자. 아니 하기 힘들고 싫으면 대충하거나 안해도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