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진목, 재능이란 뭘까
길고 긴 방학이다. 엄청난 것들을 하고 싶다는 욕심을 부릴 시간도 오래 남지 않았다. 곧 개학이다.
뭘 하고 지내는지 모르겠다는 약간의 허무함이 있다.
목표를 세우고 그 목표를 이루기 위해 역산하여 하루하루 해나갈 분량을 설정하고
도장 깨듯이 체크리스트를 만들어 실행했어야 할까.
이렇게 아무 일도 없이 지낼 수 있는 방학은 많지 않아라는 생각에
예전, 그러니까 학생이 아니던 시절의 유한부인처럼 지냈다.
그래도 좋다는 생각으로 놀러 다니고 여행 다니고 맛집 다니고.... 유유자적 지냈다.
읽을 책을 산처럼 사서 쌓아놓으며, 학습독서 사이에 취미로 볼 소설도 많이 쌓았다.
막상 방학이 다 끝나가니............ 놀놀의 즐거움보다는 공부를 좀 할 것을 하는 아쉬움도 있다.
그럴 때는, 얇은 책, 하루에 다 볼 수 있는 책을 골라
1일 1권 독서를 하면, 성취감이 있게 된다.
유진목의 [재능이란 뭘까?]를 집어든다. 시인이고 읽다 보니 여자였다. (누군지 모르고 샀다. 아마 살 때는 사는 이유가 있었을 텐데... 어딘가에서 유진목시인이 시를 참 잘 쓴다는 이야기를 들었던 것 같다.)
조금 읽는데, 날 것의 냄새, 솔직함에서 오는 우울함과 바닥느낌이 불편해서 책을 덮었다.
밝고 환한 이야기, 희망에 찬 이야기가 읽고 싶지
지금 나는 우울, 부정적인 기운은 피하고 싶다.
그러다가 [작은 서점-장강명의 인생책]에 임경선 작가가 나왔는데, 거기에서 인생책으로 이 책을 들고 나왔다.
어, 이 책을 거론하는 사람이 있어? 싶어 방송을 봤다.
내가 이 책이 왜 불편한지 알았다.
글쓰기라는 것은 우리한테 딱 굶어 죽지 않을 정도로만 돈을 벌게 해 주고 나머지 다른 일을 못하게 하는 그런 저주다. 정말 불행한 재능인데 이제 유진목 작가는 그 불행한 재능을 사랑하기로 했다로 매듭짓는 부분이 저는 너무 좋았어요.
유진목 작가의 산문은 풍부하지만 과하지 않고 예민하게 필요 없는 것들은 발라내요.
자기 글에 엄격하다는 것은 스스로에 대해서 엄격하다는 얘기고, 책을 보면 뭐 막 사시는 것처럼 보이는데 저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아요. 좋은 의미로 독한, 독하게 글을 쓰시는 분이구나.
작가들 중에 본인이 살짝 미친 거 같은 사람들이 좀 있잖아요. 저는 그 극단에 가장 끝머리까지 가실 수 있는 분에 대한 존경이 있어요. 약간 선을 넘은 거 같은 그 분위기. 본인 얘기를 썼구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