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근길, 버스 창문에 기대어 희미한 불빛을 바라본다. 내 얼굴이 희미하게 비치는데, 문득 오늘 하루를 돌아보게 된다. 아침부터 쏟아진 메일, 끊임없이 울리는 전화, 그리고 애써 짓던 미소까지. 정신없이 하루를 보내고도, 결국 남는 건 “괜찮아요”라는 말뿐이다.
“괜찮아요.” 몇 번이나 했을까. 팀장이 무리한 일정을 부탁할 때도, 동료가 미안한 얼굴로 도움을 청할 때도, 심지어 마음이 지쳐 무너질 것 같은 순간에도. 마치 주문처럼 내뱉는다. 괜찮다고 말하면 정말 괜찮아지는 걸까? 아니면, 그 말에 기대어 나를 속이고 있는 걸까.
집으로 돌아오는 길, 휴대폰을 보니 친구가 보낸 메시지가 와 있다. “너 요즘 좀 힘들어 보이더라. 괜찮아?”
그냥 습관처럼 답장을 보낸다. “응, 괜찮아.”
하지만 그 말 뒤에 숨겨진 감정은 아무도 모른다. 어쩌면 나조차도 모르는 걸지도. 울고 싶은데 이유를 모를 때가 있고, 쉬고 싶은데 쉴 수 없는 순간이 있다. 그렇게 하루하루를 견디며, 나는 ‘괜찮음’ 속에 나를 가두고 있는지도 모른다.
버스가 정류장에 멈추고, 나는 깊이 숨을 들이마신다. 오늘도 무사히 지나갔다. 그리고 내일도 아마 똑같이 흘러가겠지. 그래도 언젠가, “괜찮아?”라는 물음에 정말로 솔직하게 대답할 수 있는 날이 오기를. 적어도 내 마음이 나에게만큼은 솔직해지기를 바라면서.
집으로 들어와 가방을 내려놓고 거울을 본다. 오늘 하루도 무사히 지나갔다며 스스로를 다독여본다. 샤워기를 틀고 뜨거운 물을 맞으며, 온몸에 남아 있는 피로를 씻어내려 한다. 따뜻한 물이 어깨를 타고 흐르면서, 순간 울컥하는 감정이 밀려온다. 나는 정말 괜찮은 걸까? 아니면 그냥 괜찮다고 믿고 싶은 걸까?
잠자리에 누워 천장을 바라본다. 피곤한 하루가 지나갔지만, 머릿속은 여전히 복잡하다. 언젠가는, 정말로 "괜찮다"고 느끼는 날이 오겠지. 그날이 오기를 바라며 조용히 눈을 감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