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은 제과점의 마지막 케이크
오늘로 우리 동네 '행복한 빵집'이 문을 닫는다. 30년 동안 이 자리를 지켜온 작은 제과점은 내 인생의 특별한 순간들을 함께해준 곳이다.
처음 이곳을 찾은 건 초등학교 3학년 때였다. 받아쓰기 시험에서 처음으로 100점을 받은 날, 엄마는 나를 이곳으로 데려오셨다. 창가에 예쁘게 진열된 컵케이크들 중에서 분홍색 장미가 올라간 것을 골랐던 기억이 난다. 그날 이후로 이곳은 나의 특별한 날들을 축하하는 장소가 되었다.
중학교 입학식 날에는 아빠가 이곳의 크림빵을 사오셨다. 고등학교 졸업식 날에는 친구들과 함께 와서 조각 케이크를 나눠 먹었다. 대학교 합격 소식을 들은 날에도 우리 가족은 이곳에서 작은 축하 파티를 열었다. 제과점 사장님은 늘 친절하게 웃으시며 우리의 기쁨을 함께 나눠주셨다.
특히 잊을 수 없는 건 3년 전 할머니의 마지막 생신 때다. 할머니는 이곳의 단팥빵을 좋아하셨다. 병원 침대에 누워계신 할머니를 위해 사장님이 특별히 따뜻한 단팥빵을 구워주셨다. 그날 할머니가 지으시던 행복한 미소가 아직도 선명하다.
작년부터 큰 프랜차이즈 베이커리가 길 건너에 들어섰다. 화려한 인테리어와 다양한 메뉴로 사람들의 발길을 끌었다. 하나둘 늘어나는 빈 의자들을 보며 사장님의 한숨도 깊어졌다. 그래도 사장님은 변함없이 매일 아침 빵을 굽고, 손님 한 명 한 명에게 따뜻한 미소를 건네셨다.
오늘 아침, 마지막 영업을 시작하며 사장님은 평소보다 더 일찍 가게 문을 여셨다. 나는 첫 손님으로 가게를 찾았다. 진열대는 평소보다 조금 빈약했지만, 따뜻한 빵 냄새는 여전했다. 사장님은 나를 보자마자 환하게 웃으시며 말씀하셨다.
"마지막 케이크를 굽고 있어요. 조금만 기다리시겠어요?"
기다리는 동안 가게 안을 둘러보았다. 낡은 벽지, 오래된 테이블과 의자들, 창가의 작은 화분들까지. 모든 것이 추억으로 가득했다. 벽에 걸린 흑백사진 속에는 젊은 시절의 사장님이 활짝 웃고 계셨다.
따뜻한 케이크가 나왔다. 사장님은 평소보다 더 정성스럽게 포장을 하시며 말씀하셨다.
"30년 동안 이곳에서 손님들의 행복한 순간을 함께할 수 있어서 감사했어요. 당신의 특별한 날들도 함께할 수 있어서 기뻤어요."
집으로 돌아오는 길, 케이크 상자를 품에 안고 생각했다. 이곳에서의 추억들은 단순한 빵과 케이크의 맛이 아닌, 우리의 일상을 특별하게 만들어준 따뜻한 마음이었다는 것을.
이제 이 작은 제과점은 문을 닫지만, 30년 동안 이곳에서 구워진 따뜻한 마음들은 우리의 기억 속에서 영원히 남을 것이다. 그리고 나는 오늘의 이 마지막 케이크의 맛을, 그 특별한 달콤함을 평생 잊지 못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