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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길을 잃어 찾은 행복

by Camel

# 길을 잃어 찾은 행복


"여보, 구글맵이 안 돼요."


베네치아의 좁은 골목길 한가운데서 나는 당황한 목소리로 말했다. 스마트폰 화면은 계속해서 흰색 화면만 보여줄 뿐이었다. 남편과 나는 산마르코 광장에서 리알토 다리로 가는 길을 찾고 있었는데, 갑자기 이런 상황이 벌어진 것이다. 현대인의 필수품인 구글맵이 작동을 멈추자 우리는 마치 나침반을 잃은 항해사처럼 막막해졌다.


처음에는 당황스러웠다. 주변은 미로같이 얽힌 좁은 골목길들뿐이었고, 관광객들은 물결처럼 이리저리 흘러갔다. 길을 묻고 싶어도 현지인을 찾기가 쉽지 않았다. 잠시 서서 깊은 한숨을 내쉬는데, 문득 코끝을 스치는 달콤한 향이 느껴졌다.


"저기 빵집에서 나는 냄새인가?"


호기심에 이끌려 향기가 나는 쪽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좁은 골목을 따라가다 보니 작은 베이커리가 나타났다. 유리창 너머로 갓 구운 크로와상과 포카치아가 보였다. 우리는 잠시 길 찾기를 멈추고 그곳에 들어가기로 했다.


"부온조르노!"

주인 할머니의 밝은 미소가 우리를 맞이했다. 서툰 영어로 대화를 나누며 빵을 고르는 동안, 할머니는 손짓을 섞어가며 이 가게가 3대째 이어져 온 가족 베이커리라고 설명해주었다. 할머니가 추천해준 피스타치오 크로와상은 지금까지 먹어본 어떤 빵보다도 맛있었다.


빵을 먹으며 잠시 쉬고 있는데, 옆자리의 현지인 부부가 우리에게 말을 걸어왔다. 우리가 리알토 다리를 찾고 있다는 걸 알게 된 그들은 친절하게도 직접 안내해주겠다고 했다. 그들을 따라가는 동안 우리는 관광 가이드북에도 없는 아름다운 곳들을 보게 되었다. 오래된 교회, 숨겨진 작은 광장, 현지인들의 일상이 묻어나는 골목길들...


결국 우리는 리알토 다리에 도착했지만, 그날의 진정한 선물은 따로 있었다. 계획에 없던 발견들, 예상치 못한 만남들, 그리고 그 속에서 느낀 특별한 행복이 바로 그것이었다. 구글맵이 작동했다면 우리는 아마도 가장 빠른 길로 목적지에 도착했을 것이다. 하지만 그랬다면 그 작은 베이커리도, 친절한 현지인 부부도, 베네치아의 숨겨진 매력도 발견하지 못했을 것이다.


지금도 가끔 그날의 피스타치오 크로와상 맛을 떠올린다. 그리고 생각한다. 때로는 길을 잃는 것이 최고의 선물이 될 수 있다는 것을. 완벽한 계획과 효율만을 추구하다 보면 인생에서 가장 아름다운 순간들을 놓칠 수 있다는 것을. 베네치아의 미로 같은 골목길에서 나는 이런 깨달음을 얻었다.


현대 사회는 늘 정확한 길과 목적지를 요구한다. 하지만 가끔은 길을 잃어보는 것도 좋지 않을까? 그래야만 발견할 수 있는 특별한 행복이 분명히 존재하니까. 구글맵이 먹통이 되었던 그날, 나는 계획에 없던 행복을 만났다. 그리고 그것은 어쩌면 내가 진정으로 찾아야 했던 것인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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