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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옐로롸이트 Sep 13. 2023

고된 날, 고된 밤

어제저녁 급체를 했다. 


사건의 전말은 이러했다. 


다음 주에 일본 여행을 가기로 했는데, 일본은 아직 더운 여름이고, 요 며칠 우리나라도 너무 더워서 입을만한 반팔과 반바지를 사고 싶었다. 


하지만 의류시장은 이미 가을로 접어들어 어딜 가도 긴팔과 니트뿐 반팔에 반바지는 찾을 수가 없었다. 


COS의 옷을 좋아하는데, 베이식한 아이템들을 모아보려는 심산으로 집에서 꽤 거리가 있는 매장을 찾아갔다. 


거기도 온통 가을 일색이었지만, 방황하는 나를 보던 직원이 기본 반팔셔츠와 리넨 반바지를 찾아주었다. 


왠지 득템 한 마음으로 구입을 마치고 좋아하는 쌀국수를 먹었다. 


부모교육을 받으러 가야 했으므로 조금 서둘렀다. 


평소 좋아하던 유명한 강사의 강연이었다. 


밥을 먹자마자 차에 올라타 또 몇십 분을 운전해 강연장으로 갔고, 거기서 두어 시간을 또 움츠려 앉아있었다. 


기대와 달리 강연의 내용이 너무도 실망스러웠고, 시간이 아까워 후기조차 쓰기 싫었다는 평가는 뒤로한 채, 다음 일정이었던 병원으로 향했다. 


간수치와 염증수치를 보기 위해 잡힌 예약이었다. 다행히 염증수치는 내려왔지만 간수치는 여전히 높아 약을 줄이기로 했다. 


집에 돌아오자마자 하루종일 밖에 돌아다느라 밀린 일을 처리했다. 


그렇게 남편이 퇴근해서 집에 오기까지 또 내리 꼼짝없이 앉아있었다. 


그때까진 그냥 별 느낌이 없었는데 저녁을 먹고 산책을 하는 중에 속이 이상하게 불편하기 시작했다. 


한바탕 설사를 하고도 나아질 기미가 없이 계속해서 메스꺼웠다. 


모두가 알겠지만 토하는 건 정말 힘든 일이다. 큰 다짐이 필요한 일이다. 


'아 이건 토해야 해결될 문제겠다'는 결론에 이르렀고 그렇게 우다다 폭풍이 휩쓸었다. 


내용물(?)을 보아하니 점심이 얹혔음을 알 수 있었다. 


기절하듯 잠에 들었다가 새벽 2시쯤 다시 울렁거림에 깨어났고 결국 새벽 5시까지 화장실을 오가며 더 이상 아무것도 나오지 않음을 확인한 후에야 겨우 잠들 수 있었다. 


보통은 그러고 나면 다음날엔 괜찮아지는 편이었는데, 아침이 되고 점심이 되도록 속이 메스꺼웠다. 


포카리를 전자레인지에 20초 데워먹어도 보고, 죽도 조금 넘겨보았지만 나아지지 않아 결국 내과에 갔다. 


내과에서 받은 약은 내 생에 가장 먹기 힘든 맛이었지만 크만큼 효과가 좋았다. 


조금 살 것 같은 기분으로 일을 하다가 몸져눕기를 반복했다. 


밤잠을 거의 못 자 오후 5시쯤 까무룩 잠이 들었는데 친정엄마에게 전화가 왔다. 

(아이는 4시쯤 하원하여 친정에서 6시까지 놀다 온다.)


아이가 두드러기가 올라와 병원에 가야 할 것 같다는 것이었다. 


그때 시간이 이미 6시 40분을 넘겨 갈 수 있는 병원이 없을 듯했다. 


야간진료를 하는 동네 의원에 가서 알레르기 약만 겨우 처방받았다. 


주사를 맞았으면 바로 가라앉았을 텐데 연곳이 없어서 애가 탔다. 의원에선 자기네는 놓아줄 수가 없다고 했다. 


아이가 아플 때마다 생각한다. 


애들은 이렇게 밤에 자주 아프고, 맞벌이 부모가 아이를 데리고 병원에 갈 수 있는 시간은 저녁 이후인데.. 24시간 돌아가면서 의료진이 상주하는 어린이 병원이 지역마다 5개씩은 있어야 해.. 의대를 나오면 의무적으로 근무할 수 있게 해서 인력을 감당해야 해.. 국가적으로 관리해야 해.. 아이 키우기 정말 너무 서럽고 어렵다..


다행히도 두어 시간 지나니 두드러기가 가라앉았고 아이는 시름시름 잠이 들었다. 


어제부터 정말, 너무 고된 밤낮이었다. 


사실 지금도 살짝씩 울렁거림이 남아있다. 과연 오늘밤은 무사히 푹 잘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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