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렸을 때, 난 아기들을 참 좋아했다.
교회동생들 사촌동생들 조카들 등등 무수한 아기들이 내 손을 거쳐갔다.
하지만 그렇게 아끼던 아기들이 자라나고 서먹해지고 멀어지는 것을 보며 그런 생각을 했다.
'나도 내 아기가 갖고 싶다. 내 옆에 두고 늘 물고 빨 수 있는 내 거(?)가 갖고 싶어.'
육아를 하며 사는 지금, 그때의 그 간절한 욕심은 사라졌지만 그래도 그 어떤 소유욕이 충족됐다는 점에서 마음 한켠이 든든하다.
좋아하는 사람을 위한 것을 만드는 일은 행복했다. 즐거웠고, 애정을 가득 담았다.
하지만 그것 조차 결국은 내것은 아니었다.
내 작품을 가장 사랑해 줄 수 있는 사람은 결국 나다.
온전한 내 것이 필요해. 그런 생각이 들었다.
다른 사람의 것을 보고 모방하고 재구성해서 만드는 팬아트는 참 잘 만들어도, 나만의 세계관과 스토리를 가진 창작물을 만드는 건 여간 머리 아프고 힘든 일이 아니었다.
좋아하는 일이면서도 내 것인 것. 점차 범위를 좁혀가고 있다.
좋아하는 일이지만 남을 위해 만드는 건 그다지 내 마음을 채워주지 못하는 것 같다.
누군가 이미 귀엽게 그려놓은 이미지를 더 귀여운 나만의 스타일로 빚는다고 해서 그게 내 것이 되는 건 아니니까.
물론 이것도 경험해보지 않았다면 모를 일이다.
인맥이나 사회적 명성에 기대지 말자고 늘 생각하면서도 어쩔 수 없이 계속 그런 걸 신경 쓰고 있는 모습을 발견한다.
어쩔 수 없이 마음이 약하고 어딘가에 기대고픈 인간의 본성이겠거니, 스스로를 위해 변명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