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옐로롸이트 Sep 17. 2023

아이는 늘 나를 용서했다

며칠 전 아이 몸에 심한 알러지성 두드러기가 올라왔었다.


다행히 두어 시간 만에 가라앉았지만 이유를 알 수 없어 불안했다


그 후로 콧물이 심해져 이비인후과에 갔는데, 채혈로 각종 알레르기 성향을 테스트할 수 있는 검사가 있었다.


무엇을 조심해야 할지, 아이가 어떤 몸인지 이제라도 알아봐야 할 것 같아 검사를 받겠다고 했다.


피를 뽑는 게 좀 걱정이긴 했는데 늘 그랬듯 조금 울다 말겠거니 생각했다.


그런데 이게 웬걸, 너무 무섭게 피하며 우는 거다.


달래 보려고 새콤달콤을 먹였는데 채혈을 누워서 하는 바람에 울다가 기도로 넘어갈뻔해서 첫 번째 바늘을 꽂았다가 빼야 했다.


바늘이 황급히 빠진 자리에서 잠시 피가 맺혀 올라오고 닭똥 같은 눈물을 흘리는 아이를 보자 난생처음 느끼는 후회가 몰려왔다.


괜히 한다고 했나, 그냥 안 한다고 할까. 신생아 때 다 해줄걸, 이제 와서 하느라 아이를 너무 고통스럽게 한 걸까.


주사의 고통을 안 아이는 더 서럽게 울며 발버둥 쳤다.


어쩔 수 없이 아이를 붙들고 두 번째 채혈을 어렵게 마쳤다.


진심 어린 설움에 북받쳐 우는 아이에게 연신 사과하며 다 아물지 못한 팔로 끌어안고 토닥였다.


양팔에 붙은 밴드를 볼 때마다 입꼬리가 쭈그러지며 눈물을 뚝뚝 흘렸다.


원래 울음이 긴 애가 아닌데 약국에 가서 장난감을 세 개나 사주고서야 겨우 울음 끝이 떨어졌다.


그렇게 주말의 긴 하루를 붙어 보내며 미안함이 옅어지고 피곤함이 섞인 짜증을 쏟아냈다.


아이는 내 짜증에 눈치를 보거나 반항을 하거나 울기도 하다 잠들었다.


지친 하루를 마치고 자리에 누웠는데 너무 무섭다며 울던 아이의 얼굴과 짜증을 내던 내 모습이 겹쳐지며 눈물이 흐른다.


왜 이렇게 감정이 요동치는가 했더니 대자연의 그날이 다가오고 있는 듯했다.


아이는 잘못이 없는데, 그렇게 울다가도 다가와 안기고 매번 나를 용서했는데.


내가 얼마나 형편없는 엄마인가. 하고 후회하고도 내일 또 같은 실수를 반복하겠지.


할 수 있는 일은 그저, 많이 안아주고 자주 사랑한다고 말해주는 것 밖에.


통한의 반성문을 발행하고 아이 방으로 갔다.


하루종일 떼지 못한 지혈 밴드를 떼주었다.


아이가 칭얼거리기에 토닥이며 속삭였다.


‘우리 딸 사랑해. 엄마가 미안했어’


아이는 설핏 잠에서 깨어 대답해 주었다.


‘나도 사랑해’


베개에 떨어질 때 툭하는 소리가 나는, 아까 아이가 흘리던 그런 커다란 눈물이 쏟아졌다.


아무래도 내일 아침엔 눈이 부을 것 같다.

작가의 이전글 이연을 만난 지 일 년 후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