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휴가 너무 길었다.
연휴 전주엔 가족들과 해외여행을 다녀왔다.
돌아와서 여독이 풀리기도 전에 6일짜리 추석연휴가 들이닥쳤다.
너무 길어서 최대한 빨리 지나가라고 일정을 꽉꽉 채워 보냈다.
당연히 체력은 축났고 그 주에도 일을 제대로 할 수 없었다.
거기에 한글날이 낀 주말이 또 한 번.
이젠 정말 지쳤다고 생각할 때쯤 길고 길었던 연휴 릴레이가 끝났다.
당찬 마음으로 일을 시작해보려 했으나 어제는 너무 힘들어서 하루 쉬었다.
아무 방해도 받지 않고 혼자 있는 시간이 너무 간절했다.
그렇게 하루 숨을 고르고 오늘.
3주 만에 병원에 다녀오는 날이었다.
팔꿈치는 아주 조금씩 나아지고 있지만 일을 하면 여전히 시큰하고 아프다.
언제까지 이렇게 아픈 거예요?
불안한 마음에 물었다.
그동안 수술한 사람 중에 멍이 제일 심하게 든 편이라 아마 안쪽에는 멍이 더 있을 수 있다고 했다.
참 간사한 게 수술하고 깁스하고 풀고 그럴 때는 그렇게 감사하고 생명의 은인 같더니..
투병(?)이 길어지며 약간 살만해지자 그 마음도 서서히 옅어져 갔다.
그래도 정말 아주 조금씩 나아지고는 있으니 좀 더 기다려보기로 했다. 두세 달 까지도 아픈 사람들이 있다고 했다.
집에 돌아오니 카톡 이모티콘 심사결과 메일이 왔다.
결과는 당연히도 미승인.
그러리라 생각했었지만 한편으로는 만에 하나라도 바로 승인이 나면 어쩌지? 하는 실낱같은 근자감이 있었다.
미리 수정하고 다듬어서 다시 심사를 넣을까 했는데 뭔가 헛짓하는 느낌이라 그냥 미뤄뒀었다.
막상 이렇게 결과를 마주하니 생각보다 씁쓸하진 않은데, 문제는 다시 수정하자니 벌써 질린다는 것이다.
그렇게 귀여워 보였던 캐릭터가 벌써 지겨워지다니. 이럴 수가.
이게 내가 하고 싶은 일이 맞나 하는 생각이 또 들기 시작했다.
한 가지만, 한 가지에 집중해야 해.
그런 마음이 자꾸만 생기는데 그 한 가지가 무엇인지 모르겠다.
당장 결과와 보상이 따르는 원래 하던 일을 계속해야 할까.
하지만 그건 왠지 내 작업이 아니라는 생각이 자꾸 든다.
직접 만들긴 하지만 원재료가 내 것이 아니기 때문에 자꾸만 자격지심이 든다.
그렇다고 내 것을 1부터 100까지 만들어 내자니 벌써 벽에 부딪히고 지루하다.
이걸 어찌하면 좋을까.
남들은 나에게 재주도 많고 하고 싶은 일도 많아 부럽다고 하는데, 가끔 그 수많은 재주 속에서 길을 잃는다.
한 가지에 집중하지 못하고 자꾸만 헤매는 게 느껴진다.
집중할 수 있는 한 가지를 찾자니 나는 쉽게 질려 다른 일을 찾는 스타일이다.
이걸 하다 보면 저게 재미있어 보이고 그러다 질리면 또 다른 걸 해보고.
지금도 대체 오늘 하루 뭘 하며 보내야 하나 생각하다 머리가 꼬여서 글을 쓴다.
보통은 이렇게 주르륵 글을 쓰다 보면 답이 나오는 편인데 오늘은 정말 모르겠다.
그럴 땐 그냥 뭐든 잡히는 것을 잡고 해야 하긴 하는데..
오늘은 잡고 싶은 것도 없달까.
대자연에 시달리는 중이라서 이런 걸까.
재미있는 게 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