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만 그래요?
Q: 인생에서 가장 힘들었던 적은 언제였나요?
A: 저는 20살에서 21살이 되는 시점이 가장 심적으로 힘들었습니다. ‘어려서 몰랐다 ‘라는 변명이 통하지 않는, 온전히
제 행동의 결과에 대한 책임을 져야 하는 시점이 가까웠다는 생각 때문이었습니다.
갑작스러운 질문에 면접관들이 원하는 대답을 하지 못했던 건 사실이다.
면접관들은 코웃음을 쳤고 나는 마음을 내려놓았다.
그런데 아무리 생각해 봐도, 고작 20대 중반의 나는 이런 질문에 바로 답변할만한 힘든 일은 없었다.
정말 고민하고 절망하고 회의감을 많이 느꼈던 시기가 20살에서 21살이었기에 결국 그렇게 대답해 버렸고, 면접에서 추상적이고 감성적인 (?) 얘기를 했다 보니 비웃음을 산 것이다.
하지만 면접장의 다른 지원자들만큼이나 진심이었다.
나는 나이 먹는 것에 대한 두려움이 컸다.
각 나이대별로 기대되는 성과, 외모에 드러나는 노화, 숨이 차도록 쫓아가도 따라가지 못하는 세상 변화, 그리고 여기에 기인한 비난. 이걸 감당할 자신이 없었다.
이 두려움의 근원이 어디인가를 파고들었을 때,
문제는 한마디로 ‘남’이었다.
남이 나에게 기대하는 것, 남의 눈에 몇 살 같아 보이는지, 나이값은 하는지, 남에게 내가 멍청해 보이는 것, 남이 나를 비난하는 것.
내 삶에서 남을 어느 정도 지워야 한다는 뜻이었다.
그러려면, 나에 대해 치열하게 고민해야 한다.
내가 무엇을 좋아하는지 알고 내 주변을 그걸로 가득 채워야 한다.
그렇게 나이 듦을 즐길 줄 알아야 한다.
그림은 직접 그립니다: 인스타그램 @fashion_g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