퍼즐 맞추기

by 이경보

두 아들의 집중력을 높이기 위해 퍼즐을 사서 함께 맞추기로 했다. 500조각 퍼즐을 두 아들과 함께 완성한 후, 두 아들은 성취감을 느끼며 이번에는 1000조각에 도전하자고 졸라대는 바람에, 퍼즐에 서툰 나였지만 응하게 되었다. 여름 방학에 산 1000조각 퍼즐을 처음에는 셋이서 나누어 각자 맡은 부분을 열심히 맞추었다. 그러나 500조각 퍼즐 때와는 달리, 진행이 순조롭지 않았다. 초등학교 6학년인 작은 아들이 먼저 자리를 뜨고는 다시 퍼즐에 손을 대지 않았다. 뒤이어 중3인 큰 아들도 지쳐서 손을 떼었다.




퍼즐 맞추기는 잡념이 많거나 집중이 안 될 때 특히 어려워진다. 조급해지면 더 힘들고, 특정 부분에 집착하면 오히려 더 꼬인다. 한 조각만 찾아내면 큰 부분이 채워질 것 같지만, 그 조각이 나타나지 않아 신경이 곤두선다. 눈을 부릅뜨고 찾으려 하면 그 조각은 마치 숨바꼭질을 하듯 숨어버린다. 이럴 땐 그 한 조각에 집착하기보다는 다른 부분을 맞춰보는 것이 좋다. 그렇게 하면 집착에서 벗어나 피로감이 줄어들고, 그러다 보면 찾기 어려웠던 조각이 슬며시 모습을 드러낸다. 때로는 분류해 놓았던 조각이 다른 쪽의 조각일 때도 있고, 오른쪽에서 막히면 왼쪽이나 아래쪽으로 방향을 바꾸면 전체 그림이 자연스럽게 이어지기도 한다.




퍼즐 맞추기가 마치 인생을 닮았다는 생각이 문득 들었다. 살다 보면 마주하는 장벽들에 정면으로 맞서다가 상처를 입기도 한다. 때로는 정면보다 지혜롭게 돌아서 가는 것이 좋고, 잠시 멈춰서 심신을 쉬게 하면 문제들이 저절로 해결될 때도 있다.


퍼즐 속에 삶의 이치가 숨겨져 있다는 생각이 들게 되니까, 퍼즐 맞추기가 더디어도 그 자체로 즐겁게 느껴진다. 어차피 즐기자고 산 퍼즐인데, 무엇이 그리 빨리 완성하려 애쓸 필요가 있을까? 무아로 빠져들어 서서히 한 폭의 스케치처럼 맞춰지는 조각들을 보게 된다. 남편이 퍼즐에 몰두하는 나를 보고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며 “난 죽어도 못 해”라고 중얼거리는 걸 보면, 두 아들도 빨리 완성하려는 마음에 사로잡혀 이 과정을 즐기지 못했을지도 모른다. 우리는 언제부터인가 목표를 세우고 질주하는 데만 신경을 곤두세우며 그 과정의 즐거움을 잃어버린 듯하다.




법륜 스님의 즉문즉설이 떠오른다. 목표를 향해 질주하면서 그 과정 자체를 희생으로 여기고 즐기지 못하면, 삶에서 행복을 느끼는 순간은 너무나 짧다고 하셨다. 우리의 목표는 또 다른 목표를 불러오며, 빠르게 도달하는 것이 항상 좋은 것도 아니다. 빨리 도달한 것이 오히려 독이 될 수도 있고, 서서히 접근하는 것이 잃을 것을 줄여주는 경우도 있다.


우리의 인생 퍼즐은 끝없이 계속 이어진다. 하지만 인생의 고비마다 잠시 멈추어 돌아본 날들의 퍼즐들을 맞추어 보면, 인생의 이치를 깨닫고 그 깨달음으로 세상을 다시 바라보게 된다. 무의미해 보였던 조각들이 연결되면서, 내 인생의 시간이 결코 헛되지 않았음을 깨닫게 된다. 인생 퍼즐 맞추기는 죽음의 그날까지 계속된다. 그리고 저 생으로 옮겨갈 때, 이 생의 인생 파노라마의 퍼즐이 완성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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