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만 늘 그래!

by 이경보

“엄만 늘 그래!” 대학 1학년인 큰아들의 입에서 나온 이 말이 날카롭게 가슴에 꽂혔다.

“내가 뭘?” 나는 순간 당황해서 반문했다.
“엄마는 내가 당구 시합에 나간다고 할 때마다 표정이 안 좋아.”


생각해보니, 아들은 고등학교 때부터 당구 동아리에 들어가 시합에 몇 번 나갔고, 대학에 들어와서는 시합에 참여하는 빈도가 확실히 늘었다. 이제는 전국 규모의 시합에도 나가고, 학교 대표 선수로도 활약하고 있는 듯하다.




그렇지만 전자공학과에 들어가고 나서 아들은 몇 번이나 프로그래밍이 어렵다고 토로한 적이 있었다. 나는 주말이나 방학 때 프로그래밍 공부를 더 하면 좋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나 아들은 평소 학업이 힘드니 주말에라도 당구를 치며 스트레스를 풀어야 한다고 했다. 그리고 시합에 나간다고 특별히 연습 시간을 따로 할애하는 것도 아니라며 나를 안심시켰다. 한 번은 당구장에서 만난 사람들은 학교에서 만나는 친구들과는 다르고, 그들에게서 삶의 지혜를 배우기도 한다는 말을 하기도 했다.그 말에 나는 한편으로는 이해가 되면서도, 어딘가 모르게 아쉬운 마음이 남았다.




‘엄만 늘 그래.’
그 한마디가 심장을 관통해 머릿속 깊이 스며들었다. 사실, 아들에게 왜 그리 자주 당구 시합에 나가는지 직접적으로 말한 적은 없었다. 하지만 내 말의 억양과 표정에서 이미 그는 내 속마음을 읽고 있었던 것이다.




대학생이 되면 학업에만 매달리지 말고 동아리 활동도 하고 여러 사람을 만나 다양한 경험을 해야 한다고 나는 내 학생들에게 늘 이야기해 왔다. 그런데 정작 내 아들이 그렇게 알찬 대학 생활을 하고 있다고 하는데도, 왜 나는 이렇게 불편한 마음이 드는 걸까? 이 감정은 어디에서 비롯된 걸까?

바로 내 욕심이다. 부질없는 욕심, 쓰잘머리 없는 욕심!




대학에 들어가 처음 맞이한 여름방학, 아들은 친구 두 명과 함께 오토바이를 타고 대만 전국을 일주하는 여행을 떠났다. 그 멋진 풍경의 사진들을 보내오며 지금 어디쯤에 있는지 소식을 전한다. 내 아들은 지금 나보다 훨씬 멋지게 시간을 보내고 있다.


아들이 어느새 훌쩍 자라버렸다는 것을 문득 깨닫게 된다. 한 달, 반 년이 지나갈수록 그가 점점 더 나로부터 독립해 가는 것을 실감하고 있다. 예전에는 많은 일을 나에게 물어보고 상의하던 아이가, 이제는 자신이 스스로 결정하고 그 결정에 책임을 다하는 어른이 되어가고 있다. 얼마 전에는 함께 백화점에 갔을 때, 아들이 내 손을 꼭 잡고 걸어가는 것이었다. 내가 아들의 손을 잡고 걸어가던 게 엊그제 같은데, 이제는 내가 아들의 손에 기대어 걷고 있다. 어느새 나보다 훨씬 커버린 아들의 어깨를 보며 나는 조용히 속으로 말했다.

아들아, 고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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