큰아들이 대학에 들어가면서 용돈을 얼마 줘야 할지 고민했다. 그래서 먼저 사전 조사가 필요하다고 생각했고, 쉬는 시간에 내 학생들에게 한 달 용돈을 부모에게서 얼마나 받는지 물어보았다. 용돈을 받지 않는 학생들도 있었지만, 대다수는 한 달에 8,000원에서 10,000원(현재 환율로 약 32만 원에서 40만 원)을 받는다고 답했다. 대만 남부의 대학생 생활비 평균이 한 달에 약 10,000원(약 40만 원)이라는 결론을 내렸다. 남부는 북부에 비해 물가가 조금 저렴하기도 하다.
그래서 나는 평균보다 약간 더 올려 12,000원(약 48만 원)을 매달 1일에 주기로 했다. 이 금액은 숙소비를 제외한 식비와 생활 용품 등을 위한 생활비로 책정한 것이다. 가끔 옷이나 신발 같은 것은 따로 사주기도 했다. 물론 12,000원으로 친구들과 자유롭게 놀기엔 조금 부족한 금액이었다. 그래서 대학에 가면 아르바이트를 하라고 미리 이야기해 두기도 했다.
아들은 대학에 들어가면서 과외 알바를 했다. 과외 아르바이트비와 내가 준 생활비면 대학생이 걱정 없이 지낼 수 있는 금액이다. 하루는 나를 찾아와 아르바이트하면서 받는 스트레스를 하소연했다. 과외생 엄마만 열심이고 정작 과외받는 학생은 공부할 의욕이 없다고 했다. 그러면서 학교 공부로 시간이 없다고도 했다. 알바 그만두라는 말이 목구멍까지 올라온 걸 꿀꺽 삼키고, 같은 과의 학생들은 아르바이트하는 사람 없냐고 물었더니, 있다고 대답했다. 나는 시간 관리하면서 하고, 과외 알바니까 과제가 많은 날은 시간 조정하면서 해보라고 했다.
아들은 대학에 들어가자마자 과외 아르바이트를 시작했다. 내가 주는 생활비에 과외비까지 더하면, 대학생이 생활하는 데는 충분한 금액이었다. 하지만 어느 날 아들이 나를 찾아와 아르바이트로 인한 스트레스를 털어놓았다. 과외를 받는 학생은 의욕이 없는데, 그 아이의 엄마만 열심이라고 하소연하면서, 학교 공부 때문에 시간이 부족하다고도 했다. 아르바이트를 그만두라는 말이 목 끝까지 차올랐지만, 겨우 삼켰다. 대신 같은 과 친구들은 아르바이트를 하지 않느냐고 물었더니, 한다고 답했다. 그래서 나는 아들에게 시간 관리를 잘하면서 과외니까 과제가 많을 땐 시간 조율을 해보라고 말했다.
얼마 지나지 않아 주말에 아들의 얼굴을 마주했다. 아들이 내일부터 중부 지역으로 2박 3일간 당구 시합을 간다고 했다. 2박을 한다면 숙박비며 식비 등 비용이 만만치 않을 것이라는 걸 나는 알고 있었다. 고등학교 때도 몇 번 참가했기 때문이다. 그러자 나도 모르게 지갑으로 손이 갔다. 용돈을 주고 싶어서였다. 하지만 그 순간, 나는 멈칫하며 내 행동이 옳은지 다시 생각해 보았다. 자립심을 길러줘야 한다는 이성과, 생활비가 부족해 끼니를 거르는 건 아닐까 걱정하는 감정이 내 안에서 부딪쳤다. 돈을 주고 싶은 마음과 줘서는 안 된다는 이성이 격렬하게 충돌했다.
몇 번이고 지갑을 열려다 멈추고, 결국 돈을 주지 않았다. 이런 비용을 해결하기 위해 아르바이트를 권한 건데, 내가 돈을 줘버리면 아르바이트를 할 동기를 잃어버릴 테니까. 나는 아들이 돈과 시간의 소중함을 깨닫고, 사회 경험을 통해 성장하길 바라는 마음에서 아르바이트를 권했다. 그러나 내 감성은 끊임없이 이성을 흔들고 있었다.
문득 고향의 고등학교 동창이 떠올랐다. 그는 대학생 아들에게 햄버거 가게나 커피숍 아르바이트를 시키며, 사회 경험을 쌓게 했다. 고등학생인 아들에게는 통학할 때 버스를 타게 했고, 그 모든 것은 자립심을 기르기 위한 교육이었다. 경제적으로 넉넉함에도 불구하고, 그 친구는 자식에게 해줄 것과 해주지 않을 것을 명확히 구분해 실천하고 있었다. 그 모습을 보며 나는 그를 참으로 존경스러워했고, 본받아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동물들조차도 새끼들에게 자립할 수 있도록 가르치는데, 왜 우리는 자식을 자립시키는 것이 이토록 어려운 걸까? 자식을 성장시키길 바라면서도, 그 성장의 기회를 주지 않는 부모의 모순. 아마도 그래서 내 많은 학생들이 미래를 두려워하고, 사회 진출을 불안해하는 것일지도 모른다.
몇 번 비슷한 상황을 겪으면서 나도, 아들도 조금씩 익숙해지는 듯하다. 사랑하는 자식에게 물고기를 주는 대신, 물고기 잡는 법을 가르쳐야 한다는 말이 있지 않던가. 자립심을 길러주는 것이야말로 그들의 평생을 위한 가장 값진 선물임을 잊지 않고 실천하리라 다짐한다.
아들이 과외했던 첫 학생은 대학 입시를 치르며 1년간의 인연을 마무리했다. 이후 만난 새 학생에 대해 아들은 "괜찮은 학생"이라며 만족스러워했다. 이전의 경험이 있었기에 이번 만남이 더 소중하게 느껴지리라 생각한다. 그렇게 어느덧 2학년이 된 아들은 아르바이트와 학업을 병행하며 열심히 지내고 있다. 어제는 아르바이트해서 번 돈으로 노트북을 살 계획이라며 자랑스럽게 말했다. 그 모습이 참 기특하고 장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