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로 앞에 망설이는 아들

by 이경보

큰아들이 고등학교 입학 원서를 써야 할 때가 다가왔다. 다행히도, 그의 고입 성적은 모두가 만족할 만큼 나왔다. 성적만 놓고 보면 가오슝 지역에서 1순위로 손꼽히는 고등학교에 무리 없이 진학할 수 있었는데, 아들은 그 학교를 지망하지 않고 2순위 학교에 가겠다고 했다. 남편과 시댁 식구들, 그리고 나까지도 설득에 나섰지만, 아들의 마음은 확고해 보였다.


이유를 물어보니, 입시를 함께 준비해 온 친구와 같은 학교에 들어가고 싶다는 것이었다. ‘친구 따라 강남 간다’는 말인데, 그 정도로 끈끈한 사이는 아니었기에 이해가 가지 않았다. 무엇보다도 그렇게 열심히 준비한 끝에, 단지 친구와 함께 있기 위해 자신이 원하던 1순위 학교를 포기한다는 사실이 쉽게 납득이 가지 않았다.




자녀를 키우면서, 그들이 말하지 않는 것까지 이해하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지 새삼 깨닫게 된다. 조용히 아들을 불러 진짜 이유가 무엇인지 물어보았을 때, 그는 눈물을 글썽이며 속마음을 털어놓았다. 그가 겪고 있던 두려움은 상상 이상이었다.


1순위 학교에 들어가면, 그곳에서 잘하는 아이들 앞에서 주눅이 들지 않을까 하는 걱정. 석차가 뒤로 밀리는 것에 대한 부담을 감당할 수 있을지, 그로 인해 생길 스트레스를 견딜 수 있을지 걱정한 것이다. 그래서 2순위 학교에 들어가 마음 편히 공부하기로 결심한 것이었다.


"엄마도 네가 스트레스를 덜 받고 편안하게 학교 생활하며 공부하길 바래. 만약 스트레스를 영원히 덜 받을 수 있다면, 당연히 그쪽을 택하는 게 맞겠지. 하지만 3년 후 대입에서 전국의 고등학생들과 경쟁해야 할 거야. 지금은 잠시 피할 수 있지만, 그때의 스트레스가 더 클 수도 있어. 어차피 정해진 스트레스라면, 지금부터 네 실력을 파악하고 조금이라도 보완하며 준비하는 게 더 현명하지 않을까? 그리고 엄마는 네가 훌륭하다고 생각해. 다른 아이들도 네가 훌륭하다고 느낄 거야. 그런데 너 자신이 왜 그렇게 두려워하고 있는 거니?"


우리의 유일한 한계는 우리가 마음속에 설정한 한계다. (나폴레온 힐)




아들은 조용히 내 이야기를 들었다. 그리고 3일 후, 얼굴에 웃음을 띄우며 1순위 학교를 지망하겠다고 말했다. 입학 후 1년이 지나고, 또 2년이 지난 후에도 그는 몇 번이나 자신의 선택이 옳았다고 내게 말했다. 그가 학교에서 가장 큰 수확으로 꼽은 것은 좋은 친구들을 만난 것이라 했다. 특히 학교 운동복을 좋아해서, 주말에 외출할 때에도 즐겨 입곤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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