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결코 하나가 될 수 없는 소우주.
대구미술관으로 가는 길,
대공원역에서 미술관까지 순환버스가 운행된다.
미술관 앞마당엔 붉은 토끼들이 서 있었다.
조금은 생뚱맞지만,
여름 하늘이 그 어색함을 덮는다.
안으로 들어서자 서늘한 공기가 먼저 닿는다.
밖에서는 숨이 턱 막히던 더위가 이곳에선 잠시 멈춘다.
1층 전시실에서 영상을 보고, 2층으로 올라갔다.
딸과 나란히 걷는다.
각자의 속도로, 각자의 감상으로. 손성완 작가의 작품 앞에서 우리는 오래 서 있었다.
처음엔 물고기 떼 같고,
다시 보면 보리밭 위를 스치는 바람 같고,
또다시 보면 하늘을 가르는 새들의 군무 같았다.
“엄마, 나 이 작가 좋아.”
“응. 나도.”
그가 이미 세상을 떠났다는 사실이 조금 아쉬웠다.
전시를 마치고 나오며 우리는 조금 더 가벼워졌다.
그럴 때마다 새삼 느낀다.
우리는 참 닮았다.
엄마와 딸, 취향이 닮아가는 평행선.
전시를 마치고 미술관을 나오는 길,
우리는 조금 더 가벼워졌다.
연일 최고 기온을 경신하던 더위도 우리 여행의 장애물이 되지 못했다.
함께 걸었기에, 함께 나눴기에 이 순간은 이미 추억이 되었다.
우리는 결국 하나가 될 수 없는 두 개의 우주다.
서로 다른 궤도를 돌지만 더 멀어지지 않기로 한 사이. 수직이 아닌 수평의 거리.
닿지 않아도 평행을 유지하는 관계.
엄마와 딸은
인생이라는 긴 여행길에서 잠시 나란히 걷고 있을 뿐이다.
집으로 돌아오는 길, 우리는 서로를 바라보며 웃었다.
행복한 평행선.
우리는 그렇게 걷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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