빛나는 시리우스

아이들은 시리우스가 버틸 수 있는 가장 큰 기쁨

by 바람처럼

어제를 건너온 엄마들의 모습은 단단하면서도 담담했다.


“이렇게 모두가 힘든 시간을 지나왔다니…” 진현 엄마의 목소리는 떨리고 있었다.


2년 전 남편의 명예퇴직 이후, 겉으로는 늘 밝고 명랑하려 했지만 마음속에는 매일 태풍이 불었다.


그 진심이 처음으로 드러난 순간— 찬희 엄마도, 호승 엄마도, 지현 엄마도 고개를 숙이고 조용히 울고 있었다.


모두가 겪은 고비들이기에, 남의 일이 아니었다. 그래서 더 아프고, 그래서 더 다정하게 위로할 수 있었다.


잠시 침묵이 흐른 뒤, 호승 엄마가 조심스레 입을 열었다.


“전… 저만 힘든 줄 알았어요. 다들 그렇게 환하게 웃으셔서…”


그녀의 말투는 울음과 웃음 사이를 오갔다.


“근데요, 조금씩은 나아지고 있어요. 현실에 안주하지 않으려 노력하고, 무엇보다… 내려놓는 법을 배우고 있어요.”


그 말에 모두 고개를 끄덕였다.


겉으로 보기엔 시리우스는 풍족하고 단단해 보였다. 넉넉한 살림, 잘 자라는 자식들.


하지만 속을 들여다보면 모두가 각자의 무게를 지고 살아갔다. 끌어안고, 때로는 견디며 하루하루를 건너가는 사람들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이들이 잘 자라주는 것. 그게 시리우스가 버틸 수 있는 가장 큰 기쁨이고, 삶의 원천이었다.


헤어짐은 늘 아쉽다. 서로 등을 두드리며 조용히 작별하고, 하나둘 돌아섰다.


집에 도착할 즈음, 찬희 엄마에게 전화가 왔다.


“서빈 엄마, 나 엉뚱한 데서 버스 기다렸지 뭐야. 지나가던 사람들 덕에 겨우 찾았네. 그래도 내가 결국 해냈잖아, 장하지 않아? 하하.”


여전히 엉뚱하지만 환한 웃음. 그 목소리에 서빈 엄마도 비로소 미소를 지었다.


‘사람이 잘 산다는 건 뭘까.’ 서빈 엄마는 생각했다.


시리우스는 이 시대 중산층의 전형 같은 사람들이었다. 그들이 이렇게 흔들린다는 건— 우리 사회의 중심이 함께 흔들리고 있다는 뜻 아닐까.


세상은 위기와 불안을 쏟아내지만 오십을 넘긴 우리에게 그 모든 건 낯설고, 급작스럽다.


갑자기 적응하고, 갑자기 받아들이라고? 마음속에 조용한 반문이 일었다.


그 순간, 스마트폰 화면에 폭포처럼 쏟아지는 단톡 알림.


<이제 도착! 오늘도 반가웠어요~ 좋은 밤 되시고, 건강하세요. ^^>


서빈 엄마는 조용히 웃으며 메시지를 보냈다.


<다들 무사히 들어가셨죠? 오늘… 고맙고, 행복했어요.>


세상의 모든 사람은 자신만의 짐을 지고 살아간다.


그 짐이 가볍다거나 무겁다거나 비교할 수 있는 성질의 것이 아니라는 걸 이제는 안다.


중요한 건 그 무게를 견디는 힘, 그리고 때로는 스스로 벗어나는 지혜.


바람이 분다. 유월의 장미향이 창문 사이로 스며든다.


집 안 가득 퍼지는 향기처럼, 우리의 오십 이후도 조용히, 은은하게, 달콤하기를.

서빈 엄마는 미소를 머금고 천천히 눈을 감는다.


아이들과 엄마들 모두가,

그 향기 속에서 그들의 내일을 건너가고 있었다.


<끝>


다음은 알콩달콩한 'AI와의 사랑'으로. 이어가겠습니다. ^^

일요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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