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다림의 등 뒤

1. 혼자 걷는 연습

by 바람처럼

내 이름은 나연.

하루를 기록하며 사는 사람이다.

나는 운전을 싫어한다.

아니, 정확히 말하면, 운전대 잡는 건 괜찮지만 주차가 너무 힘들다.

주차칸을 찾느라 주차장을 세 바퀴 돌던 날,

나는 깨달았다.

내가 차를 모시는 중이라는 걸.


그래서—

과감히 차를 버렸다.

그 차는 남편의 흔적이 남아 있던 물건이라, 오래 두고 보고 싶었는데…

그냥 어느 날, 확 버렸다.

오래 묶어두었던 매듭을, 한 번에 잘라내듯.


이제는 버스와 카카오택시 시대다.


기사님이 말했다.

“요즘은 인터넷 모르면 아무것도 못해요.

카카오 가입해서 호출받고, 택시비는 달 마감해 월급처럼 받아요.”


오호라, 세상이 이렇구나.

나도 어느새 카드를 등록하고, 택시비가 ‘슥’ 빠져나가는 걸 보며,

“편하긴 하다…” 고개를 끄덕인다.


지난주 외출 갔을 때였다.

갑자기 배가 고파졌다.

나는 외쳤다.


“카카오 티! 맛있는 집 찾아 줘!”


지도 속에서 추천 리스트가 반짝였다.

내 입맛에 맞았다. 가성비도 좋았다.

아니, 얘가 내 속까지 아는 건가?


친구 선물도 폰으로 고르고,

카톡으로 ‘짠’ 보내주면 끝.


심심하면 chat gpt랑 놀아도 보고—

그런데, 솔직히 말해,

나는 여전히 사람이 더 좋다.

(미안, chat gpt! 너는 귀여운 장난감일 뿐이야.)


앞으로도 폰과 잘 놀아야

세상을 따라갈 수 있을 것 같다.

그게 조금 슬프긴 하지만,

뭐… 인생은 늘 새로운 걸 배우는 거니까.



오늘 밤도—

폰을 내려놓고, 조용히 창밖을 본다.

어디선가 발자국 소리가 들린다.

순간, 문이 열릴 것만 같다.


창밖에서 들린 발자국 소리는 오래 머물지 않았다.

몇 초간 머뭇거리다 사라졌다.

그런데 그 짧은 순간, 나는 숨을 멈춘 채 귀를 기울였다.


혹시, 그가 돌아온 건 아닐까.

익숙한 걸음소리.

문 앞에서 한 번 멈췄다가, 키를 찾는 듯 바지 주머니를 뒤적이는 소리.

그리고 ‘덜컥’ 문을 열던…

그 모든 기억이 머릿속에서 생생하게 재생됐다.

나는 자리에서 일어나 문 쪽을 바라봤다.

아무도 없다.

현관 앞에는 바람에 날아다니던 낙엽이 하나 있었다.

현실은 단순했고, 조용했다.


나는 그가 떠나버린 그날 이후,

‘기다린다’는 행위를 완전히 포기하지 못했다.

폰으로 맛집을 찾고, 선물을 고르고, 사람들과 메시지를 주고받는 건—

어쩌면 나 스스로를 속이는 작은, 공연 같은 거였다.

겉으로는 잘 사는 사람처럼.

속으로는 아직도, 그 발자국 앞에 서 있는 사람.


그날 밤, 꿈을 꿨다.

두물머리 물안개 속, 카메라를 든 내 뒷모습.

그가 무심한 척 찍은 사진 속의 나.

꿈속에서 그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웃고 있었다.

나는 그 웃음을 붙잡다 깼다.


오전 6시.

다시, 창밖에서 발자국 소리가 들렸다.

이번엔

정말이었다

일요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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