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발자국의 정체
심장이 세게 뛰었다.
나는 숨을 죽였다.
발자국 소리는 현관 앞에서 멈췄다.
문틈 아래로 그림자가 스쳤다.
손잡이를 잡을까, 말까.
만약 열었는데…
아무도 없으면?
아니면, 정말 그가 서 있으면?
그 어떤 경우에도 나는 무너질 것 같았다.
결국, 나는 문을 열지 못했다.
대신, 초인종 소리를 기다렸다.
그때—
“엄마, 저예요.”
낯익은 목소리.
아들이다.
"이 시간에 무슨 일이야?"
깜짝 놀라 문을 열자, 아들이 손에 아이스크림 봉지를 들고 서 있었다.
숨이 턱 막혔다.
왜 하필 그 아이스크림일까.
"이 시간에 웬 아이스크림이야?"
나는 웃는 척 물었다.
아들은 아무렇지 않게 말했다.
“그냥… 아버지 생각나서요.”
나는 아이스크림 봉지를 받아 들고, 부엌으로 돌아섰다.
눈물이 쏟아질 것 같아, 등을 보였다.
냉동고를 열어 아이스크림을 넣는 동안, 발자국 소리가 머릿속에서 지워지지 않았다.
오늘 들린 발자국은…
분명히, 그와 똑같았다.
아들이 떠난 뒤, 나는 아이스크림 하나를 꺼냈다.
포장을 뜯으니, 차가운 바닐라 향이 퍼졌다.
그 향이 어쩌면, 내 삶이 그를 떠나보낸 뒤에도
계속 살아가게 만드는 유일한 증거인지도 몰랐다.
내가 기다리는 건 그가 아니라,
그와 함께 살던 나였다.
그가 없어진 뒤, 나는 오랫동안 사진기를 들지 않았다.
우리 둘이 담았던 풍경들이,
현상되지 않은 필름처럼 가슴에 묶여 있었기 때문이다.
그러다 오늘, 아침 햇살이 창문을 파고드는 순간, 이상하게도 그가 내 이름을 부르는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나연아, 이 빛 좀 봐.”
그때처럼,
나도 모르게 카메라를 집어 들었다.
렌즈 캡을 열자, 숨이 조금 가빠졌다.
손끝이 미세하게 떨렸다.
마치 그와 함께 사진을 찍으러 나가던 날처럼.
목적지는 정하지 않았다.
그냥 버스를 타고, 창밖으로 흐르는 거리를 바라봤다.
정차할 때마다, 눈에 들어오는 빛과 그림자를 쫓았다.
두물머리에 도착했을 땐, 아직 이른 오후였다.
강 위에 햇빛이 부서지고, 바람이 얕은 물결을 만들었다.
나는 카메라를 들어 셔터를 눌렀다.
‘찰칵.’
그 순간, 이상하게도 마음이 가벼워졌다.
프레임 속에는 풍경만 있었지만, 나는 알았다.
저 빛과 물결 속에 그가 있다는 걸.
아니, 그를 느끼며 살아가는 나도 있다는 걸.
강가를 따라 걷다, 벤치에 앉아 사진을 확인했다.
의외로 잘 찍혔다.
마음에 포근한 바람이 스며든다.
나는 오늘 다시 걸었다.
이제는 그를 두고 가는 게 아니라
그를 품고 가는 것이다.
집으로 돌아와 사진을 컴퓨터에 옮겼다.
아이스톡 페이지에 로그인하고, 사진을 업로드했다.
나는 천천히 숨을 내쉬며 마지막 파일명을 입력했다.
‘April_Light.jpg’
그와 처음 만난 달.
그가 떠난 달.
그리고 오늘의 빛.