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다림의 등 뒤

3. 초대장

by 바람처럼

사진을 올리고 하루가 지났다.


사실 큰 기대는 없었다.

내 사진이 바다에 던져진 조약돌처럼 조용히 가라앉을 거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다음 날 아침, 메일함에 알림이 하나 떠 있었다.


"귀하의 사진 ‘April_Light’가 이번 달 추천작으로 선정되었습니다."


처음 보는 발신자였다.

문화재단 사진 공모전 관계자라고 했다.

그들은 사진을 보고, 다가오는 전시회에 초대하고 싶다고 했다.

심지어, ‘작가 소개’ 코너에서 내 이야기를 짧게 실을 수 있느냐고도 물었다.


손가락이 키보드 위에서 망설였다.


‘작가’라니.


순간, 그의 목소리가 들리는 듯했다.

“나연아, 그냥 해. 빛이 좋을 땐 멈추면 안 돼.”


나는 결국 답장을 썼다.

“참가하겠습니다. 제 이야기를 조금 나누고 싶습니다.”


그날 오후, 아들이 퇴근하고 들렸다.

“엄마, 왜 이렇게 신이 났어요?”

나는 모니터를 가리켰다.

아들은 메일을 읽고, 웃음을 터뜨렸다.

“엄마, 이건 그냥 초대가 아니라—

앞으로의 시작 같아요.”



메일을 닫고, 탁자 위에 놓인 카메라를 바라봤다.

검은 바디에 손때가 묻어 있었다.

그의 손과 내 손이 함께 쥐었던 흔적이었다.


나는 그 카메라를 조심스레 들며 중얼거렸다.

“같이 가자. 이번엔 우리가 먼저 빛을 찾아가자.”



〈 미공개 사진〉


전시 준비를 위해 하드디스크를 켰다.

폴더 안에는 수천 장의 사진이 날짜별로 정리돼 있었다.

나는 기계적으로 클릭하며, 전시 컨셉에 맞는 사진들을 골라냈다.


‘2019_4_Dumulmori’ 폴더에서 손이 멈췄다.

그날은 바람이 잔잔했고, 물빛이 유리처럼 고요했던 날이었다.

우리는 나란히 강가를 걸었고, 나는 카메라를 들고 풍경에 빠져 있었다.


그리고 그가, 내 뒷모습을 몰래 찍었다.


사진 속 나는 긴 코트를 입고, 두물머리의 물안개 속에 홀로 서 있었다.

머리칼이 바람에 흔들리고, 손끝은 카메라 셔터 위에 가볍게 얹혀 있었다.

그 순간의 내가 누구보다 ‘사진가’ 같았다.


그가 그 사진을 슬며시 보여주던 날이 떠올랐다.

“나연아, 이거 네가 찍은 사진보다 내가 더 잘 찍은 것 같아.”

나는 웃으며 핀잔을 줬지만, 사실 속으로는 무척 기뻤다.


모니터 속 그 사진을 한참 바라보다가, 나는 마음을 정했다.

이번 전시의 마지막 작품으로 이 사진을 걸기로.


제목은 ‘기다림의 등 뒤’로 했다.


그는 떠났지만, 그날의 빛과 바람과 공기는 여전히 곁에 있었다.


전시가 열리는 날, 그 사진 앞에서 나는 속삭일 것이다.


“당신이 찍어준 나.

오늘 세상에 나왔어.

잘했지?”

일요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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