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교회에서 A 집사님이 중고등부 학생들에게 특별강의를 했다.
주제는 '중고등학생의 시간관리 학습법.'
A 집사님은 대학에서 '해양안전'분야 교수로 일하고 계신다.
'세월호'가 침몰해, 많은 학생이 목숨을 잃었는데, 침몰 원인 중 하나가, 구조변경이 잘못되었기 때문이었다. 집사님은 공기업에서 선박의 안전성을 점검하는 일을 오래 해왔다. 그러다, 작년에 은퇴한 후, 모 대학에 해양안전분야 교수로 채용되셨다.
힘들게 공부하는 아이들에게, 본인의 공부 노하우를 이야기해주고 싶다고 하셨다.
특강에는 중고등학생 10여 명, 중고등부 교사와 부모님 몇 분이 참여했다.
나는 교회에서 중고등부 부장을 맡고 있다. 주일마다, 아이들과 함께 예배를 드리고, 말씀을 포럼하고 있다. 아이들과 상담을 하다 보면 가장 많은 고민이 공부이다. 이렇게 하소연을 한다.
"시험기간인데 집중이 잘 안 돼요. 시험점수가 안 나와, 부모님께 꾸중을 들었어요."
"학원에 열심히 다니는데도 성적이 오르지 않아요."
아이들의 신앙생활에 큰 영향을 미치는 부분도 학교생활과 공부이다.
대학 교수로 계신 집사님이, 어떤 획기적인 공부방법을 전해줄까 기대가 되었다.
A 집사님은 먼저, 자기 경험을 소개해주셨다.
"중고등학교 때 공부를 안 했다. 수업이 끝나면 놀았고, 시험 때가 되면 그제야 공부를 했다. 중학교 때까지는 그럭저럭 점수를 받았다. 그런데, 고등학교부터는 이게 통하지 않았다. 전교 20등까지 했던 적도 있고, 반에서 꼴찌도 해보았다. 어떤 때는 공부를 안 해 '0점'을 받은 적도 있었다."
"대학에 가서야 공부를 해야겠다 마음먹었다. 왜 공부해야 하는지, 목표를 정하는 게 중요하다. 수업시간에 노트를 하고, 이걸 복습하면서, 그날 배운 내용을 내 것으로 만들고, 모르는 것은 교수님에게 질문했다. 이러면서, 공부에 재미가 붙었고, 성적이 올라가는 뿌듯함도 맛보았다."
그러면서, 요즘 청소년들의 문제점을 지적한다.
첫째, 공부를 왜 하는지 목표가 없다.
부모님이 하라니까 한다. 공부를 하면 뭐가 달라지는지, 내 인생에 어떤 영향을 끼칠지 고민하지 않는다.
둘째, 핸드폰에 너무 많은 시간을 빼앗긴다.
인생에 도움이 되지 않는 게임, 인스타, 유튜브에 시간을 허비한다. 심각한 것은 자기가 얼마나 중요한 시간을 낭비하고 있는지도 모른다는 것이다.
셋째, 학교수업을 들은 후, 복습하는 시간이 없다.
학원에 다녀온 후에도 복습을 거의 하지 않는다. 많은 것을 듣는데, 스스로 생각하며 공부하는 시간이 없다. 어찌어찌 내신성적은 나오는데, 모의고사 성적은 형편없다.
공부를 잘하는 방법.
내신성적뿐 아니라, 모의고사와 수능성적도 함께 올릴 수 있는 방법.
A 집사님은 이를 위해 '반드시 해야 할 것', '한 가지 해결책'이 있다고 강조했다.
무엇이 가장 중요할까? 궁금했다.
모두 귀를 쫑긋하고, 다음 이야기를 기대했다.
그런데 추천해 준 해결책은 의외로 너무 단순했다.
학교에서 배운 것을 매일 복습하라
이게 전부였다.
여기에 덧붙여, '복습을 하지 않을 거면, 학원도 가지 마라'라고 했다.
아이들은 '복습을 해라' 말씀에는 반응이 없었다. 그런데, '학원 가지 마라'는 이야기가 나오자 좋아했다.
아이들이 학원에 가 있으면, 부모님들은 안심이 된다. 우리 아이가 '열심히 공부하고 있다'는 생각에 마음이 편안해질 수 있다. 하지만 학원은 공부실력 향상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한다.
오히려 이게 독이 된다고 한다. 아이들은 학원에서 공부를 많이 했다 생각하고, 학원을 다녀온 후 보상심리로, 더 열심히 스마트폰과 게임에 집중하는 악순환을 반복한다.
특강을 마치면서, 집사님은 한번 더 강조하셨다.
"학교수업, 학원수업은 내 실력이 아니다. 학교에서 배운 것을 스스로 복습할 때, 내 실력이 된다. 반드시 그날 배운 것을 그날 복습해라, 공부에 재미가 붙을 것이다."
특강을 들으며, 나의 학창시설 생각이 났다. 그때는 학원이라는 자체가 없었다. 학교 수업이 전부였다. 그날 배운 것을 복습하고, 모르는 게 있으면 친구나 선생님께 물어보았다. 그래도 상위권의 성적을 내고, 대학 입시를 치르는데 전혀 어려움이 없었다.
우리 아이들이, 남이 가르쳐 주는 것을 그냥 암기하는 '주입식 공부'에서 벗어나, 스스로 생각하고 고민하며 공부하는 '복습하는 습관'을 가질 수 있도록 도와주어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