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의 프로젝트 이름은 무엇인가요

돌아가지 않아도 괜찮은 여행에 대하여

by HANA

나는 대단한 사명감을 가진 영웅이 되고 싶었던 적이 없다. 그저 내 자리에서 맡은 일을 잘 해내고 싶었을 뿐이었다. 전 직장에서 열정과 건강을 갈아 넣는 동안,

나는 조금씩 무너지고 있었다. 아픈 가족을 곁에 두고도 아무렇지 않은 척 버텨야 했고 병가를 내기 위해서조차 4개월이라는 시간을 묵묵히 견뎌야 했다.


그런데도 돌아온 건 이해가 아니라 아픈 가족을 핑계로 도망치는 사람이라는 차가운 시선이었다. 나는 결국 떠났다. 왕복 4시간의 거리와 무너지는 마음을 더 이상 감당할 수 없어서 그저 숨을 쉴 수 있는 곳이 필요해서. 그렇게 떠밀리듯 새로운 직장인 이곳으로 왔다.




그 과정에서 나는 내가 원해서가 아니라 살기 위해 문제를 해결하는 사람이 되었다. 〈프로젝트 헤일메리〉의 그레이스 박사처럼.


그 역시 자원한 영웅이 아니었다. 기억을 잃은 채 우주 한복판에 던져졌고 살기 위해 계산기를 두드렸을 뿐이다. 하지만 그는 홀로 남겨진 줄 알았던 우주에서 로키를 만났다.


자신만큼이나 절박하고 외로운 그러나 끝내 포기하지 않는 존재. 낯선 언어를 배워가며 서로를 이해하고

끝내 서로를 위해 자신을 내어주는 우정.


그것은 대의가 아니었다. 순수한 선의였다. 돌아갈 수 없다는 걸 알면서도 다시 방향을 틀어 친구를 향해 나아가는 선택. 그 무모하고도 다정한 선택이 결국 그를 영웅으로 만들었다.




우리는 저마다의 로키를 품고 살아간다. 서로의 언어를 완벽히 이해할 순 없어도 그저 곁에 있다는 것만으로 다시 계산기를 두드릴 힘을 얻는 그런 존재를.


돌이켜보면 나 역시 선택의 순간마다 거창한 이유는 없었다. 그저 버티기 위해, 무너지지 않기 위해, 오늘 하루를 살아내기 위해 움직였을 뿐이다.





그런데 지금은 조금 다르게 생각한다. 우리는 모두 처음부터 편도 여행 중이라는 것을. 돌아갈 수 없는 시간 속에서 각자의 자리에서 떠밀리듯 앞으로 나아가고 있다는 것을.


그래서 어쩌면 영웅이 된다는 건 대단한 사명을 완수하는 일이 아니라 돌아갈 수 없다는 걸 알면서도 누군가를 향해 방향을 틀 수 있는 사람이 되는 것.


그게 전부 인지도 모른다.


나는 아직 내 프로젝트의 이름을 알아.


하나. HANA. 단 하나뿐인 나만의 것.

그래서 인생이 아름답고, 돌아가고 싶지 않을 만큼

그 순간의 최선의 선택.



그렇다면 당신의 프로젝트 이름은 무엇인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