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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우경 Jun 20. 2022

제주, 교사...

  창밖으로 푸른 바다가 보인다. 생각해 보니 내가 근무하는 이곳은 해수욕장으로 이름이 알려져 있는 제주에서도 유명한 휴양지였다. 그런데 아무리 유명한 휴양지일지라도 매일 똑같은 루틴으로 일을 하고 있는 나에게 저 창밖의 바다는 그저 바다일 뿐이다. 교사가 된 지 20년쯤 되니 일이 인생이 되는 것에 대한 저항과 지금이라도 직업이 차지해 버린 자리를 나의 자리로 되찾고 싶다는 욕망이 사춘기 아이처럼 불쑥 고개를 내민다. 어느 날 창 밖의 먼바다를 보다가 갑자기 무턱대고...


  제주에서 태어나 제주에서 대학을 나오고 초등학교 선생님이 되었다. 그새 '제주'와 '교사'는 나를 표현하는 큰 타이틀이 돼버렸다. 육지 사람(제주에서 다른 지역 사람을 부르는 호칭)에게 휴양과 힐링의 이름이 되는 '제주'와 부도날 일 없이 꼬박꼬박 월급이 나오고 때 되면 연금 받으며 살 수 있는 안정적인 직업인 '교사'는 누군가에게는 만족과 염원을 주는 자리일 테다. 이러한 자리에 있음에도 40대 중반이 되니 뻔뻔하게 분명하지도 않은 꿈을 어린아이처럼 만지작 거리게 된다. 마지막 열차가 곧 떠나 버릴 거 같다는 조바심이 어딘지도 모를 목적지를 향하여 출발하는 열차의 탑승을 고민하게 만든다.


   학교에서 담임교사, 전담교사를 하며 대략 20년 일하였고, 생활부장, 연구부장 등 주요 보직도 맡아 장기근속하며 승진하는 꿈도 꾸었다. 열의와 가치관의 영향으로 해외 및 국제학교 파견, 수업을 더 잘하기 위한 노력과 연구, 평가 강사 등을 하며 해마다 성장하는 교사라는 자부심을 갖고 수년간 열심히 살았다. 공교육 교사는 교사 자신이 지치고 희생도 좀 하더라도 학생을 생각하고 교육의 질을 높이기 위해 스스로 사명감 있게 노력해야 하는 자리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그러한 노력은 교사를 서비스 공급자로 생각하는 무례한 교육 소비자들에 의하여 한순간 무너져 버렸다. 어쩌면 한순간은 아닐 수도 있다. 코로나로 인한 과다하게 주어진 책임과 미약한 교권 보호의 무기력한 현실에 조금씩 부식되고 쓰러져 왔는 지도. 교육의 힘을 믿으며 부지런히 살아왔지만 그 힘은 결국 한계를 맞이하는 듯하다.  조건 없는 사랑 열의로 가득 찬 공교육 선생님들이 더 이상 상처받지 않기를 바랄 뿐이다. 교사에 대한 감사함, 존경, 예의 없는 교육 소비자들에게 교사는 소비재이고 도구이다. 그런 학부모와 맞닥뜨린 나의 모든 의지는 전소되어 타 없어져 버렸다. 현장에는 재만 가득할 뿐이다. 그러나 전소된 마음과 이성은 정신이 번쩍 들어 어느 때보다 따스히 자신을 토닥이며 사랑해 주고 있다.  교사로서의 고민과 노력을 멈추니 훨씬 삶이 재미있어졌다. 애쓰지 않아도 되니 마음과 몸도 편안해졌다. 삶의 변곡점이 이렇게 찾아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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