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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우경 Jun 22. 2022

교사에게 일과 삶의 균형이란

일을 하는 이유에는 여러 가지가 있다. 돈벌이, 자아실현, 보람, 재미  개인으로서 여기는 목표와 가치뿐만 아니라 일은 공동체를 유지, 발전시키는 메커니즘의 원동력이다. 모든 일은 나름의 존재 이유와 가치를 지니며 개인과 공동체의 삶을 이끈다. 그런데 일이 개인과 공동체의 삶을 균형 있게 이끄는 것이 아니라 개인의 삶이 일이 갖는 힘과 공동체의 권위에 의하여 파괴되는데 문제가 발생한다. 요즘에 많은 사람들이 추구하는 '워라밸(Work and Life Balance 줄임말로 일과 삶의 균형이라는 )' 현상에서   있는 것처럼 개인은 공동체의 번영보다는 각자의 삶을  챙기고, 인간으로서 스스로 목적이 되고자 하는데 주력하려 한다. 자본과 공동체의 권위에 반기를 들고 스스로 종속된 프레임을 벗어던지는 것이다.  존재로서 존엄과 실존적 자아를 지키고자 의식적으로 적당히 일하기,  삶을 챙기며 일하기  일과 삶을 분리하여 생활하려고 많은 현대인들이 노력하고 있다. 물론 일이 개인의 삶을 얼마나 인정하거나 고려하는가의 여부는  형태가 천차만별일 테다. 어떤 일에 있어서 개인은 여전히 부속품이며 존엄함을 보장받지 못하는 일도 수두룩일 테고 어떤 일에서는 개인과 공동체의 공생과 동행이 발전적인 일의 양상이 되어야 한다는 시대의 흐름을 일찌감치 깨닫고 워케이션(일과 휴가의 합성어로 원하는 곳에서 일과 휴가를 동시에 할 수 있는 새로운 근무제도), 재택근무  유연한 근무 환경 등의 변화로 자체 리모델링을 추진한. 산업사회를 살아가며 인간은 일의 수단일 수밖에 없었다. 이제는 로봇이  일을 대신한다고 예견하지만  로봇에 일자리를 빼앗길까 오히려 인간은 두려워한다. 일이  인간 존재의 목적이  이유이다. 우리가 당연히 중요하게 여겼던 가치들, 성실과 근면함, 성과주의와 능력주의는 산업사회에서 개인을 쓸모 있는 수단, 도구적 가치를 매기는 방식이었다. 산업사회를 비롯한 공동체의 번영을 위해 개인은 쓸모 있는 역할을 각자의 자리()에서 수행해야 하는 하나의 부속품이었다고 말해도 과언이 아니다.


교사를 하며 일과 개인의 삶을 균형 있게 추구하겠다는 결심을  보았으나 쉽지 않다. 고품격 인테리어로 깔맞춤 하여 시작한 신혼집도 아이를 낳는 순간 바닥에 유아매트가 깔리고 아이 용품으로 가득  집은 점점 어린이집처럼 간다. 아무리 개인의 삶과 실존을 우선시하는 부모일지라도 아이를 낳게 되면 부모의 입맛이나 생활 패턴과는 상관없이 짜고 매운 음식이 사라진 식단으로,  9-10시면 일찍 잠자리에 들게 되는 아이에게 맞춰진 모습으로 생활 전반 변화한다. 이처럼 아이와 관계된 일을 하면서 아이와 분리되어 나의 존재를 찾기란 정말 어렵다.  이것을 직업병이라고 부르기도 한다. 책을 읽을 때도 모든 생각이 교육에 쏠리고, 관심 분야 또한 가르치는 일과 동떨어져 생각하지 못하는 자신의 모습을 종종 발견한다. 책을 통하여 얻게 되는 각종 지식이나 영감도 결국 아이들을 위한 쓰임이  기회로 삼기 위해 머리를 굴릴 때가 부지기수이며, 수단인 일은 어느새  삶의 목적이 되어 있다. 어디서 무엇을 하든 간에  전반의 기류를 좌지우지한다. 심지어는   내산 여행을 가서도  아이들에게 경험을 공유하고 싶어 사진이나 동영상을 열심히 찍어댄다.  


 명의 담임교사가 담당하는 학생들은 대략 25 정도 되는데(물론 학교마다 다르다.)  아이들의 가정환경, 학업 수준, 생활 성향 등이 각양각색 다른 아이들이 고루 섞여 있다.  아이들의 특성을 5월쯤 되면 담임교사는 대략 정확히 파악하게 된다. 학업이나 생활에 있어서 도움과 지원이 필요한 아이들에게는 부모 못지않은(어떠한 경우에는 부모보다 ) 관심과 신경을 쓰게 된다. 가정환경 또한 만만치 않다. 집에서 보살핌을  받지 못하여 아이의 현재 상태가 불안정하거나 정서나 학습면에서 도움이 필요한 아이들은 각반에 항상 존재하는데, 어떨 때는  빈도나 정도가 심하여 담임 혼자서 감당하기가 매우 힘들 뿐만 아니라 퇴근 후 교사 개인의 삶(가정이 있는 경우에도)에 지장을 초래하는 경우도 허다하다. 처럼 아이들을 상대하고 가르치면서 일과 삶의 균형을 추구하겠다는 워라밸의 의지는 시시 때때로 잊히고 꺾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일은 일일 뿐이다. ‘애정과 열정 페이’, ‘보람 페이라는 명목으로  삶이 일의 수단으로 자리매김되는 으로부터  벗어나고자 노력해야 한다. 아이들이  성장하는 모습에서 보람을 느끼고, 아이들이 기쁘면 나도 기쁨을 느끼는 것은 맞지만 사회에서 바라보는 교사에 대한 인식이나 자기 아이를 보호하기 위해 교사에게 무례함을 표현하는 학부모의 태도에서 ‘보람 페이’ ‘애정과 열정 페이’의 위험적 요소를 감지하고 하루빨리 일과 삶을 분리하여 균형을 추구하는 것이 바른 방향임을 깨닫는다. 열심히 하지 않았으면 이만큼 아플 일도 없었을 테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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