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을 마치며
12/20 인천
여행이 끝난 지 10일 정도가 지났다. 10일의 공백이 이 글 속에 남겨져 있다. 물론 10일 동안 이 글을 준비한 것은 아니다. 실제 준비한 시간은 얼마 되지 않는 것 같다. 날씨가 추워진 것 말고는 크게 다를 것 없는 인천의 풍경이다. 오랜만에 보는 친구들과는 어색함이 묻어있다. 내가 자초한 어색함이다. 처음에는 정말 어색했는데 한 두 명씩 보다 보니 많이 익숙해졌다. 오랜만에 만나는 친구들이 나를 걱정했다는 이야기를 많이 했다. 미안함 감정이 드는 것과 동시에 고마웠다. 걱정은 애정의 상위단계의 감정이라고 생각한다. 이렇게 많은 애정을 받을 수 있음에 감사할 뿐이다.
카톡 내역이 다 날아갔다. 나의 노트북에 카톡이 있으니 그걸 통해 카톡을 복구할 생각이었다. 하지만 웬걸 카톡을 지우고 간 것이었다. 돌이켜 생각해 보니 갈 때 나는 아무한테도 연락을 하지 않고 출발할 계획이었다. 그렇기에 나의 증거를 최대한 없애고 출발했던 것이었다. 그렇게 카톡이 전부 날아갔고 갈 때 연락을 했던 동아리 친구가 가장 최근에 보낸 카톡만 남아있었다. 그 친구와 연락을 하며 여행에 대한 이야기를 하였다. 카톡이 날아가서 40일 동안 누가 나를 찾았는지를 모른다. 불행인지 다행인지 오히려 잘되었다고 생각했다. 나의 인간관계를 내가 주체적으로 정리할 타이밍이 왔다고 생각했다. 심심했던 관계들은 다 정리되고 내가 원하는 관계만 응축되어 남은 것 같다.
영상이 문제가 생겼다. 사실 원래 이 글보다 원래 영상을 먼저 만들려고 했다. 영상이 원래 MP4 파일로 저장이 되는데 영상을 컴퓨터에 옮기려고 보니 MTS 파일로만 저장이 되어있는 것이었다. MTS 파일이 더 화질이 좋긴 하지만 나에게 필요한 것은 캠코더로 찍은 MP4의 감성 있는 영상이었다. 그리고 MTS 파일은 화질이 좋아서 그런지 버벅거림이 있는 기분이다. 영상을 만들어 가는 데에 있어서 난관에 봉착했다. 이글이 마무리가 된다면 영상을 만드는 것을 시작해보려고 한다. 아마 15분에서 20분 사이의 영상을 만들 수 있을 것 같다. 원래 후시 녹음을 하려고 했는데 그냥 자막으로 처리해도 괜찮을 것 같다. 아직 나의 목소리에 대한 자신감은 없기 때문이긴 하다.
현실로 돌아와 사는 나는 크게 변하지 않은 것 같다. 여전히 유현이와 통화를 하며 농담을 나눈다. 달라진 것은 이 글을 쓰는 것과 정신과에 한번 다녀왔다는 것이다. 나의 동력이 부족하다고 항상 느껴왔고 그것이 나는 열정의 부재라고 생각했다. 여행을 하면서 마음을 비우고 나서야 알아차렸다. 앞으로 미는 힘이 부족했던 것이 아니라 뒤로 당기는 힘이 존재했던 것 같다. 마음에 병이 있었던 것 같다. 지금까지는 애써 부정했다. 그저 나의 열정을 찾아 애정을 찾아 나아간다면 열심히 전진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렇지만 여행을 하고 난 뒤 마음이 편안해진 나는 나의 문제를 해결해 나가기로 마음먹었다. 어떤 결과를 낳을지는 모르겠지만 일단 가볍게 시작해보려고 한다.
인도를 다녀와서 무언가 깨닮음이 있냐는 질문을 종종 받았다. 물론 없다. 인도는 내가 깨닮음을 가질만큼의 여유를 주지 않는다. 그곳은 혼란 그 자체이다. 그 혼란 속에 고요한 자유를 찾아다니기 위해 노력한 것 같다. 확실히 다양한 경험을 했고 확실히 여유로웠다. 확실히 나의 한 발자국은 내딛을 때마다 새로웠고 신비로웠다. 진정한 여행자가 된 기분으로 다녔던 것 같다. 이제 현실을 여행할 차례인 것 같다. 내일을 여행하기 위해 잠에 들어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