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수한 사람들과의 작별

by 진민

12/8 코치

오늘은 이곳 인도에서의 정말 마지막으로 자는 날이다. 오늘도 스쿠터를 빌려서 한번 타봤다. 이곳의 도로를 봤을 때 충분히 즐길 수 있을 것이라 생각했고 도로상황이 좋아서 그런지 확실히 달리는 기분이 났다. 여기저기 다니다가 오늘은 신기하게 현지 결혼식을 하는 곳에 갔다. 그냥 내려서 풍경 구경하던 도중 어떤 인도인 친구가 오더니 저기에서 자기네들 결혼식 한다고 나한데 가보자고 하는 것이었다. 물론 경계를 하고 있었지만 캠코더도 들고 있었기에 이런 결혼식 풍경은 확실히 새로운 그림일 것 같아서 잔뜩 긴장한 채로 따라갔다. 식이 진행되는 건 아니었고 보니까 식이 끝난 뒤 식사시간이었다. 이 친구가 나를 주변 가족들에게 하나하나 소개를 시켜주었다. 마지막 날에 한 번에 25일 동안 만난 인도인만큼의 사람들을 만난 것 같다. 그렇게 거기 아이들과도 인사를 했다. 확실히 순수한 관심을 많이 받기는 했다. 부담스러우면서도 새로운 경험이라 이 부담감을 즐겼다. 아이들은 정말 순수하게 외국인을 맞이하는 것 같다. 보니까 그 동내가 모두 가족들이라고 했다. 그래서 그냥 새로운 사람이 신기한 것일지도 모르겠다. 아이들이 한국어 인사말은 또 알고 있다. 확실히 한류 문화가 널리 퍼지긴 했나 보다. 그리고 자기네 집까지 소개해주려고 막 했다. 아이스크림도 주고 사탕도 주고 하이데라바드때와 같은 순수한 관심을 받았다. 그렇게 조금 그곳에 있다가 다시 돌아왔다. 밥이랑 술을 자꾸 먹으라고 하는데 그것은 거절했다. 아마 인도 사람들은 음식을 남기는 것을 싫어한다고 느꼈었다. 왠지 음식을 받으면 남길 것 같았기에 애초에 먹지 않기로 했다. 그리고 술은 스쿠터 핑계로 넘어갔다. 나도 친절함을 두르고 모두를 반가워하지만 나만의 선을 지켜 그들을 대했다. 그래도 처음 나를 거기로 데려간 친구가 참 좋은 친구였다. 하나하나 설명해 주고 소개해주고 다른 사람들한테 내 물건 건드리지 못하게 하며 많은 도움을 주려고 노력하는 것이 보였다. 짧은 시간이었지 난 집중 케어를 받았다. 그래서 마지막으로 그 친구에게 한국 돈을 선물로 주고서 떠났다.

이곳 인도는 가끔 보면 정말 미적인 건축물이나 예술품들이 보인다. 그것에 매료되어 인도의 매력을 느끼려는 순간 먼지와 소음과 악취가 나를 정신 차리라고 말한다. 여기는 인도이다. 이곳은 절대 쉬운 곳이 아니다. 그리고 이 단점들의 원인은 모두 하나로 귀결되는 것 같다. 바로 과도한 인구이다. 인도 사람들을 보면 선천적으로 참 순수하고 착한 것 같다. 하지만 돈이 달려있는 대화를 할 때 악해 보이는 사람들이 종종 보이는데 이것은 뭔가 이 사람들이 절대적으로 악해서가 아닌 빈부격차에 의해서 형성된 악 같은 느낌이다. 이래서 정말 자리가 사람은 만든다고 살아가는 환경이 참 중요한 것 같다.

마지막 맥주를 먹으러 왔다. 가장 붐비고 음악이 크게 퍼지는 곳이다. 역시나 음악은 맥주의 최고의 안주이다. 오아시스나 너바나의 노래들이 나온다. 그런데 뭔가 음원이랑 다른 느낌이라 신기한 느낌을 받으며 맥주를 마셨다. 계산을 하러 내려갔을 때 이 신기한 느낌의 원천을 찾았다. 보니까 한 명이 앉아서 가사를 보면서 라이브로 부르고 있던 것이었다. 그렇게 생각하니까 정말 잘 부르는 것 같다. 모르고 들었을 때 라이브인지 음원인지 헷갈릴 정도였으니 말이다. 이곳은 능력 있는 사람들이 참 많은 곳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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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9 상공

인도의 마지막이다. 공항은 쓸데없이 한적하고 깨끗하다. 인도의 거리와 정반대의 모습으로 보여주는 공항의 모습이다. 생각해 보면 벵갈루루 공항도 그랬다. 공항은 그 어디보다 깔끔함을 보여주지만 공항에서 10분만 나가는 순간 수많은 악취와 먼지들이 나를 반긴다. 공항에서 픽업 버스를 타고 비싼 호텔을 가며 호캉스를 즐기는 사람들은 이런 인도의 비참한 풍경을 못 보고 지나갈 수도 있을 것 같다. 물론 이런 것을 꼭 경험해야 하는 것은 아니지만 나는 경험했다. 하지만 함부로 추천하지는 못할 것 같다.

인도인들은 정말 순수한 것 같다. 그런데 이 순수라는 것이 영약 하다의 반대의 개념인 것 같다. 그냥 멍청한 거 같기도 하고 확실히 다들 특이하다. 그렇지만 이들이 결국 호냐 불호냐 하면 사실 불호다.

비행기 안에서 <로마>라는 영화를 보았다. 거의 1달 반 만에 시청한 영화이다. 영화에 대한 애정도 잠시 접어둔 체로 생활했던 나에게 현실로 돌아가기 위한 준비운동 같은 영화였다. 로마는 흑백영화라 늘 미루고 미루던 영화였다. 흑백영화는 확실히 답답하게 느껴지는 것 같다. 하지만 이 답답함으로 씁쓸한 감정을 주는 영화를 감상하면 그 감정이 배가 되는 것 같다. 이걸 보면서 기생충 흑백판이 나온 이유를 이해할 수 있었다. 물론 보지는 않았지만 다음에 기생충을 또 감상해야 할 일이 생긴다면 그때는 흑백판으로 봐도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 이 로마는 흑백 영화이지만 풍부했다. 답답함과 동시에 긴장감이 넘치고 때로는 흥겹고 때로는 먹먹하다. 나가사끼 짬뽕 컵라면 같다. 흰 국물의 라면의 일반적인 고정관념을 가지고 늘 멀리하다가 나가사끼 짬뽕을 먹으면 그 자극적인 맛에 흰 국물에 대한 고정관념이 깨져버린다. 로마는 최소한 나에게 이 정도 영향은 준 것 같다. 하지만 그 안의 내용은 사실 잘 모르겠다. 1971년이라는 명확한 숫자가 나온 것을 보아 멕시코의 해당시대에 관한 이야기인 것 같은데 그것에 대해 전혀 무지한 채로 보았다. 그리고 사실 멕시코인지도 잘 모르겠다. 흑백이라 그런지 이 감독이 멕시코사람이라서 어렴풋이 멕시코에 대한 영화겠구나 하고 보았다. 제목이 왜 로마 인지 도 잘 모르겠다. 어떤 배경지식이 필요되는 영화인 것 같다. 나는 이렇게 배경지식이 필요되는 영화를 그렇게 선호하지 않는다. 그렇게 보니 이 영화는 오히려 흑백 영화라서 내가 매력을 느낀 것 같다. 만약 평범한 색깔 영화였다면 그냥 다큐느낌이 났을 지도 모르갰다. 여백의 미를 느낄 수 있는 영화인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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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10 상공

호찌민에 왔다. 20시간의 베트남 여행으로 이제 이 여행의 진짜 마지막이다. 역시나 비행은 굉장히 피곤하다. 하지만 더 피곤한 것은 호찌민에서 길 건너기이다. 오토바이들의 행렬을 보면 도저히 글을 건널 엄두가 나지 않는다. 정말 신기한 것은 일단 발을 내딛고 걸으면 건너지기는 한다. 멀리서 보면 빈틈없어 보이는 그 오토바이 행렬 속에도 내가 지나갈 길이 존재하긴 한다. 사실 저 오토바이가 나를 보고 멈춘다는 믿음만 있다면 언제든 어떻게 건널 수 있는 법이다. 하지만 호찌민에 내린 지 3시간 밖에 안된 나는 그 정도의 믿음을 가지고 있는 상태는 아니다. 그러니 일단 좁아 보이는 그 틈을 향해 발을 내딛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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