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5 코치
이곳 코치는 지금까지 도시중 가장 발전된 느낌이다. 물론 시내로 들어와서 그런 거 같기도 하다. 그렇긴 한데 이곳도 관광도시는 아닌 느낌이다. 가볼 만한 곳을 찾지 못했고 그냥 무작정 걷다가 밥 먹고 들어왔다. 사실 무작정 걷지도 않았다. 돌아올 때는 툭툭이를 타고 왔다. 하지만 이번엔 우버를 통해 불러보았다. 우버를 통해 부르니 적당한 가격에 타고 왔다. 그런데 왠지 우버를 불러서 흥정 없이 타니 뭔가 게임에서 치트키를 쓰는 느낌이었다. 원래 이게 맞는 것인데 이렇게 묘한 감정이 느껴지는 것이 인도의 매력이라고 생각해야겠다.
이 호스텔은 저녁 10시에 거실에 모인다. 어제는 각자 한명식 토크쇼를 했고 오늘은 노래를 불러준다고 한다. 좋은 이벤트인 것은 맞는데 자꾸 참여를 유도한다. 오늘도 불려 나갔다. 어제는 토크쇼를 들으러 갔는데 뭐라는지 하나도 못 알아들어서 그냥 나와버렸다. 음악은 못 알아들어도 감상할 수 있는데 토크쇼는 알아듣지 못한다면 그냥 인간들 사이의 강아지처럼 앉아있어야 한다. 그런데 다시 들어가는 길에 직원한테 붙잡혀서 마이크를 잡게 되었다. 무슨 주제인지도 모르고 그냥 자기소개하고 나의 여행에 대한 이야기를 하였다. 그런데 오늘은 노래를 부른다고 오라길래 갔는데 여기서도 자기 소개하라는 것이다. 자기소개는 했는데 그 이후로는 다들 뭐라는지를 잘 못 알아들었다. 사실 영어도 알아듣기가 힘들다. 하지만 화기애애한 분위기는 충분히 느낄 수 있었다. 언어라는 것이 참 중요하지만 언어 없이도 느낄 수 있는 부분이 있다. 음악이 주는 힘이 이런 부분에서 보이는 것 같다. 나와 이들은 언어가 통하지 않지만 나도 이들의 음악은 느낄 수 있다. 우리가 모두 비슷한 인간이기에 그렇지 않을까 싶다.
12/6 코치
포트 코치로 왔다. 이곳에는 확실히 외국인이 많다. 처음으로 호스텔 같은 방 사람들이 다 서양인이다. 내가 점점 특별해 보이지 않는다. 외적으로도 그렇지만 나의 내적으로도 이곳에 점점 적응해 가는 것 같다. 그러나 이제 점점 현실이 다가오는 만큼 이 꿈에서 깨야할 것 같다.
12/7 코치
이곳의 분위기는 확실히 다른 도시들보다 좀 더 특이한 것 같다. 호객행위는 가장 적극적이다. 하지만 여행객이 많아 확실히 여유롭다. 그런데 왜 여행객이 많은지는 잘 모르겠다. 바다가 많은 것도 아니고 그냥 항구도시일 뿐이다. 골목골목이 유럽 골목느낌이 나기는 한다. 인도의 서쪽 부분은 확실히 영국의 영향을 많이 받은 것같이 느껴진다. 인도에 대한 이야기는 정말 거의 다 한 것 같디.
이제 내 이야기도 적어야겠다. 이제 정말 얼마 남지 않은 여행이다. 이제 현실로 돌아갈 준비를 하고 있다. 요즘 자꾸 꿈을 꾸는데 현실로 돌아가서 생기는 일들에 대한 꿈이다. 기대감도 있고 불안감도 있다. 그런데 사실 지금 이곳에서의 삶이 꿈이라고 생각된다. 꿈과 현실이 역전된 상황인 것 같다. 꿈속에서 꿈을 깨는 순간은 대체로 그 꿈의 상황을 인지한 순간이다. 그렇게 되면 그 꿈속에서의 즐거운 일들은 모두 허무하게 사라져 버리고 만다.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 꿈속에서는 꿈을 확실히 즐기는 것이 필요한 것 같다. 깰 때 깨더라도 그것은 자연의 섭리이므로 그 꿈이 깨질 때까지 꿈속에서의 최대한으로 즐기는 것이 필요하다. 나도 남은 꿈이 짧아 보이지만 이 꿈에서 깨기 전까지 열심히 느끼며 즐겨봐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