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파트 커뮤니티, "지금은 천국인데 10년 뒤엔..?

by 지혜원

새해 첫 주말 잘 보내셨나요 ㅎㅎ

이 글을 읽으시는 모든 분들의 가정에

행복과 평안이 가득하시길

진심으로 기원드려요.


새해 첫날,

여러분은 어디에서 하루를 시작하셨나요?

아마 많은 분이 단지 내 커뮤니티 카페에서

따뜻한 모닝커피 한 잔을 마시거나,

새해 첫 운동을 위해 단지 내 피트니스

센터를 찾으셨을지도 모르겠습니다.


이제 아파트는 단순히 잠을 자는 공간을 넘어,

삶의 모든 양식을 해결하는 하나의

'작은 도시'가 되었습니다.

조식 서비스로 아침을 열고,

인피니티 풀에서 여가를 즐기며,

주말엔 단지 내 라운지에서 담소를 나누는

풍경은 이제 우리에게 익숙한 하이엔드

라이프스타일로 자리 잡았습니다.

하지만 10년 후 커뮤니티 라이프는 어떨지

한 번쯤 생각해 보아야 합니다.


"지금 누리는 이 일상이 10년 뒤에도

여전할 수 있을까?"

오늘은 신축 아파트의 상징이 된

'커뮤니티 시설'을 누리는 지금의 행복과

이후의 숙제에 대해 생각해 볼까 합니다.


커뮤니티의 진화


아파트 커뮤니티가 처음부터 이렇게

화려했던 것은 아닙니다.

그 발전 과정을 살펴보면 우리 삶에 욕망이

어떻게 변화해 왔는지 알 수 있습니다.


1세대: 경로당과 놀이터

이 시기 커뮤니티는 법적 의무 면적을

채우기 위한 최소한의 시설이었습니다.

작은 경로당과 모래 놀이터가 전부였죠.

'공동체'라는 개념보다는 '시설'이라는

개념이 강했습니다.


2세대: 헬스장과 독서실의 등장

브랜드 아파트 붐이 일면서

'웰빙' 열풍이 불기 시작했습니다.

지하 공간을 활용한 피트니스 센터와

자녀들을 위한 독서실이 생겨났습니다.

이때부터 커뮤니티는 아파트 선택의

기준 중 하나로 부상했습니다.


잠실의 엘리트나 삼성동 힐스테이트와

같은 단지가 이에 해당됩니다.


3세대: 고급화와 차별화

수영장, 골프 연습장, 사우나가 들어서며

커뮤니티는'고급 아파트'를 상징하는

척도가 되었습니다.

카페테리아가 운영되기 시작했고,

게스트하우스, 조경과 연계된

티하우스 등이 등장하며

'호텔형 서비스'가 도입되었습니다.


대표적인 단지가 반포자이와

반포래미안퍼스티지입니다.


4세대: 하이엔드 서비스와 콘텐츠 (현재)

이제는 하드웨어를 넘어 '소프트웨어'의

경쟁입니다. 전문 셰프가 제공하는 조식,

인피니티 풀, 시네마룸, 심지어 펫 케어

서비스와 공유 오피스까지 제공됩니다.


아파트 안에서 모든 것을 해결하는

'올인빌(All in Vill)' 시대가

열린 것입니다.



그림1.jpg photo by pinterest


현실적 딜레마


하지만 화려한 조명 뒤에는

언제나 그림자가 있기 마련입니다.

화려한 서비스만큼이나 입주민들 사이의

갈등도 정교해지고 있습니다.


최근 발생하는 대표적인 사례들을 통해

그 이면을 살펴보겠습니다.


사례 A:

"조식 서비스, 누굴 위한 뷔페인가?"

최근 가장 핫한 '조식 서비스'는

갈등의 단골 소재입니다.


한 단지에서는 조식 운영 적자를 메우기

위해 입주민 전체 관리비에서 매달

일정 금액을 보조하기로 결정했습니다.


그러자 "집에서 밥을 해 먹는 가구가

왜 외식하는 사람들의 식사비를 보조해야

하느냐"는 항의가 쏟아졌습니다.


반면 찬성 측은

"조식 서비스가 우리 아파트의 가치를 높여

집값 유지에 기여한다"고 맞서며

세대 간의 감정싸움으로 번졌습니다.


사례 B:

"수영장 누수와 억 단위의 수선비"

입주 10년 차를 맞이한 B 단지는

최근 수영장 바닥 누수 문제로

골머리를 앓고 있습니다.


전면 보수 비용만 수억 원.

수영장을 이용하지 않는 고령층 세대는

"이참에 수영장을 폐쇄하고 도서관이나

카페로 용도를 변경하자"고 주장하고,

아이를 키우는 젊은 세대는

"수영장이 없는 아파트는 경쟁력이

떨어진다"며 수선을 요구합니다.


시설 노후화가 노노(老老) 갈등과

세대 갈등으로 직결되는 순간입니다.


노후화라는 피할 수 없는 미래


모든 시설은 감가상각을

피할 수 없습니다.


다수가 이용하는 공용 시설은 가정용보다

고장이 잦고 소모가 빠릅니다.

특히 하이엔드를 지향할수록 유지비는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납니다.

최신식 운동기구는 5년만 지나도

구형이 되고, 화려한 분수와 수경 시설은

겨울철 동파와 여름철 이끼 관리에

엄청난 인건비와 전기료를 잡아먹습니다.


분양 당시의 '장밋빛 미래'에는

이 거대한 유지보수 비용에 대한

설명이 생략되어 있는 경우가 많습니다.


비용 분담의 정의


커뮤니티 운영의 핵심은

결국 '돈'입니다.


대부분의 단지가 기본 관리비에

커뮤니티 운영비를 포함하는

'정액제'와 사용한 만큼 내는

'종량제' 사이에서 타협점을 찾지 못해

진통을 겪습니다.


이용하지 않는 사람에게도 일정 비용을

부과하는 것은 시설의 존립을 위한

어쩔 수 없는 선택일 수 있지만,

그 부담이 일정 수준을 넘어서는 순간

공동체는 분열됩니다.


"우리 아파트는 커뮤니티 때문에

관리비가 너무 비싸다"는 소문이 나면,

역설적으로 아파트의 매력도는

하락하게 됩니다.


지속 가능한 커뮤니티를 위한 대안


앞으로 커뮤니티는 경쟁하듯 가짓수를

채우는 '다양하고 화려한 시설'에

집중하기보다 '어떻게 이를 지속 유지할

것인가'에 대한 실존적 고민을 시작해야

할 때가 올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앞서 언급한 단지 주민들과의 갈등과

비용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다음과 같은 근본적인 패러다임의

전환이 필요합니다.


1. 변화하는 인구 구조와 라이프 스타일에 대한 대응

수영장이나 사우나나 같은 시설은

한 번 지으면 용도 변경이 거의 불가능한

'고정형 공간'입니다.


하지만 아파트의 수명은 50년 이상인

반면, 입주민의 구성은 5~10년 주기로

교체되거나 가파른 저출산으로 인해

단지 내 초등생이 줄어들면 키즈 카페는

적막해지고, 점점 주민들이 고령화가

진행되면 활동적인 스포츠 시설보다

정적인 휴식 공간의 수요가 높아집니다.


특정 용도에만 묶인 공간은 수요가

사라지는 순간 거대한 '죽은 공간'이

되어 관리비만 축내는 흉물이 됩니다.


따라서 초기 설계부터 벽체를 가변형으로

만들거나, 필요에 따라 강연장,

공유 오피스, 취미실로 전환할 수 있는

'다목적 모듈형 공간'을 확보해야 합니다.

그래야만 아파트가 늙어가더라도

공간은 늘 젊은 상태를 유지할 수 있습니다.


2. 수익 모델의 다각화

현재 대부분의 커뮤니티는 입주민이 내는

관리비와 이용료에만 의존하는

'폐쇄적 구조'입니다.


물가와 인건비는 매년 오르는데,

입주민에게 받는 비용만으로는

운영 적자를 피하기 어렵습니다.

결국 시설의 질은 떨어지고 이용객은

더 줄어드는 악순환에 빠지게 됩니다.


커뮤니티가 지속되려면 관리비 외의

'자체 수익'을 창출하는 자생력이

필수적입니다. 입주민의 프라이버시와

보안이 보장되는 별도의 동선을 확보하여,

외부 전문 업체에 카페 운영권을

위탁하거나 주중 유휴 시간에 외부인을

대상으로 한 고품격 문화 강좌를

여는 식의 모델이 필요합니다.


이를 통해 얻은 수익으로 시설 보수비를

충당한다면, 입주민의 관리비 부담을

실질적으로 덜어주면서도

시설의 퀄리티를 호텔급으로 유지할 수

있는 선순환 구조를 만들 수 있습니다.


3. 데이터 기반의 관리

커뮤니티 시설의 리모델링이나

폐쇄 여부를 결정할 때, 가장 큰 걸림돌은

입주민 간의 '감정적 대립'입니다.


"나는 좋아하는데 왜 없애냐"는 식의

주관적 주장은 합의를 불가능하게 만듭니다.

이제는 IOT 시스템과 예약 앱을 통해 축적된

'이용 데이터'가 기반이 되어야 합니다.


연간 이용률이 5%도 안 되는 시설에

매달 수백만 원의 유지비가 나가고 있다는

지표를 가시화해야 입주민들을

설득할 수 있습니다.


"누가 그러더라"가 아니라

"데이터가 이렇게 말하고 있다"는

근거가 있을 때만, 불필요한 시설을

과감히 정리하고 그 비용을 더 효율적인

곳에 투자하는 합리적인 의사결정이

가능해집니다.


이는 불필요한 이웃 간의 소모적 논쟁을

종식시키는 가장 효과적인 방법입니다.



커뮤니티(Community)의 어원은

'공동의 의무를 함께 나누는 사람들'입니다.


오늘날 아파트 커뮤니티가 단순히

'남들에게 보여주기 위한 과시용'이나

'집값을 올리기 위한 수단'에 그친다면,

언젠가는 우리 모두에게 감당하기 힘든

짐으로 돌아올 것입니다.


진정한 명품 아파트는 수영장의 크기가

아니라, 시설 노후화와 비용 분담이라는

예민한 문제를 이웃들이 얼마나 성숙하게

토론하고 합의해 가는가에 달려 있습니다.

입주민 간의 신뢰가 바탕이 될 때,

우리 아파트의 커뮤니티는 비로소

축복이 될 수 있을 것입니다.


아직은 먼 미래이긴 하지만

저희 아파트 커뮤니티도 과시용이 아닌

지속 가능성을 해결해 나갈 수 있는

방향으로 지어지길 기대합니다.


"여러분의 아파트는 어떠신가요?

댓글로 의견을 들려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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