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60에게는 '응집'보다 '분산'이 필요한 이유
지난 주말,
오랜만에 대학 동창 친구를 만났습니다.
언제 한번 보자는 인사는 결국 송년회를
겸해 12월이 되어서 가능했네요
지난 근황을 이야기하며 자연스레 서로의
고민에 대해 이야기하게 되었습니다.
친구는 50대라는 나이가 노후 준비를
고려해야 하다 보니 마지막 자산 확장을
위한 고민이 많아 보였습니다.
자연스레 화제는 '부동산'으로
흘러갔습니다.
"나도 이제 슬슬 정리하고 반포나 잠원
'똘똘한 한 채'로 합쳐야 하지 않을까 싶어.
다 팔고 확실한 놈 하나만 쥐고 있으려고.
요즘 다들 그러잖아?"
친구의 말에는 상급지 진입에 대한 기대와
두려움이 뒤섞여 있었습니다.
친구의 고민이 이해가 가지 않는 것은
아니었습니다. 최근 몇 년간 부동산은 더욱
양극화되고, 정부의 부동산 세제 규제는
다주택자에게 부담을 안기고 있으니,
'가장 좋은 한 곳'에 집중하는 전략이
마치 정답처럼 여겨지곤 합니다.
하지만 전 생각이 좀 달랐습니다.
"친구야, 40대라면 그게 정답일 수 있어.
그런데 우리 나이에 그게 과연 최선일까?"
자산 전략이 모두에게 동일하지 않습니다.
연령과 본인의 상황에 따라 자산 전략은
달라져야 합니다.
오늘은 친구와 나누었던,
왜 5060 세대에게 '똘똘한 한 채' 전략이
때로는 독이 될 수 있는지,
그리고 왜 '전략적 증여'와 '분산'이
필요한지 함께 생각해보고자 합니다.
40대의 '승강기'와 5060의 '그물망'
40대의 부동산은 승강기와 같습니다.
자산의 파이를 키우기 위해 더 좋은 입지,
더 높은 가치의 부동산으로 갈아타며
성장하는 것이 우선이니까요.
아직 소득도 활발하고,
대출을 감당할 시간도 충분합니다.
약간의 세금 부담이 있더라도
한곳에 집중해서 자산을 키우려는 전략이
이 시기에는 똑똑한 선택처럼 보입니다.
하지만 5060 세대에게 부동산은
의미가 다릅니다.
우리에게 부동산은 노후를 지탱해 줄
'그물망'이고, 언젠가 자녀에게 물려줄
'가족의 자산'이기도 합니다.
이 시기에 무리하게 모든 자산을 한 채로
몰아넣는 것이 과연 최선의 답일까요?
시야를 조금만 달리해보면,
더 나은 선택지가 있다는 것을 알게 됩니다.
예를 들어, 만약 친구가 지금 보유한
서울 아파트 두 채와 서울 외곽의
상가주택을 모두 정리하고,
추가로 대출까지 받아 강남의 50억 원대
아파트로 옮긴다고 가정해 봅시다.
겉보기에는 '강남 집주인'이라는
상징적인 타이틀을 얻겠지만,
실질적인 삶의 질은 어떻게 될까요?
친구의 선택이 가져올 미래
친구의 현재 자산을 대략적으로
시뮬레이션해 보았습니다.
* 현재: 서울 A아파트(24억),
B아파트(15억), 월세 나오는
소형 상가(8억) → 총 47억
* 친구의 계획: 모두 정리하고
강남 50억 아파트 매수 (대출 추가)
이 선택이 60세 이후의 친구에게 가져올
세 가지 함정이 있습니다.
지금은 상가에서 나오는 월세로 생활비의
일부를 충당할 수 있지만,
강남 아파트 한 채로 바꾸는 순간
이 월세 수입은 사라집니다.
오히려 늘어난 대출 이자, 높은 관리비,
그리고 매년 부담해야 할 종합부동산세가
은퇴 후의 가계에 큰 부담이 됩니다.
소득은 줄고, 고정 지출은 늘어나면서
'풍요 속의 빈곤'에 빠질 수 있습니다.
대한민국의 상속세는 매우 높은 편입니다.
50억 원짜리 아파트 한 채를 자녀가
상속받는다면, 거의 20억 원에 육박하는
상속세를 현금으로 마련해야 합니다.
아마도 집을 팔지 않고는 세금을 내기
어려운 상황일 확률이 높습니다.
반면, 자산을 분산해 미리 증여한다면
증여세 면제 한도와 시차를 이용해
상속세 부담을 분산할 수 있고,
미리 증여받은 돈으로 자녀 명의의
자산을 확장할 수도 있습니다.
은퇴 후에는 건강 보험료가
직장가입자에서 지역가입자로 전환되고,
보유 자산(특히 공시가격이 높은 아파트)이
건강보험료 산정에 크게 작용합니다.
소득이 줄었어도 '집값' 때문에 매달
수십만 원의 건강보험료를 내야 하는 현실,
자산 분산이 필요한 또 하나의 이유입니다.
이렇게 현실적으로 다가오는 문제들을
생각하면, 자산을 한 곳에 몰아넣는 것이
오히려 위험한 선택이 될 수 있습니다.
5060은 '나누어야 남는다'
저는 친구에게 이제는 '똘똘한 한 채' 대신
자산의 분산과 증여가 필요한 시점임을
이야기했습니다.
나누는 것이 오히려 더 많이
남기는 길 이거든요.
부부 공동명의는 기본입니다.
더 나아가, 자녀가 사회에 진출한다면
자산 일부를 미리 지분으로 증여하는
방법도 적극적으로 고민해야 합니다.
지분 증여는 저 또한
고민하고 있는 방법입니다.
공동명의는 종부세 인별 공제를
극대화하고, 자산의 일부를 자연스럽게
다음 세대로 이전하는 효과도
누릴 수 있습니다.
잘 아시겠지만 증여세 면제 한도는
10년마다 새로 적용됩니다.
10년 주기의 증여를 적극적으로 활용해
50대, 60대에 한 번씩 증여를 한다면,
자녀에게 물려주는 자산의 실제 가치는
훨씬 커질 수 있습니다.
'나중에 한 번에'라는 생각보다는,
'조금씩, 미리' 나누는 것이 현명합니다.
이커머스와 교통의 발달로 예전처럼
특정 도심지에 집착할 필요가
줄었습니다.
비싼 상급지 대신, 주변 지역의 인프라와
편의를 누리면서도 안정적인 현금 흐름을
창출할 수 있는 자산을 보유하는 것이
훨씬 합리적일 수 있습니다.
꼭 '강남 한 채'에 집착할 필요는 없습니다.
'가족의 미래', '나의 노후'를 생각한다면,
때론 손에 쥔 것을 조금씩 내려놓고
분산하는 전략이 더욱 값진 선택이
될 수 있습니다.
친구는 제 의견견에 공감하는 눈치였습니다.
이제는 남들이 하니까 무작정 따라가는
것이 아니라, 자신의 삶의 단계와
가족을 중심에 둔 자산 전략을 고민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부동산 시장의 패러다임이 변하는 것은
분명합니다. 하지만, 그 변화 속에서
나만의 기준과 원칙을 세우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합니다.
40대에는 자산을 한데 모아 '성장'을
추구한다면, 5060에는 '지속 가능성'과
'전수'를 위해 나누고, 쪼개야 할
시기입니다.
혹시 여러분도 주변의 이야기만 듣고
무리하게 한 채로 몰아가려 하고
계시지는 않나요?
자산을 지키고 가족의 미래를 생각한다면,
5060은 손에 쥔 것을 조금씩 내려놓는
연습이 필요한 때일지도 모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