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15 대출 규제가 시행된 지
어느덧 4개월이 지났습니다.
강남, 서초, 송파 등 이른바 강남 3구의
25억 초과 아파트 거래량은 전년 동기 대비
60~77%가량 급감했습니다.
특히 서초구의 거래량이 77%나 줄었다는
통계는 시장에 적잖은 충격을 주었습니다.
한때 거래만 되었다 하면 신고가를 찍었던
강남 고가 아파트 시장은 요즘 정적이 흐릅니다.
문득 이런 의문이 생깁니다.
이 규제가 5년, 혹은 그 이상 장기화된다면
강남의 30~40억대 아파트들은 과연
다음 세대에게 어떻게 이전될 수 있을까?
가파르게 상승한 집값과 그에 따른 막대한
증여·상속세 부담을 생각하면,
그 미래는 더욱 불투명해 보입니다.
오늘은 지금의 규제가 장기화된다면
강남 고가 아파트의 세대교체가
어떻게 이뤄질 수 있을지? 그 미래는 어떠할지?
생각해 보았습니다.
1. 증여의 증가, 그러나 만만치 않은 세금 문턱
2025년 하반기부터 강남 3구의 증여 비중은
눈에 띄게 늘고 있습니다.
5060 세대 부모들이 "지금 증여하지 않으면
추후 감당할 수 없는 상속세와 규제 때문에
자녀의 진입이 불가능하다"고 판단했기 때문입니다.
10년 이상 장기 보유에 따른 증여세 절감 효과와
향후 상속세 최고세율(50%) 적용을 비교해 본 이들은
'증여는 빠를수록 좋다'는 결론을 내리고 있습니다.
하지만 문제는 증여세 자체의 절대 액수입니다.
증여세 자체가 워낙 높아진 집값 때문에 부모와
자녀 모두에게 부담스럽다는 점입니다.
예를 들어, 강남의 30억 원대 아파트를 증여할 경우,
기본 공제(자녀 5천만 원)를 적용해도 증여세가
대략 8~10억 원에 달할 수 있습니다.
세율이 과세표준 10억 초과 시 40%,
30억 초과 시 50%까지 올라가기 때문입니다.
게다가 취득세(조정지역 12.4%)까지 더하면
총세금이 10억 원을 훌쩍 넘게 됩니다.
더욱이, 자녀가 이 세금을 낼 현금이 없다면?
부모가 세금 분까지 추가로 증여해야 하는데,
그럼 대납액에 다시 고율의 과세가 붙는
악순환이 이어집니다.
결국 탄탄한 현금 유동성을 갖춘 극소수의 가정만이
이 '증여의 사다리'를 탈 수 있는 셈입니다.
2026년 현재, 강남에서 30~40대가 매수한
아파트 중 약 35~40%가 이미 증여·상속
자금인 것으로 추정됩니다.
규제가 더 길어지면
이 비중은 더 올라갈 가능성이 높으며,
증여가 늘어난다고 해도, 모든 가정이 할 수 있는
선택은 아니라는 게 현실입니다.
저도 문정부 시절 보유세에 못 이겨 일찍이
아이에게 증여를 했습니다.
당시에는 증여세 부담이 컸지만 지금 돌아보면
제일 잘한 투자라고 하는 이유입니다.
2. 상속 대기, 긴 기다림이 만드는 기형적 구조
가장 현실적이면서도 씁쓸한 시나리오는
'상속 대기'입니다.
강남 고가 주택 보유자의 평균 연령이
60세 전후임을 고려할 때, 베이비부머 세대가
고령층으로 접어드는 2030년대 중반에
대규모 상속 물량이 쏟아질 가능성이 큽니다.
"규제 때문에 살 수 없으니 부모가 사후
물려줄 때까지 기다린다"는 식의 세대교체는
시장의 역동성을 저해합니다.
50억 아파트 상속세가 20억에 달하더라도,
당장 현금을 마련해야 하는 증여보다
'나중'을 기약하는 선택을 하게 되는 것이죠.
이는 자력으로 자산을 형성한 30대의 진입을 막고,
부의 세습을 더욱 고착화하는 결과를 초래합니다.
3. 1%만의 시장, 현금 부자와 외국 자본의 독주
이미 40억대 이상 초고가 단지에서는
거래량은 적으나 가격이 강보합이거나
상승하는 현상이 나타나고 있습니다.
전문직, 자산가 2·3세대, 그리고 해외 자본 등
압도적인 현금 동원력을 가진 1%가
시장을 지탱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규제가 장기화될수록 강남은
평범한 중산층의 진입이 원천 봉쇄된,
그들만의 성역으로 변모할 가능성이 큽니다.
4. 가격 하락, 자연스러운 교체의 희미한 가능성
이건 가장 낙관적인 시나리오인데,
솔직히 가능성은 낮아 보입니다.
강남 초고가 아파트는 이미 “투자상품”을 넘어
“지위재”나 “사치재”의 성격이 강합니다.
10~20% 정도 가격이 떨어져도,
현금부자들은 오히려 “저점 매수” 기회로
인식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게다가 증여세나 상속세 부담이 여전하니,
가격 하락이 세대교체를 촉진할 만큼의
힘을 발휘하기는 어려울 것 같습니다.
규제의 역설은 시장을 잡으려 할수록 세대교체가
더욱 '불공정'해진다는 점에 있습니다.
자수성가한 40대의 강남 진입로는 폐쇄되고,
부모의 경제력과 세무 전략을 갖춘 이들만이
입성하는 구조가 굳어지고 있습니다.
강남 아파트가 '노력에 따른 성공의 결실'이 아닌
'태어날 때부터 결정된 계급의 증표'가 되어가는
이 시점, 과연 현금이 부족한 대다수 가정의
세대교체는 어떻게 이뤄질까요?
이 대출 규제가 언제까지 이어질지,
그리고 그 끝에 강남이라는 지역이 어떤 존재가 될지,
이런저런 생각을 해 봤지만 여전히 궁금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