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편 나는 주택 건물의 구조에 대한 관심으로 앱이나 사이트를 통해 구조를 그리고 모형을 만드는 일에 집중했다면 같은 기간 동안 아내는 그 집의 내부 구조와 방의 구성, 내부 인테리어에 대한 구상을 했다. 이 부분에 있어서 아내는 내가 아는 어떤 사람들보다 열정적이고 그 계획 역시 구체적이었다. 중간에 공백기가 길게 있긴 했으나 설계가 장기간에 걸쳐 여러 버전으로 진행되었기 때문에 해당 설계단계마다 아내는 엑셀 파일로 법령에 의한 제한 사항에 따라 주어진 외부 모양에 맞춰 각 방의 평면과 내부의 가구 배치를 아주 아주 구체적으로 그려나갔다. 엑셀의 그리드 하나를 단위 길이로 잡고 건물의 가로 세로 비율에 맞춰 외곽선을 한 땀 한 땀 두른 다음, 그 내부를 거실 또는 주방과 화장실, 침실로 나누고 각 공간에 필요한 가구 역시 가로 세로와 폭을 정해서 다시 한 땀 한 땀 그려나갔다. 이 과정에 들인 아내의 노력은 경기대학교 석사학위 취득 당시 논문을 쓰던 수준이었다. 지나고 나서 보니 이러한 구상이 있었기에 상당히 만족할 만한 건축 결과로 이어진 것이 사실이라는 생각이 든다. 한편 개인적으로는 이러한 성공적인 결과물과는 별개로 이를 진행하는 과정 자체가 어떤 측면에서는 ‘건축_구상의 즐거움’이 아니었겠나 싶다. 그 세부적인 과정은 정확한 제약사항이나 구조를 전부 다 알지 못하다 보니 나와 아내 둘다 모두 시행착오를 거듭하긴 했다. 해당 분야의 전문가라면 이런 시행착오 없이 바로 구상을 할 수 있었겠지만 우리는 그러지 못했던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개인적으로는 그러한 과정까지 포함하여 그 자체로 건축의 묘미가 아니었나 하고 생각해본다. 물론… 아내의 생각은 다를 수 있다.
[2020년 2월경 초기의 건축 구상]
[2021년 10월_지인 설계에 의한 계획설계 도면을 바탕으로 아내가 구성한 각층 평면]
[2023년 1월 계획 설계 후 해당 구조에서 다시 설계한 도면]
2층의 구상
3층의 구상
4층의 구상
[2023년 2월의 수정된 구상과 건축사무소와의 소통을 위한 구상 의도 설명서]
2층의 구상
3층의 구상
4층의 구상
[구상 의도 및 수정 요청과 조율을 위한 건축주 부연 설명서]
2021년 4월
집(건물)을 짓기 위해서는 ‘어떤 구조로 어떤 모양으로 지을 것인가’에 대한 서류가 필요하다. 바로 건축도면이다. 간단하게 건축도면으로 표현하지만 하나의 서류는 아니다. 대지를 측량한 결과(=지적도)를 포함하여 구조도면, 설비도면, 전기와 통신도면, 굴토심의도면까지 복잡하고 다양한 서류를 통틀어 건축도면이라 한다. 도면의 세세한 부분까지 건축주가 알 수 있다면 가장 이상적이겠지만 그렇게 하기는 힘들다. 따라서 관건은 그 도면을 그려주는 사람-건축사를 찾는 일이다. 그 방법론에 정답은 없다. 아는 건축사가 있을 수도 있고, 주변에 이를 잘 아는 사람에게 소개를 받을 수도 있다. 앞서 설명한 플랫폼 업체를 통해 설계를 제안 받고 그 중에서 정할 수도 있다. 플랫폼 중에는 제안한 설계를 바탕으로 시공까지 연결하는 곳(하우빌드)도 있다. 해당 업체의 경우 이른바 공사관리(PM, 프로젝트 매니저)를 대행하는 과정을 통해 일정부분 건축주가 하기 어려운 전문적인 부분을 대행하고 그 과정에서 마진을 발생시키는 것으로 보인다. 건축주가 가장 어려운 부분을 대행해준다는 점에서 이러한 방법을 통해 집 짓기의 가장 복잡한 부분을 해결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한편 이와는 달리 건축주가 다른 경로를 통해 건축사와 시공사를 직접 찾아볼 수도 있다. 건축주의 기존 경험이나 지식, 건축에 할애할 수 있는 시간적인 여유, 예산 등에 따라 각기 장단점이 있을 수 있다. 우리는 후자의 방법을 선택했다.
우선은 설계부터 시작이다. 일반적으로 건축 설계라고 표현된다. 이를 테면 종이 위에 건축물의 구조와 규모, 각층의 평면과 입면 그리는 것(=설계)을 일컫는다. 그러나 핵심은 이보다 더 복잡한 프로세스를 지칭한다. 관념적으로는 건축주의 취향과 요구사항, 직업, 가족 관계와 수 등 전반에 대한 이해를 바탕으로 거기에 맞는 공간의 구성(=레이아웃)과 공간 사이의 동선, 구조, 자재의 종류 등을 길이와 면적, 체적(=입체가 차지하는 공간의 크기)까지 정해서 그려주는 것이다. 그리고 여기서 가장 중요한 핵심은 단순히 자재의 종류나 색 그리고 구조를 예쁘고 맘에 드는 것으로 골라주는 역할이 아니라 그러한 구상이 건축과 관련된 법률에 어긋나는 것 없이 잘 부합하는지 여부까지 점검하는 것이다. 즉 건축사는 일종의 예술가이기도 하고 법률전문가이기도 하다. 법률전문가로서의 건축사는 곧 집 짓기에서 가장 중요한 것 중 하나인 “인허가를 받아준다”는 역할을 한다. 허가가 있어야 시공을 시작할 수 있고 또한 이 기간의 길고 짧음이 곧 비용으로도 연결되는 부분이 있기 때문에 가장 중요한 사항 중에 하나다. 그래서 좋은 건축사를 만나는 것은 집 지을 땅을 구한 다음에 해야하는 가장 중요한 일이다. 그러면 좋은 건축사는 어떻게 찾을 것인가? 아니 그 이전에 좋은 건축사는 어떤 건축사인가? 대한민국에 있는 수많은 건축사들 중에 어떤 건축사가 좋은 건축사이고 어떤 건축사가 나쁜 건축사인가? 보통 서비스업의 영역에서 절대적으로 좋은 건축사와 나쁜 건축사의 구분은 딱 이거다 하고 나눠지기 어렵다. 예를 들어 엄청 유명한 건축사는 좋은 건축사인가? 그런 경우 대부분 그 유명세로 인한 바쁨 때문에 설계를 맡기기가 쉽지 않고 그 비용이 비싸진다. 비슷한 예로 TV에서 매우 유명한 일부 쉐프들이 운영하는 식당의 경우 스타쉐프의 바쁜 일정 때문에 정작 해당 쉐프가 직접 조리하는 음식을 먹기 어려운 경우도 많다고 한다. 그러면 그 유명세가 나에게는 아무 의미가 없는 일일 수 있는 것이다. 사람들이 잘 알지 못하는 숨겨진 쉐프의 맛집이 유명 쉐프의 비싼 음식보다 훨씬 좋을 수 있는 것이다. 규모가 큰 설계 회사는 어떨까? 큰 설계 회사는 수 많은 인력을 두고 다양한 프로젝트를 동시에 이행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프로젝트에 대한 경험이 많은 만큼 다양한 디자인 포트폴리오도 있을 것이고 인허가에 대한 경험도 풍부할 것이다. 하지만 그 많은 인력의 유지에는 비용이 들고 그 비용은 당연히 설계의 용역비 수준에 녹아 있게 된다. 장단점이 분명한 것이다. 결국은 이러한 종류(용역=서비스의 선택)의 선택이 의례껏 그렇듯 좋고 나쁜 것이 있는 것이 아니라 “나에게 맞고 안 맞는 건축사무소가 있을 뿐이다”. 그러면 나에게 맞는 건축사를 어떻게 찾아야할까?
가장 쉬운 방법 중 하나는 지인으로부터 건축사를 소개 받는 것이다. 지인을 통해 어떤 곳인지 검증이 되었다는 점에서 편리하고 좋은 방법일 수 있다. 우리의 경우 처가 식구가 대형 건설사에 서 건축설계를 하시는 분이 있어 소개를 한 곳 받았다. 그리고 나에게 맞는 건축사를 찾는 방법론 중 또다른 하나는 기존에 설계되어 이미 준공된 건물의 설계자가 누구인지를 확인하는 것이다. 건축주의 입장에서 이것은 쉽고 직관적으로 설계 사무실을 찾을 수 있는 방법 중에 하나다. 그러자면 우선 그런 건물을 찾아야 한다. 그 방법은 다시 두 단계로 나눠진다. 책이나 인터넷, SNS 등을 통해 그런 건물을 우선 찾는다. 건축 관련 책이 아주 다양하게 나와 있기 때문에 그러한 종류를 수시로 서점(인터넷 서점 포함)에서 찾아 확보해서 틈틈이 보아 두면 좋다. 하드카피로 된 책뿐 아니라 웹 서핑이나 인스타그램 같은 SNS 혹은 방송이나 유튜브 등에 소개된 집 중에서 찾아보는 것도 방법이다. ‘EBS의 건축탐구 집’을 보는 것도 하나의 좋은 방법이다. 수 많은 사례가 있기 때문이다. 이런 방식을 통해 마음에 드는 형태나 구조의 집을 찾았다면 다음 단계는 그 집의 실제 모습을 확인하기 위해 그 집이 있는 곳으로 직접 가서 물리적으로 보는 것이 필요하다. 미리 말하자면 책이든 방송이든 사진이나 화면으로 보는 집의 상태는 가장 잘 나온 상태로 되어 있는 경우가 많다. 보정의 수준까지는 아니지만 이를 테면 같은 건물이라 하더라도 건축 전문 사진 작가 등 그 분야의 전문가가 빛과 카메라의 각도까지 재서 가장 예쁘게 나온 모습을 담아 놓은 것일 가능성이 높다. 즉 실재로 보면 달라 보일 수 있다. 따라서 마음에 드는 집이 있다면 반드시 그 집에 직접 가서 육안으로 확인할 필요가 있다. 단 이 경우에 확인할 수 있는 것은 (사람이 살고 있는 남의 집이니 너무나 당연하게도) 외부의 구조와 자재의 마감을 위주로 볼 수 밖에 없다는 점은 한계다. 따라서 내부의 도면이나 인테리어의 마감은 오히려 실물이 아닌 자료를 통해 보아야 한다. 그럼에도 직접 가서 보는 것은 꼭 필요하다. 포토샵으로 많이 보정해 놓은 사람의 얼굴과도 같이 실물과 다른 경우도 분명 있기 때문이다.
‘참고로 그렇게 찾은 집이 대체 대한민국 어디에 있는 집인지를 찾아 내는 것이 또한 관건’이다. 이 부분은 경우에 따라 쉬운 것도 있고 정말 어려운 경우도 있다. 대개 그 집이 정확히 어디에 있는지 정확한 주소 수준까지는 웹 서핑이든 책이든 잘 나와 있지 않기 때문이다. 그러면 그 집의 정확한 위치(주소)는 어떻게 찾아야할까? 주소를 알아내야 직접 가서 확인을 할 수 있을 것이다. 여기에는 딱히 정해진 방법은 없다. 다만 다양한 방법이 있을 수 있다. 주로 웹서핑 과정 중에 그 집에 대한 주소를 알 수 있는 힌트가 있는 경우가 많다. 해당 주택의 사진에 주소가 명시적으로 표시된 경우는 일반적으로 드물다. 대신 그 집 주변의 가게나 도로의 명칭이 우연히 같이 나와 있는 경우가 있다. 예를 들어 그 집 옆에 ‘00세탁소’의 간판이 있다면 다시 그 세탁소의 이름을 검색한다. 같은 이름이 세탁소가 전국에서 수 십 개는 있을 수 있다. 하지만 보통 그 집의 주소까지는 나와 있지 않더라도 그 집이 어느 지역에 있는지는 이미 알려져 있는 경우가 많다. 예컨대 성북구에 있는 “00집”이라면 성북구에 있는 같은 이름의 세탁소를 찾는다. 그리고 그 세탁소의 주소를 네이버나 다음, 구글 지도 등에서 찾았다면 로드뷰로 들어가서 그 세탁소 주변에 “그 집”이 있는지 확인하면 된다. 정확한 주소는 지도를 통해 확인하되, 로드뷰와 포탈 지도의 지적도(화면 우측에 있다)로 정확한 지번, 도로명 주소를 찾아낼 수 있다. 경우에 따라선 주변에 상호를 알 수 있는 가게가 없는 경우도 있다. 이런 경우 사진에 포함된 주변의 도로명(예를 들어 ‘두텁바위로’)이나 큰 교회, 관공서 등 쉽게 알 수 있는 건물의 외부 모양을 찾아서 다시 무한 검색을 해야 하는 경우도 있다. 우리의 경우 어떤 집의 정확한 주소가 나오지 않아서 그 집이 있는 지역 일대를 네이버 로드뷰로 하나하나 눌러보고 찾은 경우도 있다. 소위 노가다로도 주소를 찾을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