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자나 먹으러 가자

by 강은자

비는 어젯밤부터 계속 내린다

정말 질리도록 밤새 내리고 아침해가 높이 뜰 때까지 내린다 벽을 타고 비가 흐른다


이곳은 집들이 얼마나 허술하게 건축을 하는 건지 비가 많이 내리는 날에는 창틀이나 장에서부터 방바닥까지 흐른다


흘러서 타일 바닥 줄 사이로 그 많은 비들은

땅속으로 스며들어버린다 밤새 내린 비 탓에

휴일인데 골프는 쉬기로 하고 호텔에 피자 먹으러 간다 피자 한판 콜라 사이다 시켜


먹으면서 남편이랑은 오랜만에 긴 대화를 나눈다 대화를 한다고 해도 한국에 두고 온

자식새끼님들과 시댁 친정 식구들 이야기뿐이다 부모 도리 며느리 도리 딸도리 모두가

엉망인듯하다 잘하려고 해도 그냥 웃으며 핑계 대고 만다

호텔 주변에 산책하면서 일상의 변화들은 찍어 본다 이곳에도 비 때문인지라 찾아오는 이는 아주 적다

무슬림 문화인 이곳인데 호텔 입구에 진열된 조각 상품 사진 한 장 찍어서 해석해 보니 전능하신 하나님의 은혜로라는 타이틀로 인도네시아 관광 창조 경제청장이 기증한 조각 물건이다 아마도 이곳 주인은 기독교를 믿는 주인 듯하다

피자 먹고 차 마시고 둘이는 알콩달콩 놀다가 하루를 마무리하노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