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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마라토너 거북 맘 May 25. 2024

만병통치냥

배앓이엔 냥이팩!

"베리야~~ 엄마, 배 아픈데? 베리야?"


간절하고 애절한 목소리로 족히 서너 번 이상은 불렀을 것이다, 우리 삼색냥 베리의 이름을...

그러자 건넌방 초호화 캣타워에서 늘어지게 낮잠을 자고 있던 베리 녀석이 좀 귀찮다는 듯 느릿느릿 내 방으로 건너온다.

참으로 신통하고 착한 녀석이다.

"냐앙? 냥?" "또 배 아픈 거냥?"

"그러게 엄마! 작작 좀 먹으라고 했지!"


뭘 잘못 먹었는지 배가 부글거리고 체기가 있어서 더부룩 답답함에 꺽꺽 거리며 침대에 널브러져 있던 나를 보자, 녀석은 폴짝 침대 위로 뛰어 올라온다.

원래 소화력이 떨어지는 편이라 잘 체하는 나는 종종 배앓이에 시달리곤 한다.

침대 위로 올라온 녀석은 조심스럽게 내 배 위에 발을 올리고 자리를 잡는다.

어쩔 땐 토실토실한 궁둥이와 꼬리를 내 얼굴 쪽으로 보이며 앉기도 하고

때로는 냥이 식빵 굽는 자세로 눈을 지그시 감고, 나와 얼굴을 마주하며 내 배 위에서 잠을 청하기도 한다.

어쨌거나 녀석은, 내가 침대에 누워서 녀석을 부를 때마다, 신통방통하게 달려와 내 배 위에 그 따뜻하고 묵직한 몸뚱이를 누이곤 한다.


꽤 무게가 나가는 녀석의 몸은 내 배를 적당히 지압하듯 압박하기에 적당했고, 녀석의 따뜻한 온기는 적외선 온열 치료기나 핫팩 부럽지 않은 온도로 경직된 내 위장을 풀어주고 있었다.

실제로 녀석이 배 위로 올라온 지 2~3 분 정도 지나면, 희한하게도 배가 부드러워지고 가스가 방출되면서 속이 한결 편안해지는 걸 경험하곤 한다.


그뿐인가.

잔뜩 스트레스받는 일이 생기거나 화가 치밀어 오를 때도, 녀석의 필살기인 부비부비 애교와 모든 걸 다 이해한다는 듯한 녀석의 신비한 눈망울 앞에서는 나도 모르게 마음이 가라앉고 평안해짐을 느낀다.

온 우주가 녀석의 눈망울 속에 들어있는 듯, 보석처럼 반짝이는 밤하늘의 별들이 녀석의 눈 속에 빠져 버린 듯...

녀석의 눈을 들여다보고 있으면 나도 모르게 뭔가 힐링이 되고 마음이 부드러워진다.

모든 것을 녹여 버리는 치명적인 냥이의 눈빛


세상 근심 걱정 하나 없는 편안한 자세로 소파 위에 널브러져 낮잠을 즐기는 녀석의 모습만으로도 평화와 안정감을 느끼기도 한다.

역시, 나의 몸과 마음을 치유하는 최선의 방법 중 하나는 바로 냥 테라피! 냥이는 내게 있어, 만병통치약이다!


조용하고 평화로운 토요일 오후, 내 배 위에서 편안하게 낮잠을 즐기는 베리 녀석.

따뜻하고 묵직한 녀석의 체온을 느끼며 한가롭게 침대에 누워 토요일 오후를 즐기고 있는 집사...

지금 이 순간, 이보다 더 행복할 수 있을까. 

'아, 배가 편안해지고 온몸이 나른해진다.' 나는 정말 행복한 집사다.

베리야, 좀 많이 무겁구나 ㅎ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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