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차 시 숙제 - 장면을 감정으로 표현하기
고향으로 돌아온 사람 - 장면을 감정으로 표현하기
계절의 문턱에서 내리는 비는 마음 깊숙한 곳까지 스며들어 나를 다시 어둠의 골짜기로 밀어 넣었다.
“엄마… 보고 싶어.”
그 말은 번번이 목구멍 언저리에서만 흩어졌다. 세상과 부딪힐 때마다 어머니의 살내음이 그리워, 태아처럼 몸을 오므리곤 했다. 그들이 들이닥치기 전까지는, 어떻게든 내 힘으로 버텨보려 했건만.
승무원의 안내에 따라 창가 자리로 향했다. 며칠 밤을 지새운 탓에 눈이 화끈거렸다. 술 냄새를 풍기는 옆자리 승객을 피하듯 창밖으로 시선을 돌렸다. 비행기가 이륙하자 기체가 떨렸고, 구름 사이로 바다빛 하늘이 열렸다. 잠시, 내 영혼도 구름 위에 걸터앉은 듯했다.
착륙하는 순간, 굳어 있던 응어리가 미세하게 흔들렸다. 드디어 고향 땅에 닿는다는 사실이 실감 났다. 게이트 앞, 엄마의 얼굴을 빼닮은 언니가 서 있었다. 나는 그대로 달려가 품에 안겼다.
“많이 힘들었지.”
언니의 한마디에 가슴 깊은 곳에 박혀 있던 흑빛 멍울이 목울대를 타고 흘러나왔다. 공항을 벗어나자 바람이 폐부 깊숙이 밀려왔다. 낯선 땅에서는 단 한 번도 깊게 들이마신 적 없는 공기였다. 차는 중산간으로 이어지는 길을 달렸다. 벚나무 단풍이 바람에 흩어지고, 돌담 너머에는 황금빛 감귤이 주렁지게 매달려 있었다.
신작로가 끝날 즈음, 마을 어귀에서 늙은 팽나무 한 그루가 모습을 드러냈다. 저무는 햇살을 받은 나무는 오래된 기억을 품고 있었다. 노란 잎들은 파문처럼 흔들리며 골목으로 스며들었다.저물녘까지 뛰놀던 친구들, 엄마의 음성도 그 잎새들 사이로 아득히 흩어졌다.
골목으로 접어들자 차는 작은 요철에 부딪혀 가볍게 흔들렸다. 집 앞 올레가 보이자 언니는 차를 세우고 시동을 껐다. 나는 트렁크를 열어 캐리어를 꺼내 먼저 올레로 들어섰다. 어른 키 높이의 돌담에는 눅눅한 이끼가 얇게 내려앉아 있었다. 좁은 올레에 언니의 그림자와 내 그림자가 길게 포개져 늘어졌다.
집 앞에 다다르자, 목을 길게 뻗은 늙은 왕벚나무가 나를 품어주는 듯했다. 깊게 갈라진 기둥과 땅 위로 솟은 뿌리줄기 위로 노란빛, 주황빛, 자줏빛 잎들이 겹겹이 쌓여가고 있었다. 낙엽의 소리가 엄마의 마지막 숨결처럼 스며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