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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불

6주 차- 간결하게 글쓰기

by 아타마리에

엄마가 찻잔을 입에 대기 전에, 먼저 입을 뗀 건 나였다.

“엄마. 나한테 사과해 줘. 미안하다고.”

나는 엄마의 눈을 똑바로 마주쳤다. 진갈색 눈동자가 초점을 잃고 흔들렸다. 창문 너머로 빛이 들어왔다. 빛은 식당 전체에 감돌았다. 흰 테이블보 위로 차를 마시던 주변 사람들은 미동이 없었다. 시간은 그렇게 멈췄다.

“뭘 말하라는 거니?” 엄마는 찻잔을 내려놓았다. 가느다란 손목 위에 팔찌가 헐거운 듯 철렁거렸다.

“나한테 이기적이라고 한 거. 오늘뿐 아니라, 그전에도, 아주 어릴 때부터. 백 번도 넘게, 그보다 더.”


남편이 예약해 둔 호텔 애프터눈 티를 이용하던 중이었다. 아빠가 돌아가신 지 사십일이 지났으니, 눈물을 거두고 기분 전환을 하는 게 어떻겠냐는 남편의 권유였다. 우리는 오랜만에 옷을 갖춰 입고 마주 앉아 있었지만, 십 킬로가 넘게 빠진 모녀의 모습은 마른 해골처럼 앙상했다.


우리는 평범한 모녀였다. 종종 전화 통화로 수다를 떨었고, 아이를 낳을 때마다 엄마는 산후조리를 해주러 우리 집에 오셨다. 하지만 엄마와 나는 달랐다. 여성으로서의 엄마 역할에 충실했던 엄마는 감정적이었다. 나는 가치관의 모든 면에서 엄마의 반대편에 있었다. 엄마는 늘 나에게 희생을 요구했다. 어릴 때 동생의 숙제를 대신해주거나 결혼 후에는 내조를 잘하는 것이 인생 최대의 업적이라는 식으로. 그런 것들에 반박할 때마다, 나는 늘 이기적인 사람이 되어 있었다. 내가 정말 싫었던 것은, 동의할 수 없는 것에 대해 침묵했던 그 순간들이었다.


내 말을 듣자마자, 엄마의 눈에 눈물이 고였다. 뚝. 떨어진 눈물 방울이 흰 찻잔 받침에 닿았다.

“뭐가 그렇게…”

나는 울분을 터트렸다. 주름이 깊게 파인 엄마의 손목을 향해. 그럴 때마다 나에게 죄책감을 주지 않았냐고. 같은 이야기를 백번 넘게 들으면 나는 그렇게 변하는 거라고. 이기적이 된 나는, 모든 관계에서 그래야만 했다고. 엄마가 뭘 한 줄 알겠느냐고.

엄마는 미안하다고 했다. 나는 그제야 깨물었던 입술을 풀었다. 나는 내가 이기적이 아니었다고 했다. 단 한 번도. 나는 진작 말하지 그랬냐는 엄마의 말에, 엄마를 이해했기에 말하지 않았다고 대답했다.


우리는 화해할 때가 되었다. 서로의 상처를 피하기 위해 외면해야 하는 시간이 켜켜이 쌓여 포화 상태가 되었다. 감정의 잔해를 함께 두꺼운 이불로 덮고 온기를 나누는 게 가족인 줄 알았다. 하지만 시간이 쌓아 올린 수많은 상처들은 여전히 그곳에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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