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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머니의 목걸이

6차 시 숙제 - 간결하게 쓰기

"엄마, 목걸이 샀어?"

"그냥... 목이 허전허연 샀져."

"엄마, 잘했어. 이제라도 호사 좀 부려."


엄마도 영락없는 여자였다. 빗장뼈 중앙에 내려앉은 금빛 줄기에 손톱만 한 물방울 장식이 빛을 뿜고 있었다. 오른손 중지에는 같은 모양의 반지가 끼어 있었다.


어머니는 종종 말했다.

"지금은 대통령 삶일쥬."


그 말속에는 지나온 세월의 골이 숨어 있었다. 4·3과 6·25를 겪으며 공포와 굶주림 속에서도 견뎌냈다. 스물두 살에 혼인해 보리쌀 한 말로 신혼을 시작했고, 큰 시누이의 식구들까지 챙기며 시집살이를 했다. 출산한 지 사흘 만에 물허벅을 지고 우물로 나갔다.


새벽닭이 울면 몸이 먼저 반응했다. 한라산 기슭에서 나무를 베어 50리 길을 성안까지 날랐다. 나무를 팔아 보리쌀을 장만하고 집으로 돌아오면, 아이들은 아기새들처럼 입을 벌리고 있었다. 어머니는 찬밥으로 끼니를 때우며 따뜻한 밥은 오남매 입속에 넣었다.


어머니는 서른 중반에 아버지가 운영하던 목재공장에서 일을 거들었다. 그 무렵, 기계에 손이 끼이면서 왼손 엄지가 잘러나갔다. 겨울이면 그 뭉툭한 자리가 가장 먼저 시렸다. 이후 부모는 사업을 접고 아버지의 고향으로 돌아왔다. 그때부터 어머니는 손발이 부르트도록 밭일을 놓지 않았다. 자식은 그녀에게 삶을 붙드는 끈이었다. 그 희망 하나로 만 평에 이르는 귤밭을 홀로 일궈냈다. 새벽마다 경운기를 몰고 과수원으로 향했다. 그녀의 손은 오래된 나무껍질처럼 거칠어졌고, 허리는 등 굽은 나무처럼 서서히 휘어갔다.


“땅은 거짓말 안 헌다.”

그 말은 어머니의 평생 신조였다.


그 바지런함 덕분에 오남매는 남부럽지 않게 자랐다. 그러나 두 아들에게 넘긴 땅은, 사업이라는 이름 아래 산산이 흩어졌다. 그때도 어머니는 아무 말 하지 않았다. 누구를 탓하지도, 원망하지도 않았다. 가슴속 어딘가에 뜨거운 덩어리가 타올랐을 텐데도.


어머니는 여장부였고, 아버지는 한량이었다. 젊은 시절부터 술집을 전전하던 아버지는 돌아가시기 석 달 전, 어머니에게 이렇게 말했다.


“여보, 도로 보상금 나오민, 꼭 진주목걸이 사줄게.”


그 약속은 끝내 이루어지지 않았다. 보상금을 받기 한 달 전, 아버지는 중환자실에서 눈을 감았다. 보상금은 가족에게 돌아왔으나, 누구도 어머니에게 가락지 하나 사드리지 못했다.


어느 날이었다. 어머니의 목걸이가 무명실처럼 바래 있었다. 이슬 같은 물방울 장식은 그녀의 지나온 세월을 오래도록 반사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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