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감 중 후각은 가장 깊이 파고든다
코 끝에 향이 스치면
불현듯 떠오르는 기억을 더듬게 된다
횡단보도를 건너다 흘러온 쌀국수 냄새에
몇 해 전 다녀온 동남아 여행의 열기를 떠올리고
퇴근길 만원 지하철 속 스친 옷깃에서
그 아이의 외투에 묻어있던 찬기를 생각한다
그래서
나는 좋아하는 사람과는 은행밭을 걷지 않는다는
작고 고약한 신념이 있다
혹여나 터진 은행 냄새를 맡을 때
내가 생각날까 얼른 벗어나버린다
그 반대는 생각하기도 끔찍한데
그래도 무향인 사람이 되는 것보다는 낫다
향기없는 꽃 만큼이나 슬픈 말이 있을까
마치
최대치로 바싹 꾸며올려보았는데
제 구실도 제대로 못하는 것 같다
그래서말인데
그 지독한 향 때문에 온종일 머리가 아프더라도
취향이 있는 사람이 되고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