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기 싫었다
아니, 하기 싫다.
머리는 세상에 공부 맑고 재미있는 게, 그리고 훨씬 편한 게 많다며
필사적으로 몸부림쳤다
유독 심했다
몸은,
지금까지 눕거나 음악을 듣거나 영상을 시청하며 머리를 달래던 몸은,
버릇이 나빠져버린 머리를 더는 달래기 어렵다고 판단하여
벌떡 일어났다.
머리는 짜증을 부렸다.
하지만 몸은 아랑곳하지 않고 가방을 챙겨 문을 열고 계단을 걸어내려 독서실로 향했고,
자리에 앉아 책을 펼쳤다.
머리는 조용해졌다.
아마 조금 놀랐을 거다.
머리는 투덜대지만
손은 움직인다.
책장은 넘어간다.
내가 이 상황을 기록하는 것은
앞으로 나의 생활의 주도권을 당위를 보다 잘 이해한 몸에게 넘기기 위함이며
문득 정신을 차린 머리가 오늘 밤 스스로에게 질문을 던지기로 한 것은
자아의 생존신고를 받아내기 위함인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