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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나란사람 Mar 24. 2023

소포모어 징크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난주 팀장 포기 선언하고 일주일 휴가로 잠적한 나에게 팀원 중 한 명은 비타민 선물과 함께 응원의 메시지를 보내줬다. 본인이 먹어 본 중에 최고라며 먹고 힘내라고! 평소 과묵한 친구가 이렇게 메시지를 보내줘서 놀랐고 또 미안했다.


"팀장님 소포모어 징크스라는 말이 있거든요. 2년 차 징크스라고 1년 차에 너무 잘해서 2년 차에는 주변의 기대도 크고 요구도 많아져서 당사자는 스트레스와 슬럼프가 오는 말이에요 스포츠, 영화, 학교 등 어디서나 해당하는 말이에요 그런 슬럼프에 빠져서 쭉 못하는 사람도 있지만 주변 도움 받고 잘 헤쳐나가면 끝날 무렵에는 결국 제자리로 돌아와 있다고 해요
그러니까 지치지 마시고 건강이 최고니까 건강 챙기시고 푹 쉬고 돌아오세요~~~ 파이팅!!"


2년 차를 포기한 나의 사정을 모르는 팀원에게 짧게 고맙다 답하고 휴가 후 돌아와서 가장 먼저 출근한 그 친구에게 티타임을 청하고 사정을 이야기했다. 조용히 듣더니 건강이 우선이라며 팀원들은 걱정하지 말라고…


그리고 팀원 모두가 출근한 화요일 오전, 팀원 전체가 모인 자리에서 얼굴 보고 이야기를 했다. 건강상의 이유로 팀장을 그만두기로 했고, 다른 팀장은 찾는 중이고 당분간 담당님이 겸직하시기로 했다고... 눈물이 나오려는 걸 간신히 참았다. 어떤 건강문제냐 묻는 팀원이 있어 솔직하게 이야기했다. 우울증이 심해져서 그렇다고...


회사 생활 20여 년간 우울증을 숨겨왔는데 이제 더 이상 숨길 이유도 없다고 생각했다. 살이 조금 빠졌고, 체력이 떨어져서 그렇지 큰 육체적 질병이 있는 것은 아니니까…


그래서 오히려 다들 당황해했다. 늘 의욕적이고, 사람을 좋아하고, 이벤트를 좋아하고, 새로운 시도를 좋아하는 내가 우울증이라니... 그것도 20년간...


그렇다 회사생활이 항상 우울하고 불행했던 것은 절대 아니다. 그러나 그분이 올 때면 너무 무서울 정도로 나를 사로잡아먹어 버린다.

그리고, 그 원인은 항상 일 때문이었다. 일을 못해... 벽에 부딪쳐서...


팀을 버리고 도망가는 마당인데 송별회를 해줘야 하는 거 아니냐며 담당님은 회식일정을 잡으시란다. 민망하다...


다음 주면 웃으며 다른 부서로 유학을 다녀오겠다고 쿨하게 이야기할 수 있기를!

애써 노력해 본다. 내가 나의 엄마가 되어 내 안의 두려움에 쌓여 있는 아이에게 이야기한다.


"방법이 있을 거야!

참 애썼어!

넌 재능이 많아! 다른 곳에서도 재능을 발휘할 기회를 스스로 만든 거야!

쉬어가는 용기를 발휘한 거야!

그럼에도 불구하고 출근했네!

게다가 점심시간에 운동도 하고!"


등등등 무조건 나에게 칭찬을 하기로 했다.

내 아이를 키우듯 작은 성취에도 칭찬을 하기로...

남과 비교해서 스스로 자책하지 않기로...

내가 할수 있는 동원 가능한 범위에서 최선을 다 하는 것에 만족하고, 남들의 인정과 상관없이 내 스스로 나를 인정하는 사고의 습관을 만들어 봐야겠다.

그래 그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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