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양보호사로 일하고 있다.
벌써 삼 년 째다.
오전 아홉 시부터 열두 시까지 수요일과 금요일 치매 어르신 돌보고 있다.
아내들이 편찮은 남편 돌보는 건 우리 주위에 흔히 볼 수 있다.
그런데 오전에 방문하는 집은 남편이 아내를 돌보는 중이다.
대문 열고 들어서니 빨랫줄에 집게만
대롱대롱 매달려 있다.
밤중에 자주 실수해서 이불 적시는데 어제저녁에는 소변 두 번 뉘었다고 한다.
언니가 좋아하는 감자채볶음과 멸치볶음 해드렸다.
그리고 그림 그리기 좋아해서 숫자대로 색칠하기 했다.
아내가 색칠해 놓은 그림 보더니 우리 미자가 그림 공부했으면 화가가 됐지 하고 칭찬한다.
맞아요! 언니는 일주일에 두 편씩 그림 그려서 벽에 붙이는데 "화가"맞지요 하고 맞장구쳐드렸다.
오후 돌봄 받는 할머니, 할아버지 요양 삼 등급이다.
할아버지는 불가리스만 많이 드실 때는
하루 스무 병드신다.
오 년 넘게 외출하지 않고 텔레비전만 보고 있다. 주무실 때도 켜 놓는다.
혹시 텔레비전이 꺼지면 켜질 때까지 가족들을 괴롭힌다.
불가리스 많이 드신 날은 당연히 실수한다.
그런데도 십분 간격으로 불가리스 달라고 한다 그때마다 할머니가 못 견디고 드린다.
참고 있던 내가 정답을 내린다.
할머니! 할아버지 정상으로 보시면 안 돼요.
할머니께서 개수 정해놓고 주셔야 돼요.
아무리 졸라도 견디셔야 해요.
그럴 때마다 마시고 싶을 때 못 드시고 세상 떠나면 걸려서 어찌 사느냐고 하신다.
그래서 살아있는 동안 잘해주고 싶다는 게 할머니 생각이다.
그때마다 나는 정답을 제시한다.
세 살짜리 손주가 사탕 달라할 때마다 주는 게 좋아요? 안된다고 해야 해요?
뻔한 질문을 한다.
그때마다 할머니께서 눈을 크게 치켜뜨며 주면 안 되지요.
맞아요! 할아버지 지금 세 살이라 생각하시면 돼요.
그 말 끝에 할머니께서 할아버지 자랑이 이어진다.
중학교 이 학년 때부터 부모 도움 안 받고 고학으로 대학교까지 나왔다.
젊었을 때 똑똑하고 사업도 잘했는데 할머니 눈 가장자리가 촉촉해진다.
근무하는 세 시간 동안 불가리스 드리는걸 제가 관리할게요. 할머니께서는 못 들은 척해야 돼요.
두시 조금 넘자 효자손으로 침대 치는 소리가 들린다. 십 분 전 한 병드셨는데 벌써 불가리스 달라는 신호이다.
못 들은 척 일만 했다. 이틀 성공했다.
할아버지께서 효자손 두들기다가 잠이 들었다. 하루는 할아버지께서 직접 나오셔서 냉장고 검사했다.
할아버지 나오시기 전 냉장고 야채칸에 숨겨 두었다. 할아버지! 주문한 불가리스 아직 배달 안 왔어요.
아직 안 왔어? 네! 저녁에 온대요 했더니 방으로 들어가셨다.
또다시 십여분 정도 지나자 침대 두들기는 소리가 들린다.
귀에 거슬렸지만 못 들은척했다.
저녁식사 시간 계란찜과 호박죽 다 드셔서 그때 하나 드렸다. 할머니가 좋아하셨다.
그런데 어제는 할머니께서 불가리스 드리라고 한다. 효자손 두드리는 소리가 한 시간 동안 몇 번이나 들렸다.
그러다가 주무셨다. 할아버지께서 지쳐서 잠이 든 것이니 짠한 마음이 들었던 것이다.
할머니도 건강이 좋지 않다.
그런데 할아버지 기저귀 갈아 채우고 실수하면 닦고 씻긴다.
할머니께서 아직까지 할아버지 옷 벗는 모습 나에게도 보여주지 않으려고 한다.
몇 달 전 당뇨 진단받고 식단관리하며 건강관리도 하신다. 오직 당신이 건강해서 자식들에게 폐 끼치지 않고 끝까지 할아버지
돌보는 게 소원이다.
그런데도 다리, 허리가 불편해서 실내에서만 지내신다. 가끔 힘들면 휠체어도 타신다.
그런데도 할아버지 섬기는데 지극정성이다.
불가리스가 생명줄이디.
그것마저 야박하게 개수 정해서 드리는 게 걸린다.
너무 많이 드시는 날 옷과 방바닥, 화장실까지 똥칠하는 날이면 눈물 흘리신다.
할아버지께서 끝까지 집에 계시다가 천국 가시게 소원이다.
할머니도 그 소원 꼭 들어주고 싶어 한다.
치매 앓고 있는 언니도 남편이 요양원 보내지 않으려고 한다.
계절도 시간도 구분 못하고 가족들 이름, 현재 살고 있는 지역도 모른다.
오직 아는 건 자기가 태어난 고향, 젊었을 때 부르던 이미자 씨 노래 정도이다.
젊었을 때 같이 사교춤도 잘 추셨다.
두 분 다 훤칠하니 키도 크고 군살도 없다.
핸드폰에서 노래 들려드렸더니 남편분이 리드하며 지르박을 추셨다.
주변에서 요양원 보내라고 권유하지만 불쌍해서 보낼 수 없다고 눈물짓는다.
더 이상 나빠지지 않고 자기랑 같이 이대로 살았으면 좋겠다고 한다.
그리고 한 가지 소원 어서 빨리 치매약이 개발되길 바라고 있다.
무엇이 진정한 사랑일까?
효자, 효녀보다 부부가 최고다.
할머니께서 힘들다고 하소연할 때마다 들어주고 공감해 주는 게 요양보호사 의무다
그런데 또 할머니를 가르쳤다.
나도 참 문제 많은 요양보호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