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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권미숙 Dec 08. 2024

노 부부의 사랑은 눈물이다.

요양보호사로 일하고 있는지 삼 년 차이다.

오전에는 일주일 두 번씩 치매 어르신 돌보고 있다.

보통 아내들이 편찮은 남편 돌보는 건 우리 주위에 흔히 볼 수 있다.

그런데 오전에  방문하는 집은 남편이 아내를 돌보고 있다.

대문을 열고 들어서니  오늘은 빨랫줄에 집게만 대롱대롱 매달려 있다.

밤중에 자주 실수해서 이불을 적시는데 어제저녁에는 소변을 두 번 뉘었다고 한다.

언니가 좋아하는 감자채볶음과 멸치볶음 해드렸다.

그리고 그림 그리기 좋아해서 숫자대로 색칠하기 했다.

아내가 색칠해 놓은 그림을 보더니 우리 미자가 그림 공부했으면 화가가 됐지 하고 칭찬한다.

맞아요! 언니는 일주일에 두 편씩 그림 그리고 작품을 벽에 붙이는데 "화가"맞지요 하고 맞장구쳐드렸다.





오후에 가는 집은 할머니, 할아버지 요양 삼 등급이다.

할아버지가 불가리스만 하루에 많이 드실 때는 스무 개까지 드신다.

오 년 넘게 바깥출입 안 하고 텔레비전 이십사 시간 켜놓는다.

혹시 텔레비전이  꺼지게 되면 화면이 켜질 때까지  가족들을 괴롭힌다.

불가리스 많이 드신 날은 당연히 실수 많이 한다.

그런데도 십분 간격으로 불가리스 요구할 때마다 할머니가 못 견뎌서 또 드린다.




참고 있던 내가 정답을 내린다.

할머니! 할아버지 정상으로 보시면 안 돼요.

할머니께서 개수 정해놓고  아무리 졸라도 견디셔야 해요.

그럴때마다 못 드시고 세상 뜨시면 걸려서 어찌 사느냐고 하신다.

그래서  살아있는 동안 잘해주고 싶다는 게 할머니 생각이다.

그때마다 나는 정답을 제시한다.

세 살짜리 손주가 사탕 달라할 때마다 주는 게 좋아요?  안된다고 해야 해요?

뻔한 질문을 한다.

그때마다 할머니께서 눈을 크게 치켜뜨며 주면 안 되지요.

맞아요! 할아버지 지금 세 살이라 생각하시면 돼요.

그 말 끝에 할머니께서 할아버지 자랑이 이어진다.

중학교 이 학년 때부터 부모 도움 안 받고 고학으로 대학교까지  나왔다.

젊었을 때 똑똑하고 사업도 잘했는데  할머니 눈 가장자리가 촉촉해진다.

근무하는 세 시간 동안 불가리스 드리는걸 제가 관리할게요. 할머니께서는 못 들은척 해야되요.




두시 조금 넘자 효자손으로 침대 치는 소리가 들다.

십 분 전에 한 병드셨는데  벌써 불가리스 달라는 신호이다.

못 들은 척하고 일만 했다. 이틀은 성공했다.

할아버지께서 효자손 두들기다가  잠이 들었다.

하루는 직접 나오셔서 냉장고 검사를 했다.

할아버지 나오시기 전에 냉장고 야채칸에 숨겨 두었다.

할아버지!  주문한 불가리스  아직 배달이 안 왔어요.

아직 안 왔어? 네! 저녁에 온대요 했더니 방으로 들어가셨다.

또다시 십여분 정도 지나자 침대 두들기는 소리가  들렸다.

 귀에 거슬렸지만 못 들은척했다.

저녁식사 시간  계란찜과 호박죽 다 드셔서 그때 하나 드렸다.

할머니가 좋아하셨다.




그런데 어제는 할머니께서  불가리스  드리라고 한다.

효자손 두드리는 소리가 한 시간 동안 몇 번이나 들렸다.

그러다가 주무셨다. 할머니가 지쳐서 잠이 든 거라고 짠한 생각에 그때부터 또 드리라고 한 것이다.

할머니가 자기 몸도 안 좋은데 기저귀 갈아 채우고 실수하면 닦고 씻긴다.

할머니께서 아직까지 할아버지 옷 벗는 모습은 자식들, 나에게도  보여주지 않으려고 한다.

몇 달 전 당뇨 진단받고 식단관리하며 건강관리도 하신다. 오직 당신이 건강해서  자식들에게 폐끼치지 않고 끝까지 할아버지

돌보시는게 소원이다.

그런데도 다리, 허리 불편해서 실내에서만 지내신다. 가끔 힘들면 휠체어도 타신다.

그런데도 최선을 다해서 할아버지를 섬긴다.

불가리스가 생명줄이라고 여기는데 그것마저 야박하게 할수없다고 하신다.

너무 많이 드시는 날 바지, 방바닥, 화장실까지 똥칠을 하는 날이면   살겠다고 눈물 흘리신다.

할아버지는 끝까지 집에서 계시다가 천국 가시는 게 소원다.

할머니도 그 소원 꼭 들어주고 싶어하신다.




치매를 앓고 있는 언니도 남편이 요양원 보내지 않으려고 한다.

계절도 시간도  구분 못하고 가족들 이름, 현재 살고 있는 지역도 모른다.

오직 아는 건 자기가 태어난 고향, 젊었을 때 부르던 이미자 씨 노래 정도이다.

젊었을 때  같이 사교춤도 잘 추셨다.

두 분 다  훤칠하니 키도 크고 살도 없다.

핸드폰에서 노래 들려드렸더니 남편분이 리드하며 지르박을 추셨다.

주변에서 요양원  보내라고 권유하지만 불쌍해서 보낼 수 없다고 눈물짓는다.

더 이상 나빠지지 않고 자기랑 같이  이대로 살았으면 좋겠다고 한다.

그리고 한 가지 소원 어서 빨리 치매약이 개발되길 바라고 있다.



무엇이 진정한 사랑일까?

효자, 효녀보다 부부가 최고다.

할머니에게 정답 말하지 말고

같이 마음 아파하는 게 나의 의무지만

할머니께서 힘들다고 하소연할 때마다 또 정답을 말한다.

나도 참 문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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