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또 책임을 다하느라 하고 싶은 일을 미뤘다.
오래된 건물의 가정집을 작은 도서관으로 쓰고 있다. 독서 인구가 줄어가는 시대에 성도가 줄어들고 있는 교회에 딸린 도서관이라니.
방문객이라고는 관리 집사님과 일요일에 점심 식사를 마친 어르신들 몇 분이 주기적으로 오시는 것 외에는 없다.
나는 공간에 대한 갈급함으로 이곳에서 봉사를 하겠다고 자원했다. 책을 읽고 기도를 해야지. 3층을 오르내리다 보면 다이어트가 될 지도 몰라. 머릿 속에 그려 둔 몇 개의 소설 스토리 중 하나를 완성하게 될지도 모르겠어.
신이 났다.
봉사를 시작한지 일주일. 기대했던 일들은 시작도 못하고
일주일 동안 나는, 책 배열을 깔 별로 맞추고.
휑한 벽면에 포스터를 사다가 붙였으며.
시멘트 냄새와 콤콤함을 참지 못하고 디퓨저를 사다가 계단과 도서관에 놓아두었다.
계단 빈 공간에 헌책을 옮겨다 꾸몄다.
식물도 주문했다.
앗. 사비로.
영수증을 챙기지도 않았다.
... 이러다가 사람들이 찾아오는 곳이 되면 어쩌지. 그들에게 시간과 에너지를 뺏기고 싶지 않아. 또다시 어딘가를 찾고 싶지 않아.
나의 봉사여부를 주변에 소문내고 있지도 않은데. 이곳의 장소를 블로그에 올리려다가 지웠는 걸.
여전히 아무도 오지 않았으면 싶은데 믹스 커피 밖에 없던 종이 박스에 쌍화차, 카누, 디카페인 커피를 가져다 놓았다.
누군가. 쓸쓸하고 씁쓸한 시간을 보내고 있는 누군가가 혹여 어쩌다 3층까지 인내심을 가지고 걸어 올라왔을 때.
정말 미미한 편안함을 느끼고 입술이 살짝만 들썩일 정도로만 다정한 공간이면 좋겠다 하는 친절, 은연 중 나의 존재감을 각인시키고 싶은 욕심이 내게 있기도 한가보다.